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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정책, '조기치료와 처벌' 균형 필요"

조장우 기자 jjw@businesspost.co.kr 2024-02-02 11: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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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정책, '조기치료와 처벌' 균형 필요"
▲ 비즈니스포스트는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와 중증 정신질환자의 처우 및 강력범죄 대책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제일 중요한 건 중증 정신질환자의 조기치료다. 좋은 환경과 분위기에서 치료받을 수 있어야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중증 정실질환자 문제를 두고 ‘조기치료 환경조성’과 ‘강력범죄 무관용 처벌’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다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중증 정신질환자 처우 관련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제 교수는 다만 죄질이 나쁜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무관용으로 처벌하면서 치료를 병행해 공공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습격한 만 15세 소년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강력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2019년 경남 진주 주민 5명을 살해한 ‘안인득 사건’, 2023년 ‘서현역 흉기난동 최원종 사건’에 이어 중증 정신질환자의 강력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중증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 교수에게 강제입원을 포함해 중증 정신질환자 관련 의료 및 형사정책에 관한 현안에 대해 들었다.

- 중증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제입원 만이 대책이라고 보는지?

"강제입원만이 최선은 아니다. 정신질환은 ‘조기 치료’가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정신병원에 가면 의사 1명 당 환자 60명 가까이를 진료한다. 환자가 의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치료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정신질환자 평균입원 일수가 100일을 훨씬 넘는다. 다른 질환으로는 100일 넘게 입원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신질환에 차별적 환경인 셈이다. 이런 편견이 ‘조기 치료’를 더디게 만든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중증 정신질환자의 평균 입원기간은 2014년 116.8일에서 2015년 134.2일, 2016년 124.1일, 2017년 130.5일, 2018년 131.5일로 꾸준히 100일을 넘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터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정책, '조기치료와 처벌' 균형 필요"
▲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은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범죄나 사회적 논란이 시작되는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 응급입원(강제입원)을 의뢰할 주체로 경찰관과 구급대원, 의사 등으로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공 안전과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서는 비자의입원 기간을 단기간으로 한다는 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런 전제 하에 72시간 입원시키는 응급입원은 의료전문가의 판단 아래 입원할 수 있게 하고,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 사회 안전을 확보하되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일반적으로는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자해할 요소가 적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응급상황이 없다면 기본적으로 환자를 설득해 ‘자의 입원’을 하도록 하는 게 제일 좋다."

현행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정신질환복지법)’에 따르면 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 정신질환자를 ‘발견한 사람’이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과 임호선 민주당 의원,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한 정신질환복지법 개정안에는 응급입원의 의뢰와 동의할 수 있는 주체의 범위를 경찰관, 구급대원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해외국가들은 중증 정신질환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인권 존중의 정신질환 치료가 가장 발달된 선진국 중의 하나인 미국에서는 비행 또는 폭력 등 범죄와 정신질환이 관련되어 있는 경우 조기치료로 연결하기 위해 700개가 넘는 정신건강법원(Mental Health Court)이 있다. 이 법원들은 중범죄를 저지르는 정신질환자들이 사전에 경범죄를 저지르는 신호가 나타난다는 것에 착안해 만들어진 전문법원이다.

미국은 어떤 범죄자에게 정신과적 질환이 의심되면 치료와 재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재판을 받을래 치료를 받을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료를 받는 것을 선택한다."

제 교수는 한국의 경우 치유보다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오히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범죄자의 재범률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 소년법과 치료감호법 모두 처벌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치료감호법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에 한정해서 치료감호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결을 받지 않으면 치료를 강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인터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정책, '조기치료와 처벌' 균형 필요"
▲ 20년 가까이 중증정신질환자의 처우와 법률문제를 연구한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열악한 치료환경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신질환과 관련된 낮은 의료보험수가 문제를 해결하고 정신과 의사 정원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비즈니스포스트>
- 중증정신질환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범죄자들이 심신미약을 악용해 법정에서 주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어떤 것이 있나.

"정신질환자의 경우에도 살인, 성범죄와 같은 죄질이 나쁜 중범죄자의 경우에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중범죄자가 심신미약을 통해 감형을 노리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재판부나 입법자가 모두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1972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로젠한 교수가 정상인 7명을 정신과 의사에게 보내 거짓 질환을 말하도록 해 입원하도록 만드는 실험을 한 사건(이른바 로젠한 실험)이 있다. 이들은 의사의 판단에 따라 80일 가까이 입원했다. 

이 실험은 사이언스지에 실려 미국이 발칵 뒤집어지기도 했다. 다시 말해 범죄자들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죄질을 먼저 생각해 악질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처벌을 내리고 만약을 위해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본다."

- 중증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만 한다면 사회경제적 손실도 클 것 같은데 독자와 정책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 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능도 뛰어나고 학력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법학전문대학원에서도 정신과 문제로 입원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이 사람들이 자기관리를 하면서 다시 취업하고 직장생활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현재는 취업과정에서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너무 심하다. 취업할 때 의사가 취업해도 좋다는 확인서류를 요구하는 기업도 존재하고 취업률이 10%가 안 된다.

기업입장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배려하고 채용하게 되면 조직문화도 한결 부드러워질 수 있고 사회경제적 손실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3년 상반기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고용률은 1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자격취득이나 취업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법은 40여 개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 민법 전문가이면서 또한 20년 가까이 정신질환자 인권 문제를 연구해 권위자로 꼽힌다. 정신질환자 처우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지.

"법무부로부터 2007년 무렵 민법상 성년후견(과거 행위무능력자) 제도의 개선책을 마련해달라는 연구 의뢰를 받으면서 정신질환자의 인권 문제에 연구초점을 맞추게 됐다.

현재는 아산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정신장애인 권익옹호기관 모델 개발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정신장애인의 인권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사회기관에서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역할과 책임을 구체화하는 시범 사업이다.

고의와 과실, 책임능력 등 법률적 판단에 기초가 되는 요소들이 모두 정신작용 및 심리작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연구가 너무 적었다는데 문제의식을 갖게 돼 20년 가까이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제철웅 교수는 1961년 10월28일 경상남도 산청에서 태어나 1990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신장애인 전국권익옹호기관 단장과 사단법인 후견·신탁연구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 출간한 저서로는 ‘위험사회와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행사와 기원(공저)’과 ‘정신건강과 법(공저)’ 등이 있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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