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마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등 임원진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올해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무능력·무책임 논란에 휘말리며 취임 1년여 만에 결국 경질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임원회의를 연 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정몽규 회장은 “저와 협회에 가해지는 질책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KFA 전략강화위원회는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권유했고 정 회장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 영입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은 정 회장은 사임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경질에 따른 위약금 발생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상의해보겠다. 혹시 문제점이 생기면 제가 재정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라며 사재 출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전력강화위원장은 아직 새로 논의되지 않았다. 논의해서 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차기 감독에 대해서도 정 회장은 “아직 상의된 바 없다. 전력 강화위원장을 선임해 조속히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겠다”라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뒤 344일 만에 경질돼 역대 최단명 축구 대표님 감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전까지 최단 재임 기간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의 462일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2023년 2월 파울루 벤투 전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의 뒤를 이어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시절 독일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1996년 유로 우승을 이끄는 등 큰 활약상을 보였고 특히 월드컵에서 통산 17경기 11골을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올린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도자로 부임한 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독일을 4강,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미국을 16강에 올려놓은 바 있어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에른 뮌헨과 헤르타 베를린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지도력에 대한 많은 비판을 받았고 해당 구단과 이별하는 과정에서 개인 페이스북 라이브로 어떠한 예고도 없이 사임을 발표해 현지 언론으로부터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구나 클린스만 감독이 헤르타 베를린을 비판하는 노트가 발견되면서 그에 대한 독일 내 반응이 험악해졌고 선수로써 ‘레전드’ 대우를 받던 위상을 추락시킬 정도로 그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로 자리매김했다.
▲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
클린스만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되자 독일 축구커뮤니티와 언론은 ‘한국 축구에 조의를 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임 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지 못하며 결국 선임 배경에는 정 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이 있었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팬들의 분노를 키웠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뒤 가진 3, 6월 평가전에서 역사상 최고의 멤버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무승’으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구나 클린스만 감독은 벤투 전 감독이 한국사회에 자연스레 녹아들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잦은 외국 출장과 해외 스포츠 미디어와의 인터뷰 등 대표팀 관련 업무에 불성실한 태도까지 더해져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1대0 승리 뒤 월드컵 예선, 바레인과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경기까지 6연승을 달리며 승승장구하며 분위기를 반전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리더십이 바닥을 보였다.
예선 1차전인 바레인전 이후 90분 정규시간 내 승리는 없었다. 손흥민과 김민재, 이강인, 황인범, 조현우 등 핵심 멤버에게 의존하는 무(無)전술로 인해 이들이 약팀을 상대로도 풀타임을 소화하게 만들었다. 결국 대표팀은 요르단과 4강전에서 유효슈팅 0개에 그치며 0대2 패배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역대 최고의 로스터라고 평가받는 선수단 구성에도 아시안컵 4강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우승'을 약속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불난 여론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웃으며 요르단 감독과 악수했고 축구팬들은 이 모습을 보고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아시안컵 뒤 한국으로 돌아온 클린스만 감독은 복귀 단 하루 만에 다시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귀향한 배경에는 정 회장의 허가가 있었다는 것이 전해지며 축구팬들은 정 회장의 사퇴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요르단과 4강전을 하루 앞두고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를 비롯해 신·구 선수들 간의 몸싸움 사건이 알려지면서 감독의 최우선 순위인 선수단 통제마저 소홀히 했다는 점이 드러나며 더는 대표팀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여론이 커졌다.
심지어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준결승전 패배의 원인으로 이강인·손흥민이 중심에 선 선수들 간 내분 사태를 꼽으면서 비판 여론을 더욱 키웠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 발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선수들과 축구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지난 12개월 동안 아시안컵 준결승전과 놀라운 여정을 함께 해주신 여러분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한국 축구의 앞날을 응원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