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1-11 16: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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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품을 떠난다. 김대중 전 대통령 권유로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한 지 23년 만이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과 날카로운 각을 세우는 동시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거듭 강조했다. 보수적 색채를 지닌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과 연대에 관한 비판도 김대중 대통령의 예를 들며 반박했다.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가운데)가 1월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거대 양당의 독식이라는 정치구조를 바꾼다는 명분에 동의한다면 어떤 세력과도 연대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총선을 앞둔 제3지대 ‘빅텐트’ 구축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떠나는 이유로 ‘거대 양당의 독식구조’ 타파를 꼽았다. 현재의 정치구조로는 나라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 전 대표는 “지금의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는 만큼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려면 정치구조부터 바꿔야한다”며 “현재의 양당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정치구조를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공자의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에 비유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지금의 민주당을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사라진 ‘방탄체제’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근거로 총선 국면에서 이재명 대표와 날카롭게 대립할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됐다”며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 탈당에 관해 얘기를 나눌 것인지를 묻자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11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의 강성지지층으로부터의 비난과 공격도 탈당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는 점을 밝히면서 ‘포용’이 김대중 정신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 받았다”며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고 포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전날 민주당을 탈당한 원칙과상식 의원들과 이미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 예약도 원칙과상식 소속인 김종민 의원 명의로 이뤄졌다.
이에 더해 양당 독점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어떤 세력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제3지대 ‘빅텐트’를 위해 이 전 대표가 보폭을 넓힐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석 전 대표와 연대에 관한 질문에 이낙연 전 대표는 “양당 정치 독점 구도 깨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협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향해온 바가 다른 제3지대 정당들의 연대를 정당화하는 명분도 김대중 정신에서 찾았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뒤 이어진 백브리핑에서 서로 노선이 다른 제3지대 연대에 관한 질문에 “김대중 대통령은 당신과 정 반대의 보수 지도자와도 연립정부를 꿈꿨고 아주 보수적인 사람들에게 통일부 장관 안기부 장관을 시켜서 국정을 잘 운영했다”며 “지금 제3지대에서 만난 사람들은 DJ가 만난 사람들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에서 자신의 탈당을 만류하는 것을 두고는 ‘만시지탄’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비판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 소속의원 129명은 이 전 대표의 탈당과 신당을 만류하는 성명서를 통해 이 전 대표의 탈당과 신당 창당에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의 성명서를 두고 “기자회견을 목전에 둔 상황에 그런 말을 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런 노력을 (당의) 변화를 위해 썼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 기념식에서 언급했던 '야권통합'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다른 부분을 강조하며 자신과 문 전 대통령의 뜻이 다르지 않다고 해석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전까지 문 전 대통령과 탈당 및 신당 창당과 관련해 대화하거나 연락한 적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귀국 후 두 번 뵙고 국가나 당에 대한 우려를 교환한 적 있다"며 에둘러 대답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의 말씀 중에 정치가 다시 희망을 만들어야 낸다는 말에 주목했다"며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문 전 대통령의 우려와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1952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다. 광주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치권에 들어왔다. 호남에서 4선을 한 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남도지사에 당선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초대 국무총리로 발탁됐으며 2020년 21대 총선에선 서울 종로에 출마해 5선 의원이 됐다. 2021년 의원직을 내려놓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이재명 대표에게 패배했다. 2022년 대선과 지선 이후 미국에 체류하다 2023년 6월 귀국해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