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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릭스, 왜 한국기업에 눈독들이나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7-30 20: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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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오릭스, 왜 한국기업에 눈독들이나  
▲ 미야우치 요시히코 오릭스 회장

일본 금융기업 오릭스가 국내 인수합병시장에서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

오릭스는 지난해 STX에너지를 인수한 뒤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되팔았다. 올해 들어서도 현대그룹의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을 사들이고 현대증권 인수전에 나섰다.

오릭스는 STX에너지를 인수하면서 ‘투기자본’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처음에 강덕수 STX그룹 회장을 돕는 재무적투자자(FI)였으나 STX그룹이 위기에 처하자 바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오릭스는 STX에너지 인수 뒤 5개월 만에 GS-LG그룹 컨소시엄에 경영권을 넘겨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미야우치 요시히코 오릭스 회장은 “경영권 인수에 순수한 투자와 전략적 투자가 있다”고 말했다. 순수한 투자는 지분을 산 뒤 비싸게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략적 투자는 그 기업을 오릭스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릭스는 한국기업에 대해 전략적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종철 오릭스 한국투자총괄 대표는 “한국기업들의 전략적 중장기 성장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오릭스가 걸어온 길을 보면 오릭스가 말하는 순수한 투자에 가깝다. 

오릭스는 1964년 일본에서 설립돼 리스업부터 투자은행과 생명보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사업영역을 넓힌 종합금융그룹이다. 오릭스의 총자산은 2013년 말 기준으로 117조 원에 이른다. 1970년대부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 지금은 27국에 800여 개의 연결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오릭스는 2010년 사모펀드인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를 설립하면서 한국에 진출했다. 4년 동안 저축은행 2개를 인수하고 여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 정책으로 풍부해진 자금과 엔저현상에 힘입어 한국에서 매물로 나온 기업들을 사냥하고 있다.

  일본 오릭스, 왜 한국기업에 눈독들이나  
▲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을 오릭스에 넘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과 인수용 특수목적법인(SPC) 지분을 놓고 협상에 나섰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오릭스는 현대그룹 편일까 롯데그룹 편일까

오릭스는 최근 인수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놓고 롯데그룹과 협상에 들어갔다.

오릭스는 현대그룹이 보유한 택배물류기업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를 약 6200억 원에 인수했다. 오릭스는 오릭스가 70%를 투자하고 현대상선이 30%를 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오릭스는 이어 이 법인 지분 일부를 롯데그룹에 넘기는 협상을 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동안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으나 실패했다. 롯데그룹은 오릭스와 협상을 통해 우회적 방법으로 현대로지스틱스를 손에 쥐려고 한다.

롯데그룹은 오릭스가 확보한 특수목적법인 지분 70% 가운데 35%를 1250억 원에 인수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오릭스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 먼저 인수할 권리를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릭스의 이런 행보는 사실상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을 놓고 롯데그룹과 현대그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대그룹도 현대로지스틱스를 오릭스에 넘겨주면서 특수목적법인의 지분 30%를 확보한 것은 뒷날 경영권을 되찾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그룹을 구조조정하면서 가능한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채권단의 압력에 밀려 결국 오릭스에 넘겼다.

오릭스는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면서 오릭스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현대그룹이 우선적으로 사들이는 옵션에 대해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이 다시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다른 인수 후보자들과 함께 경쟁해야 한다.

오릭스가 만일 롯데그룹에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용 특수목적법인의 지분 35%를 넘길 경우 이 법인의 지분은 오릭스 35% 롯데그룹 35% 현대그룹 30%의 황금분할이 이뤄진다. 따라서 오릭스는 뒷날 더 많은 베팅을 하는 곳에 경영권을 넘길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 놓게 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영권을 넘기면서 이후 지분을 되살 권리를 포기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동부그룹만 해도 지난 5월 KTB프라이빗에쿼티가 구성한 컨소시엄에 동부익스프레스를 매각하면서 2017년 지분을 되살 권리를 계약조항에 추가했다.

오릭스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인수에 나설 때 오릭스가 현대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한다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오릭스가 지분 인수 이후 곧바로 롯데그룹과 협상에 나서면서 '오릭스는 과연 누구 편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됐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릭스는 돈의 편”이라고 말했다.

오릭스는 2005년 롯데그룹과 아사히맥주를 포함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로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협력한 전례가 있다.


◆ 현대증권 인수는 전략적 투자를 노리는 것인가

오릭스는 현대증권 인수의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오릭스는 국내에서 이미 저축은행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어 현대증권을 인수할 경우 국내에서도 종합금융그룹의 형태를 갖추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일본에서도 다양한 금융서비스 사업을 벌인 경험이 있는 만큼 현대증권을 인수할 경우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오릭스는 2010년 푸른2저축은행을 인수해 OSB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 11월 스마일저축은행도 인수했다. 또 오릭스렌텍과 오릭스캐피탈 등 리스 관련 계열사도 한국에 법인을 만들었다.

여기에 현대증권과 매각 때 패키지로 묶인 현대저축은행 및 현대자산운용까지 더하면 국내에서도 종합금융그룹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오릭스가 현대증권을 단독으로 인수할지 혹은 다른 사모펀드와 손을 잡을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릭스가 단독으로 현대증권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는 “오릭스는 금융회사 운영경험이 풍부한 만큼 증권사를 운영할 때 따로 전략적 파트너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오릭스가 그동안 우리투자증권이나 LIG손해보험 인수전에서 사모펀드와 손을 잡았던 점을 고려해 현대증권 인수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대증권 내부에서도 오릭스에 대한 거부감은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의 한 관계자는 “오릭스가 어떤 형태로 인수에 나서든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말했다.

