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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처럼 다가올 사물인터넷 시대의 위협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7-31 22: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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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락처럼 다가올 사물인터넷 시대의 위협  
▲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이 지난 5월 '시스코 라이브 2014' 고객행사에서 기조연설하며 '빠른 혁신과 IT'를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10대 기술 중 하나로 사물인터넷을 꼽았다. 또 세계 사물인터넷의 시장규모가 지난해 2천억 달러에서 2020년 1조 달러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물인터넷이 정확히 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만큼 아직 현실에서 사물인터넷을 접할 기회가 드물다.

세계적 과학지인 신서시스는 오래 전에 “사물인터넷은 학계가 창조한 개념이지 시장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은 벼락처럼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전망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모바일시대를 지나 사물인터넷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며 “잘 대처하지 않으면 지금 잘나가는 IT기업도 20년 후에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스마트폰이 갑자기 우리 곁으로 다가와 우리의 삶을 바꿔놓았듯이 사물인터넷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기관마다 추정치는 다르지만 2018년까지 세계 사물인터넷기기가 90억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 다음에 폭발적으로 기기가 늘어나 2020년에 2천억 대 이상 되는 기기가 인터넷과 연결될 것으로 점쳐진다.

60억 인구의 3배가 넘는 기기들이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되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어떤 명암을 던져줄 것인가?

◆ 사물인터넷 세상, 벼락처럼 다가온다

사물인터넷시대에 ‘내가 나를 모를 때 사물이 먼저 나를 알아준다’는 말이 통한다.


미국 스타트업회사인 바이탈리티는 ‘글로우캡’이라는 약병을 개발했다. 글로우캡은 환자에게 약 먹을 시간을 직접 알려 준다. 약 복용 시간이 되면 알람이 울리고 불빛이 깜박인다. 그런데도 약을 먹지 않으면 환자에게 ‘약 먹을 시간이야’라고 전화한다.

이 뿐이 아니다. 이렇게 약을 복용한 정보는 매일 보고서 형태로 자동기록된다. 약이 얼마 안 남았는데 깜빡해서 놓칠 고민도 없다. 약병 뚜껑을 뒤집어 버튼만 누르면 저장된 약사 전화번호로 연결돼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이런 ‘똑똑한 약병’의 모든 기능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주차를 어디다 했는지 잊어도 문제없다. 자동차와 웨어러블 기기가 만나면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상황이 현실이 된다.

벤츠는 지난 2월 웨어러블 선두업체인 페블의 스마트시계를 이용해 주차위치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내놓았다. 운전자가 자주 가는 길, 운전습관, 출퇴근 시간 등을 학습해 운전자 기분에 맞는 장소도 수시로 추천해준다.

사람들은 기억력에 한계가 있지만 기기들은 기억이 정보로 남는다. 정보를 모아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내지 못한 것까지도 미리 제공한다.

사물인터넷시대를 가능케 하는 핵심은 ‘센서’다. 센서를 통해 사람들의 체온과 습도뿐 아니라 위치파악 원격감지 등을 하면서 기기들끼리 정보를 나눈다.

미국에서 이미 월트디즈니 놀이공원에 있는 미키마우스 인형의 눈과 코, 입에 센서를 달았다. 이 인형은 관람객들에게 어떤 놀이기구 줄이 가장 짧은지, 넓은 테마파크 안에서 현재 어디 위치에 있는지, 날씨는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그때그때 스피커로 말해 준다.

우리나라도 차츰 공공영역에서부터 사물인터넷 활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부터 LG유플러스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된 쓰레기종량제 서비스인 ‘스마트클린’을 운영한다.

스마트클린이란 음식물쓰레기 수거장비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전자태그(RFID) 카드를 대면 뚜껑이 저절로 열린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면 무게를 바로 측정해 관리비에 자동으로 합산된다.

이 정보는 실시간으로 환경공단 홈페이지로 전송된다. 서귀포 지역은 이미 지난해 스마트클린을 도입해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을 20% 줄이는 데 성공했다.

  벼락처럼 다가올 사물인터넷 시대의 위협  
▲ 사용자가 스마트클린 기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투입하기 위해 카드를 대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 사물인터넷, 보안을 어찌할까

사물인터넷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본다. 사물인터넷은 사람들에게 더없이 유용해 보인다. 하지만 모든 문제에 명암이 있듯이 사물인터넷에도 보안문제가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러시아 세관은 지난해 중국산 다리미와 전기주전자에서 해킹에 사용되는 칩을 발견했다. 기기를 사용하기 위해 플러그를 꼽는 순간 다리미와 전기주전자가 악성코드를 퍼뜨리면서 도청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얼마든지 호텔에서 각국 정상이나 주요기업 CEO의 기밀사항 등을 빼내는 데 쓰일 수 있다.

미국 보안서비스업체인 프루프포인트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 세계에 75만 건 이상의 스팸메일이 TV와 냉장고 등 전자제품을 통해 발송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단순한 용도로 사용한 전자제품이 제멋대로 움직이거나 사용자 개인정보를 퍼뜨리는 게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사물인터넷 발전속도에 걸맞게 보안도 철저하게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올해 초 유아용CCTV 생산업체인 트렌드넷을 강력히 제재하기도 했다. 도청위협에 대한 보안성이 매우 낮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연방거래위원회 조사결과 인터넷에서 700여 개의 유아용CCTV 촬영 영상링크가 그대로 유포되고 있었다. 유출된 영상에 곤히 자거나 뛰노는 아기와 어른들의 모습 등 고객 수백명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런 취약점이 공공연하게 드러나자 글로벌 보안업체인 시만텍과 시스코가 사물인터넷 보안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엥겔하르트 시만텍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은 지난 4월 “지금까지 IT기기의 정보를 디스플레이 창을 통해서 볼 수 있었지만 사물인터넷 시대에 센서로 동작하기 때문에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다”며 “보안에 대한 신뢰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세계최대 보안장비업체인 시스코는 지난 6월 상금 30만 달러를 내걸고 사물인터넷 보안 경연대회까지 열었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사물인터넷 기술이 깔려 있는 마트에 들어가면 고객이 어느 코너에 몇 분간 머물렀고, 어떤 물건을 사려다 망설였는지에 대한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시스코는 넘버원 보안회사이며 각국 정부는 시스코에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없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역설적으로 사물인터넷은 사람들의 모든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빅브라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보안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벼락처럼 다가올 사물인터넷 시대의 위협  
▲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개인정보보호법 제정과 보안프로그램 보급 등 보안대책이 시급하다. <뉴시스>

우리정부도 31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사물인터넷 보안을 위한 정보보호 로드맵’을 마련했다. 정부는 2017년까지 국내 보안시장 규모를 14조 원으로 지금보다 2배 이상 키우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안전한 사이버세상 구현을 위해서 정보보호 투자확대와 산업육성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며 “앞으로 ICT강국을 선도하는 세계 최고의 사이버 안전사회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사물인터넷 해킹에 따른 피해액이 국내에서만 2015년 13조 원에서 2017년 17조 원까지 늘 것으로 분석했다. 사물인터넷 보안사고가 업종에 관계없이 제조업 서비스업 국가기반산업 등에서 광범위하게 발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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