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신탁사들이 정비사업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 사례도 여전히 없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토지신탁이 금정역 역세권 재개발 수주 과정에서 시공사(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의 공사비 증액 가능성에 제동을 건 것이 대표적이다. 시공사가 계약 과정에서 공사비 증액 가능성을 열어두자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신탁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2일 시공사가 제출한 트리펠리체 금정 사업제안서가 입찰지침을 위반했다고 소명 회신 통지를 보냈다. 이와 함께 홍보활동을 일체 금지하고 위반이 확인되면 즉시 군포시에 신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시공사는 한국토지신탁에 공문을 보내 입찰지침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사비 증액 관련 갈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신탁사가 주민들의 이익을 지켜낸 사례로 꼽힌다.
신탁 방식을 채택해 사업이 급물살을 탄 사례도 있다. 신길10구역 재개발사업은 2004년 추진위원회 설립 이후 13년 동안 조합조차 설립하지 못했는데 2018년 한국토지신탁이 사업을 맡은 뒤 3개월 만에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확보했다. 현재 하이엔드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을 적용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탁 방식 정비사업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정부는 신탁사에게 힘을 보태던 태도를 바꿔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정부는 2022년 8월16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서 도시정비 조합의 전문성 부족에 사업이 장기화되는 사례가 빈발하자 신탁업체의 역할을 늘리는 방안으로 신탁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와 장려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1월28일 국토부는 공정한 계약체결과 주민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정비사업 신탁사 역할과 책임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사업관리를 신탁사가 직접 수행하도록 하고 초기사업비는 신탁사가 직접 조달하도록 규정했다. 신탁사 관련 잡음이 일어나자 국토교통부에서 칼을 뺐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