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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부담 커지고 재건축 속도마저 둔화, 부동산 신탁사 '진짜 위기' 온다

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 2024-03-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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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부담 커지고 재건축 속도마저 둔화, 부동산 신탁사 '진짜 위기' 온다
▲ 부동산신탁사들의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부동산 신탁사가 올 한해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3년 4분기 대부분 신탁사들이 부동산 경기 위축 영향으로 영업적자를 봤다. 대손 확대 가능성에 자금부담이 늘어나는 반면 재건축 규제 완화로 신탁방식 강점이 사라지면서 정비사업 수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신용평가업계와 도시정비업계 안팎의 말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들의 영업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부동산신탁사는 2023년 실적이 대부분 감소했고 특히 4분기에 영업적자를 낸 곳이 많았다. 한국신용평가가 점검하는 부동산신탁사 14곳의 2023년 합산 영업이익은 3579억 원으로 전년(8519억 원)보다 58% 급감했다. 
 
자금부담 커지고 재건축 속도마저 둔화, 부동산 신탁사 '진짜 위기' 온다
▲ 사진은 KB부동산신탁이 사업시행자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여의도 한양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감소폭을 보면 코람코자산신탁 91%, 무궁화신탁 64%, 대한토지신탁 56%, 우리자산신탁 44% 등이었다. 다만 대신자산신탁과 한국투자부동산신탁 영업이익은 각각 86%, 4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4분기 영업적자를 시현한 곳이 많았다. 교보자산신탁은 2023년 3분기 94억 원에 이어 4분기 341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KB부동산신탁은 2023년 4분기에만 1623억 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이밖에 신한자산신탁, 우리자산신탁도 영업손실을 입었다.

부동산 업황이 악화하면서 일부 신탁사가 대규모 대손 비용을 인식한 영향으로 풀이됐다. 또한 신규 수주 감소로 신탁수수료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신탁계정대가 증가하면서 이자비용은 늘고 있는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탁계정대란 부동산신탁사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자신의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대여한 자금을 말한다. 

분양성과가 저조한 차입형 개발신탁 사업장 및 공정률이 계획보다 미흡하거나 사업성이 저하된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개발신탁 사업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자금회수에 실패하면 신탁사의 손실로 반영된다. 

신탁업계의 신탁계정대 잔액은 2023년 12월 4조9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2022년 동안 2조~3조 원 수준을 보이다가 2023년 급증했다. 

업계 전반에 드리운 위기감은 자금 조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2월14일 1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380억 원 매수 주문을 받는데 그쳤다.

신탁사를 향한 정부의 태도도 달라져 수주활동이 더욱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2022년 8월16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서 정비사업 조합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신탁업체 역할을 늘리는 장려책을 포함했다.

하지만 신탁사업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던 여의도·목동 쪽에서 잡음이 일어나자 2023년 11월28일 주민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정비사업 신탁사 역할과 책임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사업관리를 신탁사가 직접 수행하고 초기사업비를 직접 조달하도록 하는 등 까다로운 요구를 받게됐다.

여기에 1·10 부동산 대책에서 나온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신탁사업의 강점을 모두 없애버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재건축 패스트트랙은 아파트를 지은 뒤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을 생략하고 재건축추진위원회나 조합을 먼저 설립한 뒤 안전진단은 사업계획승인 전까지만 받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신탁방식을 선택하면 추진위·조합설립 단계를 건너뛰고 신탁사에서 직접 업무를 진행해 도시정비사업 사업기간을 1~2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신탁방식보다 조합방식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서울과 광역시 위주로 조합방식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부담 커지고 재건축 속도마저 둔화, 부동산 신탁사 '진짜 위기' 온다
▲ 사진은 신탁사들이 여의도 삼익아파트 재건축사업 성공을 기원하는 현수막을 내건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정비사업 단계 간소화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업비의 3~4% 수수료를 내고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는 단지들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탁방식에 무게를 두고 정비사업을 추진하던 목동에서 4·8·12단지 등이 신탁방식과 조합방식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신탁사 계약 해지 조건이 완화된 점도 신탁사들에게 어려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신탁방식 정비사업 표준계약서·시행규정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신탁 계약을 체결한 주민 모두가 계약 해지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계약 이후 2년 안에 사업시행자로 지정되지 못하거나 주민 75% 이상이 찬성하면 신탁 계약을 일괄 해지할 수 있다.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조합방식으로 변경하는 일이 더욱 수월해진 셈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부동산시장이 악화하면서 부동산신탁산업이 비우호적 사업환경에 직면했고 개발사업 경과에 따라 재무 및 유동성 부담이 현실화할 것이다”며 “부동산신탁사의 핵심상품인 차입형, 책준형 신탁 신규 수주실적이 감소해 중장기적으로 부담요소로 작용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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