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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감축 난항에 '밀실회담' 소집한 자베르, COP 종료 전 합의 안간힘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3-12-11 13: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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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감축 난항에 '밀실회담' 소집한 자베르, COP 종료 전 합의 안간힘
▲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이 10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우리는 실패하면 안 된다(Failure is not an option).”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이 기후총회의 상황을 놓고 한 말이다.

총회 종료를 하루 앞둔 자베르 의장은 산유국 ‘마즐리스(Majlis)’ 즉 밀실회담을 소집하는 등 난항에 빠진 화석연료 감축 논의를 진전시키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산유국들과 비산유국 사이 의견 차이가 커 실제 합의가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10일(현지시각)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자베르 의장은 이날 ‘마즐리스(Majlis)’를 소집했다.

마즐리스는 아랍어로 회의실을 의미하는 말로 다양한 회의를 지칭할 때 쓰이나 이번과 같은 국제회의에서는 아랍 국가 대표들의 밀실 회담을 뜻한다.

자베르 의장이 이번에 아랍 국가들의 밀실 회담을 소집한 이유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중심으로 산유국들이 화석연료 감축을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이 공개한 석유수출국기구 공식 서한에 따르면 하이탐 알 가이스 석유수출국기구 사무총장은 6일(현지시각) “산유국들은 에너지 시장 개편,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아닌 화석연료 감축에 관한 일체의 협상을 거부하라”고 말했다. 

이어 “화석연료 업계를 향한 과도하고 불합리한 압박이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부 장관도 10일(현지시각) 공식적으로 “사우디는 화석연료 감축에 관한 일체의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화석연료 감축 난항에 '밀실회담' 소집한 자베르, COP 종료 전 합의 안간힘
▲ 2021년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오른쪽)을 만난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왼쪽). <위키미디아 커먼스>
세계 원유 생산량 2위를 차지하는 사우디는 석유수출국기구의 수장 역할을 맡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회의실에 모인 각국 장관급 대표들은 자베르 의장과 자유롭게 화석연료 감축에 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무슨 논의가 오고 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자베르 의장은 마즐리스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우리 모두가 다음 회의 때는 각자 해결책을 준비한 상태로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에 이번 마즐리스가 현재 ‘완전 정체(dead-lock)’에 빠진 화석연료 감축 논의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5년 파리협정 때에도 조약 승인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 국가들이 마즐리스와 비슷한 방식의 회의로 합의에 도달한 적이 있었다. 당시 사용된 회의 방식은 '인다바(indaba)'로, 의견 상충이 일어나는 부분이 정리될 때까지 회의를 지속하는 것을 뜻한다.  

자베르 의장이 이처럼 화석연료 감축 합의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이번 기후총회가 이대로 끝나면 ‘실패’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 감축 난항에 '밀실회담' 소집한 자베르, COP 종료 전 합의 안간힘
▲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평가한 목표별 연간 온실가스 감축량. 각국의 현행 정책 시행시 2030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하늘색), COP28 서약 실행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량(회색), COP28 서약 실행시 배출량(주황색), 2050년 넷제로 달성 시나리오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초록색). <국제에너지기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OP28 현장에서 합의된 사항들을 종합하면 2030년까지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30%밖에 달성할 수 없다는 분석을 10일(현지시각) 소식지를 통해 내놨다.

이 분석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등 각국의 현행 정책 목표뿐 아니라 이번 COP28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를 비롯해 130개국 이상이 참여한 재생에너지 생산량 3배 확대 서약과 연간 에너지 사용 효율 2배 개선 작업 등이 포함됐다.

그 결과 그간의 모든 합의 사항들을 완벽하게 지킨다고 가정하면 2030년 기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4기가 이산화탄소 환산톤(Gt CO2eq)이 감축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가 9월 발표한 '탄소중립 로드맵'에 담긴 필요 감축량 13기가톤과 비교해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COP28에서 나온 기후대책들은 좋지만 충분하지는 않다(Good, but not good enough)”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자베르 의장이 이제까지 화석연료 퇴출 문제로 인해 의장직 적격성을 놓고 환경단체들의 의심을 받아온 점을 짚었다.

그는 또 11월에는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과 영상회의에서 "화석연료 퇴출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발언했다가 여러 국제단체들과 기후학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의심과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해 자베르 의장은 "COP28은 의장이 나서서 화석연료 퇴출에 관한 합의를 문서화하려고 시도한 첫 번째 회의"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자베르 의장 본인의 논란과는 별개로 화석연료 감축 필요성에 공감하는 각국 대표들도 현장에서 한 목소리를 냈다.

기후피해가 심한 태평양 섬나라 가운데 한 곳인 마셜제도의 티나 스티지 기후특사는 10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1.5도 목표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화석연료의 완전 퇴출만이 기후위기를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도 목표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세계 각국이 지키기로 약속한 목표다.

독일의 제니퍼 모건 기후특사도 COP28 현장에서 “모든 국가들이 지금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해야 한다”며 “우리 가운데 일부(산유국들)는 이번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1.5도 목표를 지키지 못했을 때 발생할 피해를 향한 경고도 이어졌다. 특히 미국은 식량안보 위협을 우려했다. 

미국 식량안보에 관한 기후특사인 케리 파울러는 10일(현지시각) 기조연설을 통해 “1.5도 목표를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모두 심각한 식량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농업 분야는 기온상승이 1.5도를 넘게 되는 순간 더 큰 문제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식량 생산이 극단적으로 줄어 과거에는 흉년으로 꼽혔던 해가 미래에는 풍년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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