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건설사 수장들이 연초부터 입을 모아 강조한 ‘안전 문화’ 정착 구호가 이어진 인명 사고에 빛이 바랬다.
특히 포스코이앤씨에서 벌어진 잇단 사망사고 여파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면허 취소 가능성을 언급해 건설업계 긴장감이 높아졌다. 특히 10대 건설사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중요도가 높아진 안전사고 방지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 이재명 대통령이 7월29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 사망사고를 겨냥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대통령실>
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결과’를 보면 올해 토목건축업종 건설사 2800여곳의 시공능력평가 총액(299조627억 원) 가운데 신인도 평가액은 34조8086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17조8366억 원)의 두 배에 이르며 시공능력평가 내 비중도 11.6%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시공능력평가는 공사 발주자가 적절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가 건설사 공사실적과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 4가지를 종합평가하는 제도다. 해마다 7월31일 순위를 담은 결과가 발표되며 건설업계 내에서 위상을 알 수 있는 대표적 가늠자로 여겨진다.
이 가운데 신인도 평가는 사고·과징금·영업정지·협력업체 평가 등이 종합 반영되는 감점 및 가점 요소로 작용한다.
그동안 신인도 평가액은 시평 내 비중이 한 자릿수에 중요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 두 자릿수(10%)에 진입했고 올해 비중은 더 늘어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분위기다.
10대 건설사는 특히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1조 원 안팎에서 판가름나는 만큼 안전 관리에 따른 신인도 평가액을 더욱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국내 건설업계 순위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1위 삼성물산과 2위 현대건설을 제외하면 3~10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 펼쳐졌다.
올해 3위 대우건설과 7위 포스코이앤씨의 시공능력평가 총액은 각각 11조8969억 원과 9조8973억 원으로 집계됐다. 10대 건설사 순위가 촘촘히 형성돼 있는 셈인데 격차도 1조9996억 원으로 지난해 3위(대우건설)와 7위(포스코이앤씨) 격차 2조5962억 원 대비 크게 줄었다.
10대 건설사 기준으로는 신인도 평가의 중요도가 전체 업계 대비 높기도 하다.
통상 시공능력평가 항목별 중요도는 ‘공사실적-재무·경영상태-기술-신인도’ 순이다. 올해 전체 건설사 기준 시평 항목별 비중을 봐도 공사실적이 40.5%로 가장 높고 경영평가(32.7%)와 기술평가(15.2%), 신인도평가(11.6%) 등이 뒤를 잇는다.
다만 올해 10대 건설사 기준으로는 공사실적액(39.2%)과 경영평가액(33.5%)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은 전체 업계와 상황이 비슷하지만 신인도평가 비중은 17.1%로 기술능력평가 비중 10.1%를 웃돈다. DL이앤씨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신인도 평가액이 기술능력평가액보다 높다.
▲ 올해 10대 건설사 기준 신인도평가액의 비중은 기술능력평가액 대비 높았다. 그림은 올해 시공능력평가 자료 갈무리.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0대 건설사가 결국 사고 하나에 건설업계 위상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뒤바뀌는 상황도 맞닥뜨릴 수 있게 된 셈이다.
특히 최근 포스코이앤씨에서 잇달아 벌어진 사망사고 여파에 정희민 사장이 취임 1년도 안돼 물러났고 이재명 대통령이 ‘면허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경고 수위를 높여 긴장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고 예방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긴장감을 놓지 않고 분위기를 주시하고 있다”며 “시평순위는 하락하면 도시정비사업 수주전 등에서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이는 요소다”고 설명했다.
이미 국회에서도 건설업계 안전사고를 겨냥한 법안이 고도화되면서 건설사들은 ‘속앓이’를 하는 상황이었다.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인은 6월말 공사 주체별 책임과 의무를 명시하고 안전관리 의무 소홀시 최대 1년 이하 영업정지나 연매출 3%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을 발의했다.
문진석 의원 등 발의자 11인은 제안이유서에서 “건설현장 사고를 줄이려면 발주자와 시공자 등 상대적으로 권한이 큰 주체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실제 사고 책임은 권한이 적은 하도급 시공자와 건설종사자가 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안전사고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 만큼 해당 법안 추진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는 사고 예방을 포함한 신인도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면서도 사후 처벌에 집중하기보다 근원적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본다.
전영준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조금 더 근원적 문제인 건설산업의 구조적 문제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사후 처벌 강화를 통해 당장의 정책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사고예방과 같은 정책도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