[비즈니스포스트]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지난해 진행한 회의에서 영업 확대보다 리스크관리에 방점을 찍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크관리를 강조한 사외이사진은 올해도 우리금융 이사회를 구성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실적 개선을 위해 올해 공격적 영업에 나서야 하는 상황인 만큼 실적과 내실 사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지난해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
6일 우리금융지주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보면 우리금융 사외이사 다수는 지난해 열린 이사회에서 리스크 관리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우리금융은 연차보고서에서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주요발언과 토의내용을 소개한다.
윤인섭 이사는 우량자산 중심의 성장이 중요하다며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관리를 통한 균형있는 위험가중자산(RWA)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수영 이사는 실적 극대화도 중요하지만 2024년에 대비해 자산클린화(잠재부실 덜어내기)를 통한 리스크 제거가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금융사는 성장과정에서 대출을 늘리면 위험가중자산도 늘어난다.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면 금융사의 자본 여력을 나타내는 보통주자본비율은 낮아진다.
사외이사들은 이를 경계한 것인데 직접적으로 우리금융의 자본여력 하락을 방어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신요환 이사는 우리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 우리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1.9%로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농협) 가운데 가장 낮다.
주주나 투자자 관점에서는 다른 주요 금융지주보다 우리금융의 주주환원 여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셈이다.
사외이사들은 우리금융이 성장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윤수영 이사는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등 여러 재무지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이를 향상하기 위해 무리하게 영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우리금융이 잘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3월
임종룡 회장 취임 이래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내세워 대기업 금융에서 중소기업 금융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45조2390억 원으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25조2350억 원으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적다.
우량자산 위주로 잘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사외이사의 조언이 임 회장에게 아프게 다가올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우리금융은 우량자산 중심으로 잘하는 것에 집중하며 내실 다지기에 힘을 주기에는 여유가 많지 않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20% 급감했고 상반기까지는 농협금융에 4대 금융 자리를 내주기도 해서다.
지난해 이사회에서 우리금융에 조언을 했던 사외이사들은 모두 재선임 추천됐다.
주총에서 이변이 없는 한 올해도 우리금융 이사회를 구성한다.
임 회장이 올해 이들과 함께 실적 개선과 리스크관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만만찮은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임 회장은 올해 우리금융 취약점으로 꼽히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이사회에서 우리금융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주요 과제로 지적했다.
정찬형 이사장은 우리금융 주가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으로 네 가지를 꼽았는데 그 가운데 첫 번째로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비중을 들었다.
지성배 이사는 증권업 진출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되 소형사 등 인수 가능한 증권사를 먼저 확보한 뒤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중대형사를 추가 인수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