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화웨이가 선보인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의 성능이 수 년 전 출시된 프로세서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화웨이가 개발하고 SMIC에서 제조한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성능이 대만 TSMC에서 생산된 제품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진다는 테스트 결과가 나왔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규제에 맞서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은 분명한 한계를 맞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로 꼽힌다.
20일 IT전문지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화웨이 ‘기린9000S’ 프로세서의 전력 효율과 그래픽 성능이 2020년 출시된 ‘기린9000’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기린9000S는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에 탑재된 프로세서다. 최초로 SMIC의 7나노 미세공정을 통해 생산된 반도체로 업계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를 다수 도입했음에도 중국이 이를 극복하고 자체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기린9000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TSMC에 맡겨 왔지만 미국 규제가 본격화된 이후에는 협력 관계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약 3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SMIC에 위탁생산을 맡겨 후속 제품인 기린9000S를 선보인 것이다.
그러나 톰스하드웨어의 반도체 성능 테스트에서 새 프로세서의 성능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난 만큼 중국이 진정한 첨단 반도체 자급체제를 구축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졌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자체 7나노 반도체를 적용한 스마트폰 출시를 발표한 뒤 중국의 기술 발전 상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동안 중국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여러 규제가 첨단 미세공정 기술 발전을 막지 못했다면 정책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정부는 이전부터 SMIC와 화웨이의 반도체 기술력을 두고 부정적 시각을 보여 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아 켄들러 상무부 수출통제 차관보는 최근 의회에서 “(화웨이 반도체의) 성능이나 생산 수율은 현재 시장에 출시된 제품과 대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프로세서 안내 이미지. <하이실리콘> |
그는 화웨이가 수 년 전 출시한 반도체보다 신형 프로세서의 성능이 훨씬 뒤떨어질 것이라며 미국 정부 규제가 중국의 기술 발전을 막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톰스하드웨어가 보도한 성능 실험 결과로 상무부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 셈이다.
그러나 화웨이와 SMIC의 7나노 반도체 설계 및 생산을 계기로 중국을 향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일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7나노 프로세서 출시를 발표한 뒤 약 1개월만에 중국에 수출되는 반도체 장비 등을 대상으로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도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에 미국의 안보를 지켜낼 수 있도록 가능한 가장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