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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물인터넷에서 독자행보할까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7-31 21: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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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사물인터넷에서 독자행보할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세계적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사물인터넷을 주도할 기업으로 구글과 애플, 그리고 삼성을 꼽았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플랫폼 문제로 삼성의 지위는 애매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삼성이 사물인터넷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점쳤다.

이 말은 사물인터넷을 놓고 삼성이 처한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물인터넷은 삼성전자가 이재용체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분야다.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시대에 플랫폼을 가지고 있느냐가 IT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개발한 운영체제인 ‘타이젠’은 모바일시장에서 한 번도 선보이지 못한 채 의심의 시선만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불안한 타이젠을 앞세워 사물인터넷시장에 뛰어들 것인지, 아니면 사물인터넷시장에서도 구글의 울타리에 머물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는 ‘포스트 이건희’와 ‘포스트 스마트폰’이라는 두 가지 무거운 과제를 짊어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고민이기도 하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눈치 안 보고 살기 위해 멀고 험한 길을 갈 것인지, 구글의 울타리에서 계속 먹고 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 종속될 것이냐 독립할 것이냐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의 핵심은 결국 소프트웨어가 될 것으로 본다. 각기 다른 사물간 소통이 사물인터넷의 중심이기 때문에 그 소통을 가능하게 할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애플과 구글은 모바일의 중심이 되는 운영체제를 만들었고 다른 제조사들이 이에 종속됐다. 사물인터넷 역시 운영체제가 만들어지면 다른 제조사들이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게 된다. 사물인터넷시대는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회사에 종속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애플과 구글이 많은 인수합병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물인터넷시장에 대처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목적은 사물인터넷의 중심이 되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데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제조사들이 그 플랫폼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 플랫폼 개발에 온 힘을 쏟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아직 이 전쟁에서 한 발 뒤쳐져 있다. 다양한 전자기기를 직접 만드는 제조사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가 항상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등장할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 카 등 새로운 시장을 거머쥐는 곳은 플랫폼을 선점한 기업이 될 것”이라며 “타이젠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전과 자동차, 헬쓰 등 다양한 분야에 독자 플랫폼을 구축해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앞장서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이 주력하고 있는 타이젠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이재용, 사물인터넷에서 독자행보할까  
▲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생존 불투명한 타이젠의 미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삼성전자가 타이젠 스마트폰 ‘삼성Z’의 출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개발자 회의에서 삼성Z를 3분기 중 러시아에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안에 삼성Z가 출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타이젠 운영체제(OS)를 적용한 스마트폰 공개를 미룬 것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시작으로 올 초에 일본에서 타이젠 스마트폰 출시가 취소됐다.

타이젠 출시가 미뤄지면서 일부에서 타이젠의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출시를 연기한 이유가 타이젠 생태계를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타이젠은 개발초기부터 스마트폰 외에 가전제품 등 여러 기기 적용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융합플랫폼은 국제규격이 없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애플과 구글을 제치고 최정상에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오래 전부터 독자 운영체제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아직 큰 성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타이젠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그밖에 타이젠 앱 개발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큰 상금을 건 공모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 투트랙 전략 들고 나온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일단 사물인터넷시장에서 투트랙 전략을 선택했다. 타이젠을 공동개발한 인텔과 컨소시엄을 구성한데 이어 구글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현재 사물인터넷 관련 주요 컨소시엄으로 올씬 얼라이언스, 스레드 그룹, 오픈 인터커넥트컨소시엄 등이 구성된 상태다. 이들은 사물인터넷시장의 표준규격과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 등에 협력하고 있다.

지난 15일 신설된 컨소시엄인 스레드그룹은 사실상 구글이 주도하고 있다. 오는 9월 출범예정인 오픈 인터커넥트 컨소시엄은 삼성전자가 해외 IT기업들과 함께 구성했다.

삼성전자는 스레드그룹에 참여함과 동시에 오픈 인터커넥트 컨소시엄을 주도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스레드그룹을 통해 구글과 관계를 유지하고 오픈 인터커넥트 컨소시엄을 통해 자체 사물인터넷 생태계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사물인터넷에서 독자행보할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2년 1월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사장(왼쪽)에게 TV 전략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뉴시스>

◆ 사물인터넷에서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출까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 1위의 전자기기 제조사다. 하드웨어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워치시장에서 삼성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미국시장에서 판매된 스마트워치시장에서 78%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구글과 애플이 주도하고 있는 플랫폼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수민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초기 웨어러블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타이젠 띄우기에 나선 것은 궁극적으로 스마트폰에 이어 웨어러블과 스마트폰, 사물인터넷 등의 2차 플랫폼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마트워치만으로 사물인터넷의 성공을 점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갤럭시 기어는 내가 경험해 보려다가 반 나절 만에 바로 되팔아버린 유일한 제품”이라고 혹평했다.

지금의 1위 자리도 불안하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아이워치를 오는 10월 내놓을 경우 스마트워치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선보인 ‘삼성 스마트홈 서비스’도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삼성전자는 당시 앞으로 타이젠을 통해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삼성은 현재 타이젠을 탑재한 제품의 범주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기어시리즈, 카메라에 이어 TV도 출시한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 전시회 ‘CES 2015’에서 타이젠 TV를 공개한 뒤 3월 중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주요국가에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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