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신규 인턴을 제외한 레지던트 1∼4년 차 9천970명 중 8천983명(90.1%)이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전국 40개 대학이 2025학년도 대입에서 의대 정원을 3천명 넘게 늘려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원요구는 대체로 비수도권 대학에서 많았지만 수도권 대학들도 모두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민수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5일 브리핑에서 “교육부에서 2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총 40개 대학에서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규모는 지난해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요 조사 결과 가운데 최대치인 2847명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당시 각 의대는 2025학년도 대입에서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을 증원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번 신청에서 서울 소재 8개 대학은 365명, 경기·인천 소재 5개 대학 565명 등 수도권 13개 대학이 총 930명의 증원 신청이 있었다.
비수도권 27개 의대는 247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 증원 인원의 72.7%를 비수도권에서 요구한 것이다.
의료계는 연일 대학 총장들에게 증원 신청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지만 교육부가 “신청하지 않은 대학은 임의로 증원해주지 않겠다”고 못 박은 만큼 모든 대학이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1998년을 마지막으로 26년 동안 의대 증원·신설이 없었던 만큼 이번이 아니면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대학 본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원 50명 미만의 소규모 의대들은 2배에서 5배에 이르는 증원을 신청했고 지방 거점 국립대 역시 적극적으로 증원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대는 기존 정원의 무려 5배 이상을 신청해 기존 49명에서 201명 늘어난 250명으로 정원을 조정해달라고 교육부에 신청했다. 울산대는 기존 정원 40명의 약 4배에 이르는 150명으로 정원 확대 의향을 제출했다.
건국대(충주·정원 40명)는 120명으로, 강원대(정원 49명)는 140명으로 정원을 현재 규모에 비해 약 3배 안팎으로 확대해달라고 했다.
대구가톨릭대(정원 40명)는 80명으로, 동아대(정원 49명)는 100명으로, 부산대(정원 125명)는 250명으로 각각 기존 정원의 2배 수준으로 늘려 증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예상을 상회하는 대학들의 증원 수요가 확인된 만큼 의대 정원 배정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증원 수요와 함께 어떤 식으로 의대를 운영할지에 대한 계획도 받았다”며 “서류 검토를 하고, 선정 기준을 복지부와 협의한 후 배정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의 초과 증원요구에도 정부는 증원 규모를 2천명으로 못 박았다. 박 총괄조정관은 “각 대학의 신청 규모는 (각 대학이 늘릴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운 숫자라고 본다”며 “2천명 총증원 범위 내에서 증원 규모를 고려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대 교수들과 학생들은 의학 교육 질 저하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원대 교수 10여명은 일방적인 증원 방침에 반대한다며 이날 의대 앞에서 삭발식을 열기도 했다.
의대생들의 단체 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까지 절차 등을 지켜 정상적으로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5401명으로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28.7% 수준이다.
실제로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은 이보다 더 많다. 교육부는 휴학을 신청했으나 지도교수·학부모 서명 등 절차나 요건을 지키지 않은 휴학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지난달 28일까지 휴학 신청자는 총 1만3698명이었다. 교육부는 형식 요건을 갖췄더라도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어서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의대 수업 거부 등도 이어지고 있다. 단체 행동이 장기간 이어지면 학생들은 ‘집단 유급’이 될 수 있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는데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자동 유급 처리된다.
대학가에서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2월이었던 본과생들의 개강을 3월로 연기했다.
심 기획관은 교육 질 저하 우려와 관련해 “사립대의 증원 신청도 어느 정도 재정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고려하면서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 측면”이라며 “사립대 나름대로 교육 여건을 어느 정도 고민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대 증원 수요를 제출하지 않은 대학에 정부가 불이익을 줄 것이란 얘기에 대해선 “의대 증원 수요는 기본적으로 자율적인 의지에 기반하는 것으로 불이익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