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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그룹 이해욱 국감 패스 끝 산재 청문회 출석, 의원 말 경청하며 자세 낮춰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3-12-01 15: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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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그룹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211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해욱</a> 국감 패스 끝 산재 청문회 출석, 의원 말 경청하며 자세 낮춰
이해욱 DL그룹 회장(오른쪽)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왼쪽)이 12월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청문회를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사실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연습을 해왔지만 의원 분들 말씀을 들어보니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 기업보다 더 현장, 안전을 생각하시는 것 같아 생각할수록 부끄럽습니다.”

“준비해온 숫자 같은 것은 전혀 필요가 없을 거 같습니다. 지적해주신 것 이상으로 심사숙고해서 말뿐만이 아닌 변화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이것은 저의 약속이며 회장으로서 임직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두문불출형 리더’로 알려진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청문회장에 직접 나서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고 안전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 회장이 직접 국민들 앞에서 공언한 만큼 DL그룹이 산재 리스크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를 벗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DL그룹은 이 회장의 청문회 소환이 확정된 이후에야 산재 사고에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여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향후 행보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시선도 떠오른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청문회 내내 겸손한 태도로 의원들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이번 청문회를 세심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청문회를 앞둔 11월22일 자신의 명의로 된 사과문을 주요 일간지에 올리고 "DL그룹 작업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근로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산재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는 이 회장의 청문회 소환이 확정되자 11월20일 본사 앞에 차려진 사망노동자의 분향소를 방문해 유가족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아울러 유족과 사과문 일간지 게재, 자체 사고조사보고서 및 재발방지대책 제공, 민사상 손해배상금 지급 등에 합의했다.

DL건설은 최근 최고경영자(CEO) 직속 안전경영위원회를 개최하고 올해 초 수립한 안전경영계획을 점검하고 내년 안전보건 목표 수립에 착수했다. DL이앤씨는 안전보건시스템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점검을 진행하는 한편 협력사 경영진과의 심층 면담도 실시했다.
 
DL그룹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211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해욱</a> 국감 패스 끝 산재 청문회 출석, 의원 말 경청하며 자세 낮춰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12월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DL그룹이 국회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봐도 이 회장이 어느 정도로 철저히 준비를 했는지 읽을 수 있었다. DL이앤씨와 함께 청문 대상이 된 SPC그룹이 제출한 보고서와 비교 대상이 될 정도였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 회장 옆자리에 앉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향해 “SPC의 재조사 보고서에는 ‘왜?’ 라는 질문이 없는데 참고가 필요하면 DL이 제출한 보고서가 있으니 봐라”며 “DL 측은 비교적 성실하게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청문회장에서 위원들의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차분하게 답변했다.

이은주 의원은 DL그룹의 사업장에서 반복된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최저 입찰 경쟁을 하면서 공사비와 일정 자체를 단축해야 이익이 남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 의원의 지적을 듣자 “대한민국의 어떤 건설회사보다도 공사비용과 공사 기간 산출 문제와 관련해 가장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라고 자부할 수 있다”면서도 “다시 한 번 가서 파악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회장이 앞서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정감사에 불참한 점과 DL그룹의 안전 대책 미흡을 비판했다.

그는 “국회에서 불러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답을 해 달라고 그랬는데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불출석을 했다”며 “안전 예산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안전조치가 된 것도 아니라면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서 그냥 거짓말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안전 예산은 지난해와 비교해 29% 늘어났으며 사건이 하나만 나더라도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이 있지만 당연히 저희의 관리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자 작업 중지권을 요청하기 어려운 DL이앤씨 사업장의 분위기가 잇따른 산업재해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니냔 분석을 내놨다.

그는 “DL이앤씨에서 올해 10월31일까지 근로자 작업 중지권 요청이 얼마 있었는지 확인해봤더니 61건이었다”며 “경쟁업체인 삼성물산은 같은 기간 동안 16만3679건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은 근로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포상도 하고 작업 중지로 발생하는 손해를 원청사가 보전해주고 있는데 이 정도가 되니까 안전에 유의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해 “저희도 근로자 작업 중지권과 혹시나 작업 중지권을 행사했을 때 돌아갈 수 있는 불이익과 관련한 보장과 인센티브를 실시하고 있으나 다시 한 번 점검을 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DL그룹 건설계열사 DL이앤씨 사업장에서 가장 많은 8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이 회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을 요구받았다. 당시에는 석연치 않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정감사에 불참했다.

하지만 민주당 주도로 산업재해 청문회가 열리게 되면서 이 회장은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산재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과 함께 청문회장에 결국 불려나오게 됐다. 
 
DL그룹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211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해욱</a> 국감 패스 끝 산재 청문회 출석, 의원 말 경청하며 자세 낮춰
▲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월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청문회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 회장의 국회 출석은 국감에 처음 소환된 지 7년 만에 이뤄졌다. 그는 부회장이던 2016년과 2017년에도 각각 수행기사 갑질 논란과 하도급 불공정행위 관련으로 증인 채택됐으나 해외출장을 사유로 불참했다.

이해욱 회장은 1968년 서울 출생으로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3남2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10년 동안 유학했다. 미국 덴버대학교의 경영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응용통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대림엔지니어링에 대리로 입사해 석유화학과 건설 부문을 오가며 대림산업(현 DL이앤씨) 구조조정실 부장,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부사장, 대림코퍼레이션(현 대림) 대표이사, 대림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다.

2019년 그룹에 몸담은 지 24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에 그룹 회장에 올랐다. 이후 대림에서 DL로 그룹 이름을 바꾸는 등 그룹 이미지 개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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