이런 반응은 오릭스가 그동안 국내기업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오릭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시장에서 약 1조 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오릭스는 정책금융공사 및 KT캐피탈과 2011년 ‘한일상생펀드’를 구성해 자동차부품기업 서진오토모티브와 광학기기 제조기업 오에프티에 투자했다. 또 그해에 미래에셋생명 우선주 300억 원어치를 사들이고 2012년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에 1천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일본 오릭스, 왜 한국기업에 눈독들이나  
▲ 2012년 12월6일 이병호 전 STX에너지 사장(오른쪽)과 일본 오시마 오릭스 글로벌사업본부장이 3600억 원 규모의 외자유치 본계약 체결식을 갖고 있다.

◆ 오릭스의 한국 저축은행 진출

오릭스는 엔화자금을 바탕으로 해외기업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오릭스 전체이익의 40%와 매출의 30%가 해외에서 나온다.

오릭스는 오래 전부터 제로금리에 가까웠던 일본시장 대신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진출을 꾀했다. 초저금리인 일본자금을 끌어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한국에 투자하면서 이득을 보는 형태였다.

오릭스는 1975년 장기신용은행 등 국내 금융사와 합작해 한국개발리스를 설립했다가 외환위기 당시 철수했다. 그뒤 2002년 한화그룹과 함께 대한생명 지분을 일부 인수하면서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자동차 리스회사인 오릭스오토캐피털코리아를 설립해 국내 자동차 리스 시장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오릭스는 2010년을 기점으로 한국진출을 확대했다. 아베 총리가 내세운 아베노믹스에 따라 돈이 풀리고 엔화가치가 떨어진 것이 무기였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엔저현상도 지속중”이라며 “이를 감안한 일본계 자본이 한국시장 진출에 큰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릭스는 2010년 10월 푸른2저축은행을 1250억 원에 사들여 OSB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는 일본계 기업 중 최초로 국내 저축은행을 인수한 사례다. 지난해 11월 스마일저축은행도 품에 안았다.

오릭스는 일본에 비해 한국의 경우 개인대출에 대한 규제가 덜 엄격한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법정 최고이자율이 연 20%이나 한국은 39%다.

한국 저축은행들이 대부분 부실에 시달린다는 점도 오릭스에게 이점으로 작용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들은 “오릭스가 한국에서 사업하는 것이 수익성이 높다고 계산했다”고 말했다.

◆ 오릭스는 STX에너지에서 2400억을 어떻게 벌었나

오릭스는 2012년 국내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일부 대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이 틈을 파고 들어 인수합병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2012년부터 2년에 걸쳐 벌어진 STX에너지 인수 및 재매각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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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오릭스는 STX그룹이 2012년 말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재무적 투자자’가 되겠다며 3600억 원을 투자했다. 오릭스가 2007년 STX엔파코에 195억 원을 투자하면서 STX그룹과 친분을 맺었다.

오릭스는 투자금 대신 STX에너지 지분 43.1%와 교환사채를 받았다. 교환사채는 일정시일이 지날 경우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의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사채를 뜻한다.

오릭스는 STX그룹과 주식매매계약을 맺으면서 ‘배임을 막는다’는 명목을 내세워 STX에너지의 주요자산 가치변동에 따라 지분을 재조정하는 옵션을 요구했다. 오릭스는 당시 STX에너지의 주요자산 가치를 6천억 원으로 매겼고 앞으로 자산가치가 떨어질 경우 지분을 최고 88%까지 늘릴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오릭스는 지난해 4월 STX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이 권리를 행사하고 교환사채 등을 통해 STX에너지 지분을 50.1%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자 STX그룹은 ‘불평등 조항’에 따른 것이라고 반발했고 분쟁으로 비화됐다.

오릭스는 지난해 7월 산업은행 분쟁조정에 따라 추가적으로 돈을 투입해 STX에너지 지분을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오릭스는 모두 6300억 원을 투자해 STX에너지 지분 96.35%를 보유하게 됐다. 당시 STX에너지의 회사가치는 약 1조 원으로 추정됐다. 이를 고려하면 오릭스는 헐값으로 STX를 손에 넣은 셈이다.

오릭스는 곧바로 STX에너지 매각을 추진했다. 오릭스는 지난해 12월 GS-LG그룹 컨소시엄에 STX에너지 지분 72%를 넘겼다. 인수가격은 약 6천억 원으로 알려졌다. 오릭스는 투자원금을 완전히 회수했다.

오릭스는 여전히 STX에너지 지분 24%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이 지분 가치는 24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오릭스는 STX에너지에 투자하고 1년 만에 투자원금 대비해 40%의 수익을 거뒀다. STX에너지는 이름이 GS이앤알로 바뀌었다.

투자업계 일부에서 STX에너지 인수 및 매각에서 보여준 오릭스의 모습을 놓고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사서 매각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론스타’와 비슷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릭스가 탈법행위를 한 점이 없다는 점을 들어 한국 투자업계의 허약함을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종철 오릭스 한국투자총괄 대표는 STX에너지를 매각할 당시 “외국계기업이 이익을 취했다는 이유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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