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해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자신의 사퇴는 방통위 기능 정지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사표가 수리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제가 위원장 직을 사임하는 것은 거야의 압력에 떠밀리거나 정치적 꼼수가 아니라 오직 국가와 대통령을 위한 충정 때문”이라며 “야당이 국회에서 추진 중인 탄핵 소추가 이뤄질 경우 그 심판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방통위가 사실상 식물상태가 되고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 과정에서 국회가 마비되는 상황은 제가 희생하더라도 피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탄핵을 추진하는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거대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이는 탄핵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거야의 횡포에 준엄한 심판을 내려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저는 어떤 자리에 있더라도 대한민국의 글로벌 미디어 강국 도약과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이날 진행될 예정이었던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전날 대통령실에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비정상적 방통위 운영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방통위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4명으로 구성된 5인 합의제 기구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민주당 몫으로 방통위원에 추천된 최민희 전 의원 임명을 하지 않고 기존 위원들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면서 방통위는 2인 체제로 운영돼왔다. 방통위는 이 위원장이 취임한 8월 말부터 현재까지 대통령이 지명한 방통위원 2인(이동관·이상인)이 주요 안건을 의결했다.
또한 이 위원장이 지난 9월18일 가짜뉴스 근절방안을 발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설치하자 언론을 검열하는 시도라며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여기에 이 위원장이 보도전문채널 YTN과 연합뉴스TV를 각각 유진그룹, 을지학원에 매각하기 위해 최다액출자자 변경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서 민주당의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방통위는 지난 11월16일 전체회의에서 YTN과 연합뉴스TV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에 대한 기본계획을 의결했지만 28일 이 위원장 탄핵안이 제출되자 29일 결정을 보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사퇴가 알려지자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비판했다.
국회 과방위에서 이 위원장과 날선 공방을 펼쳐왔던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을 회피하고 방송 장악을 완료하겠다는 것”이라며 “범죄를 저지르고 먹튀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자진사퇴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탄핵안을 국회 본회의에 두 차례 보고하고도 표결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11월28일 제출했던 이 위원장 탄핵안은 윤 대통령의 사퇴 수리로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국정 수행 형태라서 예상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꼼수를 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미국 하버드 대학교 행정학 석사를 취득받았다.
1985년 동아일보사에 기자로 입사해 정치부장,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해 공보특별보좌역을 맡으며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언론특보 등을 역임했다.
2021년 윤석열 후보 선대위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을 맡았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외협력특보를 맡다가 7월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됐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녀 학폭 무마 의혹과 언론 장악 논란 등이 제기되면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