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상무부가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전수조사해 중국에 의존하는 정도를 파악하려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상무부가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포괄적으로 조사해 중국에 의존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 대중국 규제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정부에서 그동안 실시했던 중국 반도체 무역규제가 여러 허점을 보였다는 비판을 받은 만큼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더욱 엄격한 제재안이 논의될 공산이 크다.
로이터는 22일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반도체 수입에 따른 국가 안보 문제를 우려해 공급망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구형 공정으로 생산된 반도체를 수급하고 있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수 년 동안 중국 기업들이 미국 반도체 제조사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해온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자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충분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두고 반도체 지원법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미국 내 반도체공장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도 자국 기업을 향한 금전적 지원을 확대하며 공격적인 생산 투자를 이끌고 있는 만큼 미국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첨단 반도체 규제정책을 시행한 뒤 중국은 오래된 공정 기반의 반도체 생산에 금전적 지원을 더욱 확대했다”고 전했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규모의 경제효과를 확보해 낮은 가격에 반도체 공급을 확대할수록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 기업들이 중국산 제품에 의존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자체 기술력으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구형 공정을 활용하는 레거시 반도체 시장에서는 여전히 세계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
상무부는 중국 반도체산업 성장을 견제하고 미국의 자급률을 높이려면 레거시 반도체도 중장기적으로 강력한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전체 반도체 공급망을 대상으로 사실상의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이유는 결국 더 엄격하고 치밀한 제재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중국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사진. < SMIC > |
그동안 바이든 정부에서 실시한 대중국 반도체 무역규제가 큰 효과를 보지 못 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화웨이와 SMIC가 최근 7나노 미세공정 프로세서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한 일은 미국 정부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바이든 정부가 규제를 시행한 주요 목적은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에 활용되는 7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을 막기 위한 것이었는데 사실상 실패에 그치고 만 셈이기 때문이다.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가능한 가장 강력한 대응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무부가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점검을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인민해방군에 군사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중국 기업이 미국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여전히 핵심 기술 라이선스를 사들이고 있다는 의혹도 로이터를 통해 제기됐다.
결국 미국 정부가 이번 조사를 통해 추가 대책을 내놓으며 더 이상 대중국 규제에 이러한 허점이 발견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반도체산업 견제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바이든 정부에 중요한 숙제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임에 도전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기존의 대중국 규제와 관련한 비판 여론을 넘어서지 못 한다면 지지율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내년 중 미국 정부에서 더욱 강도 높은 제재안이 발표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블룸버그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상무부가 준비하고 있는 다음 대응 단계에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관세나 새 무역규제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