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의료 대란'이 현실화한 가운데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증원을 놓고 벼랑 끝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가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정부는 의대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의료 대란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이정근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직무대행이 2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 회의 및 행진 행사'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는 25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의협회관에서 전국 시·도 의사회의 장 등이 참여하는 대표자 확대회의에서 정부가 정책을 강행하면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은 "작금의 상황은 과거 2000년 의약분업 사태와 비견될 정도로 비상시국"이라며 "이를 막아 내기 위해 의료계 전체가 똘똘 뭉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국 의과대학 정원 2천 명 증원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협회는 이런 정책이 의학 교육을 부실하게 만들 뿐 아니라 의료비를 폭증시키고 미래세대에 이로 인한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증원과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료 선택권을 침해하고 의사의 진료권을 옥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협회는 이날 회의에서 향후 의료계 집단행동의 시작과 종료를 전 회원 투표로 결정할지를 묻기로 했다.
이번 투표를 통해 투쟁의 전열을 정비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대표자는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이렇게 행동에 나서고 있는데, 개원가 선배들이 가만있어도 되겠나. 향후 집단행동이든 준법투쟁이든 대응 방식에 대한 논의가 나올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도 의대 증원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의료 대란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이날 2천 명 규모의 의대 증원은 계속 필요한 인원으로 생각한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5일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기존 2천 명을 의사 측과 조율해 낮출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추계한 2천 명 자체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필요한 인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원래 필요했던 의사 충원 규모는 3천 명 내외이지만, 지금 정부는 여러 요건을 고려해 2천 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입장"이라며 "우리나라 17개 의대는 50명 정도 미만의 소규모 의과 대학인데,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라도 인원이 충원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조규홍 제1차장(보건복지부장관) 주재로 열고, 전공의 집단행동에 검경 협력체계를 구축해 신속한 사법처리를 추진키로 하고, 집단행동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하도록 보건복지부에 검사를 파견키로 했다.
정부는 진료중단이 확인된 전공의에 업무개시(복귀)명령 후 불응하면 '의사면허 정지·취소' 행정조치와 함께 고발 조치키로 했다. 또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와 배후세력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또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 응급실의 24시간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97개 공공보건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주말과 공휴일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기준으로 전국 100개 수련병원에서 모두 927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내면서 현재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수술지연과 진료예약 취소 등 의료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날 전국 의과대학을 졸업해 수련을 앞둔 신규인턴들도 임용을 포기하기로 하면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기는 더욱 쉽지 않아졌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