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국내증시에선 각종 사건사고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 결과 증권업계가 리스크 관리 강화 필요성을 느끼고 연말인사에서 수장들을 대거 교체하는 강수를 내놨다.
▲ 2023년 여의도 증권가에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
우선 4월에 ‘라덕연 사태’로 불리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차익거래결제(CFD) 주가조작 사태가 터져 나왔다.
당시 8개 종목 (다올투자, 다우데이타, 선광, 하림지주,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세방)이 갑작스럽게 하한가까지 내린 것이다.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대주주 비중이 높아 시중 유통물량이 적었다는 것인데 라덕연 일당은 CFD 파생상품을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끌어올리는 치밀한 방법을 사용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를 주요 거래 창구로 함으로써 오랜 기간 감시망을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이를 인지해 수사에 들어갔다는 첩보를 입수한 일부 공모자가 주식을 처분하고 나오면서 공포심리에 따른 연쇄 매도가 발생한 것이다.
이후 CFD를 취급하던 증권사들의 계좌에서 대량의 반대매매가 나오면서 미수채권이 발생했다. 그 결과 증권사들이 충당금을 쌓으면서 실적 타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주가조작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다우데이타 주식이 폭락하기 직전 대량 매도함으로써 막대한 차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책임을 지고 사퇴한 상태이나 여전히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후 10월엔 영풍제지가 갑자기 하한가까지 내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마찬가지로 특별한 호재가 없었음에도 올해 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9배 가량 뛰다가 갑작스럽게 폭락한 것이다.
주가조작 세력이 이번에 이용한 방법은 미수거래였다. CFD와 비슷하게 레버리지(차입)를 일으키는 방식인데 상대적으로 증거금률이 낮은 키움증권 창구를 활용했다.
이처럼 비위 사건들이 터져나오며 국내 증시 신뢰도가 하락하자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증권업계는 대대적인 대표이사 교체로 쇄신에 나섰다. 지난해 안정성을 우선시해 대표이사를 대부분 유임시켰던 점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가장 풍파가 많았던 키움증권에서 먼저 11월
황현순 전 대표이사 사장을 11월 교체하고 나섰다.
이후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에서 수장이 모두 교체됐다.
대형 증권사들이 이처럼 대대적으로 대표를 교체하는 광경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밖에 현대차증권, 메리츠증권도 수장을 바꿨다.
또한 교보증권, 대신증권, SK증권, 하이투자증권, DB금융투자, 한양증권 등도 내년 3월 현 대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대표 교체 바람이 불어오는 상황에서 위 증권사들도 새 수장을 맞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올해와 달리 내년은 전세계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증권업계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부동산PF 업황 불안 및 내부통제 리스크 등 위기요인들은 여전히 산재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새 얼굴들이 다가오는 청룡의 해 어떤 방식으로 역량을 발휘해 위기를 헤쳐나갈 지 이목이 쏠린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