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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주총 표대결 앞두고 정관 개정과 배당금 축소 놓고 날선 공방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4-02-27 18: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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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영풍이 3월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주총회를 앞두고 표대결을 예고한 가운데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사이 장외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27일 영풍과 고려아연은 각각 입장문을 내고 주총 정관 개정 및 배당금 축소 안건 관련 표대결에 앞서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영풍-고려아연, 주총 표대결 앞두고 정관 개정과 배당금 축소 놓고 날선 공방
▲ 영풍이 다음달 고려아연 주총을 앞두고 표대결을 예고한 가운데 두 회사 사이 장외 신경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9일 다음달 주총 안건으로 1주당 5천 원의 결산 배당안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외국의 합작법인'뿐 아니라 국내 법인에게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제17조(신주인수권) 및 제17조의 2(일반공모증자 등) 조항 변경안 등을 제안했다.

영풍은 이날 입장문에서 "고려아연은 '표준정관'에 따른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기존 정관의 신주인수권 관련 제한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며 "이는 기존 주주들의 보유 주식 가치를 희석해 주주 이익을 침해하고,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라는 사적 편익 도모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려아연도 즉각 입장문을 내고 "이 의안은 제3자배정에 따른 신주 발행한도인 액면총액 400억 원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등 그 내용의 실질적 변경이 없다"며 "현행 표준정관에 따라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것으로, 제3자 배정을 통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 배제는 경영상 목적 달성에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만큼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제한되거나 불리해지는 사정은 특별히 없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이어 "이번 사태의 본질은 주주권익 보호가 아니라 영풍 경영진이 '독립경영 체제'라는 동업자 사이 불문율을 깨뜨리고 경영에 간섭하는 등 신의를 져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두 회사는 고려아연의 배당금 축소를 둘러싼 엇갈린 주장도 이어갔다. 

고려아연이 이번 주총 안건으로 1주당 5천 원의 결산 배당안을 상정하면서 2023년 주당 현금 배당금은 모두 1만5천 원으로 전년보다 5천 원 줄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결산 배당으로 1주당 1만 원을 배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영풍 주장대로 배당금을 높이면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한다"며 "기업이 이익금을 투자나 기업환경 개선에 사용하지 않고 모두 주주환원에만 쓰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떨어뜨린다"고 반박했다.

영풍은 이날 입장문에서 고려아연의 배당성향이 높아진 것을 놓고 "고려아연의 최근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나빠진 데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배당금을 지급해야 할 주식 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배당성향의 분모가 되는 당기순이익이 무려 3분의 1가량 폭락하면서 마치 배당성향이 높아진 것처럼 착시 효과를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풍은 이어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로서 전체 주주들의 권익을 해치는 정관 개정과 배당금 축소 방안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영풍뿐 아니라 고려아연 전체 주주의 권익 제고를 위한 길에 힘을 보태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고려아연은 "제련사업은 글로벌 원자재 수급 및 제련수수료 변동에 따라 특정 기업이 아닌 제련업계 전체가 함께 영향을 받는 구조로 만성적 적자구조에 허덕이고 있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경영실적을 지적할 입장은 아니다"며 "영풍의 주장은 주주권익이 아니라 배당금이 축소되면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고려아연이 속한 영풍그룹은 창업주인 고 장병희 명예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할아버지 고 최기호 명예회장이 함께 세웠다.

3세 경영에 들어선 고려아연은 최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으나,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는 장병희 명예회장의 아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이 이끄는 영풍이다. 

우호지분을 포함한 지분율에서도 장 고문 측이 앞서왔지만, 최근 최 회장 측이 지분교환·제3자 배정 유상증자(해외계열사 대상) 등의 방식으로 한화와 현대차그룹 등을 우군으로 확보하며 지분율을 높였다.

업계에선 현재 최 회장 측 지분율이 33%에 달해 장 고문 측 지분율(32%)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 19일 열리는 고려아연 주총에는 임기가 만료되는 최 회장을 사내이사에, 장 고문을 기타비상무이사에 각각 재선임하는 안건도 상정된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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