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1-12 15: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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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임기 마지막 해 시작부터 석유화학, 배터리소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부진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G화학이 석유화학에 이어 배터리소재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까지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삼중고에 처했다.
실적 악화를 불러온 업황 문제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로 2번째 대표이사 임기의 마지막 해를 맞이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의 어깨에는 어려운 업황 속 실적을 개선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이 얹히게 됐다.
12일 석유화학업계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올해 LG화학 전통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사업부문 업황을 두고 경고음이 꺼지지 않고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올해 초 석유화학산업을 놓고 “2024년 경기 회복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수요는 안정(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공급과잉이 계속해서 수익성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세계 에틸렌 생산설비 신규 증설량 예상치는 2024~2026년 모두 합쳐 1600만 톤인데 이는 수요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이전까지만 해도 85% 이상이던 세계 에틸렌 생산설비 가동률이 2024~2026년 평균 80% 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동률 추정치는 79%가량이다.
여기에 수요 측면에서도 세계 최대 석유화학제품 소비국인 중국발 불안이 끝나지 않았다는 전망도 함께 나왔다. 중국은 LG화학을 포함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주력 수출 시장이다.
3년 전부터 불거진 중국의 부동산 유동성 위기는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며 석유화학 수요가 회복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주요 경제지표들도 실제 중국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이고 있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각각 3개월 연속, 15개월 연속 하락했다. 앞서 2일 중국의 지난해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도 3개월 연속 경기수축을 의미하는 ‘50 미만’을 기록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도 지난해 말 내놓은 ‘석유화학산업 현황 및 3대 리스크 점검’ 이슈보고서에서 △수요 둔화 장기화 우려 △중국발 공급과잉 심화 △고유가에 따른 원가경쟁력 악화 등이 올해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를 대표하는 신 부회장도 석유화학산업의 위기를 강하게 짚어왔다.
지난해 한국석유화학협회장을 맡은 신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화학산업의 날 기념식, 10일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잇따라 수요 부진, 공급 과잉, 고유가 탓에 석유화학업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고부가(스페셜티), 저탄소, 친환경으로의 사업구조 개편을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업구조 개편’은 신 부회장이 2019년부터 LG화학을 이끌며 가장 공들여 추진해 온 경영전략이다.
신 부회장의 LG화학은 석유화학업계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재편을 이뤄가는 기업으로 첫손에 꼽힌다.
LG화학 배터리사업부는 2020년 12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으로 출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영업이익 2조 원을 넘길 정도로 LG화학을 넘어 LG그룹의 캐시카우로 자리를 잡았다.
이어 신 부회장은 배터리소재, 친환경소재, 글로벌 신약을 LG화학의 3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소재인 양극재를 주력으로 하는 첨단소재 사업부문은 2022년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에 육박(9230억 원)하며 LG화학 자체 사업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다만 2024년을 맞아 지난해 실적 추산 및 발표와 이어지는 올해 전망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다소 부정적 요소들이 있다.
신 부회장에게 2024년은 LG화학 대표이사 2번째 임기 마지막 해라는 의미가 있다. 새해 출발부터 아쉬운 상황으로 보여진다.
이미 바닥인 석유화학 사업에 더해 배터리소재 사업과 배터리 자회사에서도 실적 둔화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부문에서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도 기록했을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지난해 1~3분기에는 누적 영업손실 270억 원을 기록했다.
LG화학 첨단소재 사업부문은 원재료인 메탈가격 하락에 따라 양극재 판매가격이 떨어진 탓에 지난해 1분기(2150억 원)부터 매 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지난해 4분기에는 500억 원대까지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도 2022년보다 35%가량 축소된 6천억 원가량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9일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2조1632억 원,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3382억 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는데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놓고 ‘어닝쇼크(실적충격)’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당초 시장 추정치인 5900억 원을 크게 밑돈 탓이다.
▲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오하이오주 배터리공장. <얼티엄셀즈>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은 LG화학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추정치 기준 80%에 가까울 만큼 기여도가 높다.
첨단소재 사업부문의 배터리소재 사업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사업의 실적 부진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전방 산업인 전기자동차 시장 성장 둔화가 깔려 있는데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재고가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수요 둔화가 겹쳤다”며 “이에 완성차업체가 재고 소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배터리 주문량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신 부회장의 방향성은 변함없이 뚜렷하다. 배터리소재를 중심으로 3대 신성장동력 육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신 부회장은 10일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몇 년 동안 30% 이상씩 성장해온 배터리 산업은 최근 주춤하지만 여전히 성장률 20%를 보인다”며 “최근 슬로우 다운(성장 둔화) 현상은 나타났지만 이렇게 성장하는 시장은 없다”고 말했다.
올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LG화학에 호재가 하나둘씩 생겨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양극재 수익성 회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