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1-25 14:02:39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급격한 기후변화로 집중호우 피해가 점점 심각해져 수자원 관리 고도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가 수자원위성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취임 후 위성센터 시설과 인력은 물론 기술 확보에도 나섰다. 수자원위성 발사가 이뤄지면 위성을 통한 효율적 수자원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1월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25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전날(24일) 독일항공우주청(DLP)과 ‘수자원위성 영상레이더 품질 최적화 기술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독일항공우주청은 항공·우주 분야 연구 및 기술을 담당하는 독일 연방 과학·연구 기관으로 영상레이더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영상레이더는 라디오와 적외선 사이의 파장과 주파수를 가진 전자기파인 마이크로파를 지표면으로 보낸 뒤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상을 획득하는 능동형 센서 기술을 뜻한다. 태양광이 필요한 전자광학 센서와 달리 악천후와 밤낮을 가리지 않은 운용이 가능하다.
한국수자원공사와 독일항공우주청은 올해 3월부터 관련 핵심기술 개발과 협력사업 발굴 등 국제공동연구에 착수한다.
윤석대 사장은 2023년 6월 취임 이후 수자원위성센터 건립을 통한 지상운용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3년 7월부터 8월까지 채용 공고를 내고 위성활용기술 소프트웨어 개발, 위성데이터 검·보정 및 활용 전문기술을 위한 특수직(기간제 근로자)을 모집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수자원위성센터 건립공사 입찰 공고를 올리고 12월에 입찰을 마무리했다. 이외에도 전기공사, 소방공사 감리용역, 건설사업관리용역 등 입찰도 진행했다.
수자원위성센터는 세종특별시 금병로 551일대에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로 만들어진다. 센터건물에는 일반 업무시설부터 통합운용실, 위성통신 장비실 등 특수업무 통제시설도 마련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윤 사장 취임 이전에는 수자원위성 지상운용체제 구축 사업 예산 집행률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설과 인력 예산 집행이 지연되다 윤 사장 취임 이후 해소되는 모습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022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2022년 42억 원의 예산을 편성받았으나 그 가운데 1억4600만 원(3.5%)만을 집행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와 관련해 "사업 첫 해의 실집행 부진은 다음연도 사업비 집행에 영향을 미쳐 연례적인 실집행 문제를 유발할 우려가 크다"며 "환경부가 첫 해의 사업 지연에도 불구하고 목표 시점까지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사업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또 "수자원공사는 2023년 2명의 신규채용을 전제해 인건비 예산을 편성했는데 2023년 6월 기준 2명의 채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2023년도에도 인건비 미집행 금액이 상당부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자원 관리에 위성을 활용하고 있지만 수자원위성센터가 건립되면 그 기능과 효용성은 지금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현재 북한 댐 방류 등을 대비하기 위한 고해상도 위성영상을 활용한 모니터링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윤석대 사장은 2023년 8월10일 태풍 카눈 대응을 위해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수자원 위성을 적극 활용하여 북한 접경지역을 관측하고 이상 징후가 있을 시 관계기관과 정보를 공유하여 즉시 대응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다만 현재 대한민국의 위성 정보를 활용한 수자원 관리는 한계점이 명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성준 건국대학교 사회환경플랜트공학과 교수는 2018년 발표한 ‘수자원분야의 위성영상 활용 현황과 전망’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수자원관련 인공위성 영상정보의 활용능력은 현재 선진국대비 20~3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지금까지 수자원분야에서 인공위성 영상의 대부분의 활용은 수문모형의 입력자료로서 토지피복도를 사용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황의호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위성센터장 또한 2023년 12월15일 발행한 물 정책·경제 저널 38호 ‘수자원위성 개발 및 지상운용체제 구축현황과 전망’ 논문에서 “(우리나라 위성은) 주로 기후관측, 해양환경 모니터링, 통신 및 방송서비스, 지형공간정보 확보 등의 목적을 위해 개발되어 수자원 관리를 위해 적용하고 이용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자원·수재해 전용 위성을 활용한 수자원의 효율적 관리, 홍수 및 가뭄 모니터링 및 대응, 물 산업 해외진출 지원 등을 위한 관측인프라 확보 및 기술 개발은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수자원위성 시스템 구축은 한국수자원공사가 기후 대응 및 수자원 관리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다. 윤 사장 체제에서 사업 추진 및 기반 수자원위성 운용 시스템 구축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5년 전문 수자원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5호기를 발사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다만 발사를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25년 한 해에만 차세대중형위성 2, 3, 4호기를 발사할 것으로 알려져 5호 발사 일정이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공식적으로는 2025년이 맞다”면서도 “지금 국제 정세도 그렇고 일정이 앞으로 변경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선진국들은 이미 전문 수자원위성을 도입해 기후 대응 및 수자원 관리에 나서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와 프랑스우주청(FSA)은 2022년 12월1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지표수·해양지형(SWOT·Surface Water and Ocean Topography) 위성을 스페이스X로켓을 통해 발사했다.
SWOT 위성은 우주에서 지구의 바다와 호수, 강 등을 관찰해 지구 물 시스템을 조사하는 전문 수자원위성이다. 나사가 쏘아올린 위성 가운데 수자원 정밀관측만을 위해 발사된 위성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이 위성을 통해 미국과 프랑스는 전 세계 수백만 개 호수와 강을 세밀하게 관측할 수 있게 됐다. 해수면 상승의 속도와 해안선의 변화도 확인이 가능하다.
미국과 프랑스 과학자들은 SWOT으로 얻은 정보를 활용해 기후변화 연구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과학자들은 물의 순환, 해수의 기능, 가뭄 지역 수자원 관리, 홍수 예측, 강수량 변화 원인 등을 이해하는데 이 위성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프랑스우주청은 “SWOT 위성은 수문학(물을 연구하는 학문)의 혁명을 보여준다”며 “현재 기술보다 10배 더 나은 능력으로 (해수와 담수를) 관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