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의회가 대만 기업에 부과하던 이중과세를 폐지하는 법안 시행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의회 의사당.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의회가 대만 기업들에 부과하던 이중과세를 폐지하는 법안을 구체화해 내놓았다. TSMC가 가장 큰 수혜를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에서 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총통이 당선된 데 이어 해당 법안을 통해 미국과 대만 사이 협력관계가 더 강화된다면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는 대만 기업들과 노동자에 부과하던 이중과세를 폐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세금 관련 패키지 법안을 발표했다.
이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이 합의해 내놓은 법안인 만큼 입법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9월 미국 상원을 통과한 대만 이중과세 폐지 법안은 대만 기업들이 미국에 더 활발하게 투자하고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을 한다.
미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은 이전까지 미국과 대만에 모두 세금을 내야만 했기 때문에 상당한 금전적 부담을 안고 있었는데 법안이 시행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법안이 정식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와 대만 사이 협약이 필요하다.
최근 대만 총통선거에서 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민주진보당(DPP) 후보가 당선된 만큼 순조로운 논의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미국 의회가 처음 이중과세 폐지 법안을 추진할 때부터 이는 사실상의 ‘TSMC 지원법’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 400억 달러(약 53조7천억 원)를 들이는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만약 TSMC에 이중과세가 부과된다면 최고 세율은 50%에 육박하고 미국 공장에서 근무하는 대만 노동자들도 두 국가에 모두 세금을 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미국 의회가 해당 법안을 시행하기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내면서 TSMC가 미국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할 만한 환경이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TSMC는 최근 건설작업 지연 등 이유를 들어 미국공장 가동 시기를 2024년 말에서 2025년으로 늦췄다. 이를 계기로 다시 투자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블룸버그는 “대만 기업들은 그동안 미국의 불합리한 세금 정책으로 투자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며 “이중과세 폐지가 투자를 가속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12월6일 TSMC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다만 미국이 대만과 협정을 맺고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유도한다면 중국에서 상당한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대만의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만큼 미국과 대만이 별도로 협약을 체결하는 일을 민감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라이칭더 총통 당선으로 중국이 강력한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정부를 더욱 자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이전에도 대만 이중과세 폐지 법안이 처음 의회를 통과하자 중국의 일부인 대만과 경제 및 무역 협력을 논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반발하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TSMC는 애플과 엔비디아, AMD와 인텔 등 미국 주요 반도체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파운드리공장이 대만에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중국이 대만 무력침공과 같은 위협을 강화한다면 TSMC의 사업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미국 입장에서 TSMC의 투자 확대를 더 적극적으로 이끌어 반도체 공급망 차질 가능성을 낮춰야 할 만한 이유에 해당한다.
결국 대만 이중과세 폐지 법안은 중국의 반발에도 더욱 활발하게 논의될 공산이 크다.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갖추고 있는 TSMC가 미국의 지원 법안으로 수혜를 보는 일은 삼성전자와 인텔 등 경쟁사에는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TSMC가 미국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늘려 현지 고객사 수주를 확대하기 더욱 유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의 반발이 미국과 대만의 이중과세 폐지 논의에 여전히 큰 걸림돌로 남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