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세번째로 KDB생명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KDB생명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매각가격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책정하느냐가 매각 성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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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2014년에 매각을 추진했을 때보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재무건전성 지표 등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KDB생명은 올해 상반기에 순이익 821억 원을 냈는데 2014년 상반기보다 116.9% 늘었다. 시장점유율은 6월 말 기준으로 3.22%로 2014년보다 0.71%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지급여력(RBC)비율은 2014년보다 악화됐다. 지급여력비율이 높을수록 보험금 지급 여력이 높고 재무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92.4%인데 2014년 상반기보다 21.37%포인트 낮아졌다. 보험업계의 하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말 178.5%에서 개선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지급여력비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DB생명이 몸집을 부풀리기 위해 그동안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해온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저축성보험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적립금에 대한 부담이 큰 데다 새로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4)에서 적립금이 시장가치(시가)로 환산돼 부채로 집계된다.
운용자산이익률도 고금리 저축성보험의 영향을 받아 하락했다. 투자한 고금리 자산의 만기가 돌아오면 재투자를 해야하는데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KDB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올해 상반기 4.39%로 2014년보과 비교해 0.55%포인트 낮아졌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매각가격을 산정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인수하면서 8500억 원을 투자원금으로 넣었는데 산업은행이 ‘본전’을 찾으려고 하면 매각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KDB생명의 매각가격을 크게 낮추기도 쉽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이미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으로 국민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KDB생명의 매각가격을 큰 폭으로 낮춰 매각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매각가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며 “본입찰이 진행되면 시장상황과 장부가를 고려해 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KDB생명의 장부가는 6800억 원대로 추정된다.
산업은행은 2014년에 두 차례에 걸쳐 KDB생명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후보와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해 실패했다.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 M&A(인수합병)실과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은 10월13일까지 KDB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로부터 예비입찰서류를 받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