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02-02 10: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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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1·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사업방향을 선회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시행하고 재건축초과이익 부담도 낮추기로 하면서 리모델링사업의 설 곳이 좁아지고 있다.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던 곳도 재건축사업으로 돌아서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기존 리모델링 조합 해산을 위해 주민들이 압박을 넣는 사례도 나온다.
다만 현실적으로 노후계획도시특별법 대상지역에 포함된 모든 단지가 재건축을 진행하긴 어렵다. 건설사들도 철저히 사업성을 따지고 있어 시공사 선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활한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려면 리모델링사업에도 혜택을 부여하는 등 현실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떠오른다.
2일 도시정비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사업을 돌리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 주민들이 리모델링 조합 해산을 요구하고 있는 서울 대치2단지 아파트 전경. <네이버 부동산>
대표적 사례가 서울 대치2단지다. 2008년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했지만 2022년 9월 수직증축 공법 관련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포기하면서 사업이 늘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주민들이 지난 1월27일 강남구청 관계자들을 만나 재건축 조합 구성을 위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리모델링 조합 해산방안에 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300여 명은 리모델링 조합 해산 총회 소집을 거부하고 있는 조합에 행정처분을 요구하기도 했다. 리모델링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적용을 받는 재건축과 달리 주택법을 따른다. 주택법을 보면 구청이 직권으로 조합을 해산할 수 있다.
리모델링 조합은 해산하면 그동안 들어갔던 사업비를 조합 집행부가 책임져야 하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응봉 대림1차 단지도 2007년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사업을 추진했지만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응봉 대림1차 주민들도 리모델링 조합 해산을 최근 요청했다.
다만 성동구청은 “기존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 17년 동안 들인 비용을 보전해주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기존 조합과 재건축 추진위가 합의하도록 권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 강변현대 리모델링 조합은 시공사 선정에 나선지 1년6개월 만에 해산절차를 밟고 있다.
54개 단지 가운데 27개 단지에서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면서 리모델링 시장을 주도했던 평촌신도시도 재건축으로 사업을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평촌신도시재건축연합회에 따르면 54개 단지 가운데 41곳이 재건축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들이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사업방향을 선회하려 하는 것은 정부가 앞서 발표한 1·10 부동산 대책(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이 촉매가 된 것으로 보인다.
1·10 대책의 핵심은 이른바 재건축 패스트트랙이다. 아파트를 지은 뒤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을 생략하고 재건축추진위원회나 조합을 먼저 설립한 뒤 안전진단은 사업계획승인 전까지만 받도록 도정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재건축사업은 안전진단이 뒤로 미뤄진 만큼 시공사부터 선정한 뒤 대여금 등을 통해 안전진단 과정을 진행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사업은 주민들이 돈을 걷어 안전진단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더욱이 3월12일까지 입법예고를 진행하고 있는 노후계획도시특별법(4월27일 시행) 시행령 제정안에는 특별정비예정구역에서 통합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조례로 정한 비율 이상의 공공기여를 하면 안전진단이 면제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불만이 올라올 수밖에 없다. 재건축은 안전진단 문턱을 낮추면서 리모델링은 더욱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1층을 필로티(비어있는 공간)으로 설계하고 1개층을 올려 리모델링을 하는 방식을 수직증축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수평증축만 허가받아도 해당 방식을 추진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수직증축에 따른 2차 안전진단을 추가로 거쳐야 해 주민들의 안전진단 비용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서정태 서울시리모델링주택협의회 회장은 “서울에 있는 리모델링 단지들 대부분이 1층을 팔로티 구조로 전용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안전진단 안전성 검토가 추가돼 사업지연과 비용상승이 예상된다”며 “이 문제는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도 해당되는 문제다”고 말했다.
▲ 서울 응봉 대림 1차 단지 전경. <네이버부동산>
여기에 국토부는 3월27일부터 재건축아파트를 장기 보유한 1가구, 1주택자에게 초과이익 부담금을 최대 70%까지 감면해주는 내용의 재건축초과이익환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도 입법예고 했다. 정비사업 혜택이 재건축에 집중되고 있어 리모델링사업이 더욱 시들해질 공산이 커졌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정부는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다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 사업방향을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패스트트랙은 법 개정이 필요해 야당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2월 정부가 발의한다고 해서 4월 총선 전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섣부른 결정이 독으로 돌아올 수 있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모든 단지가 정부 계획에 포함된 용적률 상향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특히 역세권이 아닌 단지나 통합재건축이 쉽지 않은 곳들은 용적률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사업성이 제한돼 재건축을 추진하더라도 시공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리모델링사업 관련 정책을 보완해 재건축과 연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떠오른다.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사들은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재건축 단지 수주를 하지 않으려 하는 선별수주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들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리모델링사업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