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이런 외형 확장에 걸맞는 수익성 확대를 위해 B2B(기업간거래) 비중을 높이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수익성 확대를 위해 B2B 비중을 높인다. < LG전자 >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이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해 비교적 안정적이며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와 냉난방공조(HVAC시스템),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등 B2B 사업 확대에 더욱 힘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G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 매출 실적을 내지만 경기 침체와 공급망 불확실성으로 인해 영업이익 규모는 그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익성 높은 B2B사업을 확대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84조370억 원을 낼 것으로 바라봤다. LG전자는 지난해(83조4673억 원)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최고 매출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영업이익 규모는 사상 최대였던 2021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2021년에 4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영업이익은 3조7천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LG전자가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새로 쓰면서도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데는 업황악화로 TV사업의 수익성이 후퇴한 점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6.4%에서 올해 2.9%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력인 가전사업은 업황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방어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여겨진다. 가전사업을 맡은 H&A사업본부는 영업이익률이 2021년 8.2%에서 올해 7.1%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H&A사업본부의 수익성 방어에는 B2B 사업확대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비쳐진다.
LG전자 뉴스룸은 올해 3분기 실적을 놓고 “생활가전은 시스템에어컨 등 냉난방공조를 앞세운 B2B 비중확대 등이 호실적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조주완 사장이 내세운 B2B 비중확대 전략이 가전사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 셈이다.
LG전자의 B2B 사업 확대는 조 사장의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다.
조 사장은 7월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미래 비전 기자간담회에서 B2B 사업을 3대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삼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 사장이 B2B 사업영역을 확장하면 LG전자의 수익성 개선세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B2B 사업은 B2C(고객대상) 사업보다 통상 수익성이 높은 경향이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B2B 상거래는 대규모 주문과 장기계약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이런 점은 기업이 이익 마진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LG전자가 기존사업에서 다져놓은 기술 및 고객기반이 충분히 성숙해 B2B 사업의 수익성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B2B로 꼽히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오랜기간 투자를 이어왔다. 전장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오랫동안 영업손실이 이어지다 규모가 올라온 2022년부터 흑자사업으로 돌아섰다.
▲ 자동차 전장(전자장비)가 탑재되는 차량 실내. < LG전자 >
이와 관련해 조 사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3’에서 “전장사업이 10년 만에 턴어라운드(흑자 전환) 했다”며 “우리는 가전 사업을 통해 고객 경험을 축적했고 이를 통해 다른 업체보다 전장 사업을 잘할 수 있는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가전과 전장 이외 분야에서도 B2B 사업영역을 적극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조 사장은 특히 최근 부진을 나타냈던 TV사업의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B2B 사업인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상업용 광고 혹은 정보용 디스플레이 장치)'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를 통해 기존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사업에 차별화 요소를 더하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G전자는 “클라우드 기능을 더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접목해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시장 지위를 공고히 다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B2B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BS사업본부에도 힘을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BS사업본부는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서빙 로봇, 물류 로봇 등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조 사장은 12월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직원과의 소통행사인 ‘CEO 펀톡'을 열고 “BS사업본부는 버티컬 솔루션(특정 산업 특화) 사업 확대를 통해 B2B 전문 조직으로 성장을 도모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소비 둔화에 따른 B2C 수요부진을 B2B 매출 확대로 상쇄하며 양호한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며 “LG전자 B2B 매출 비중은 2024년 28%로 2021년 14% 대비 3년 만에 2배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조 사장은 더 나아가 2030년까지 B2B 매출비중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조 사장은 2030년까지 매출 100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0조 원을 B2B 사업매출로 채운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LG전자가 올해 준수한 실적을 냈는데 B2B 부문의 성장도 일부 보탬이 됐다”며 “2030년 목표달성을 위해 B2B사업에 보다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