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20대 국회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전속고발권 유지를 주장하는 공정위와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5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상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만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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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
이번 개정안 공동발의에 국민의당 의원 외에도 김해영·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회찬 정의당 의원, 김종훈·서영교 무소속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두루 참여했다.
개정안은 위법성이 중대하고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 부당지원행위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보복조치 △조사방해행위 등 7대 반시장행위에 대해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7대 반시장행위에 대해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이 수사해 기소할 수 있다.
채 의원은 “그동안 담합 등 은밀한 반시장행위에 대해서 강제수사권이 없는 공정위가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자진신고(리니언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면이 있었다”며 “초기 단계에 강제수사권이 발동돼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형사처벌과 행정제재를 강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 들어 야권에서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 단장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33명은 6월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5개 법률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전속고발권이 사라지면 고소고발이 남용되고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한해에 공정위와 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되는 분쟁조정이 8천 건이나 되는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이들이 모두 고발건으로 둔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법적 분쟁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속고발권이 공정거래법 위반 피해당사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반론도 있다. 최근 3년 동안 공정위의 고발건수가 61건으로 저조한 것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만 공정거래기구가 전속고발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폐지론에 힘을 싣는다.
공정거래법상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1996년 도입됐다. 일반 시민과 주주 등이 고발권을 남용해 기업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대신 이를 견제하는 장치로 검찰총장이 고발요청권을 부여받았으나 2015년 SK건설 담합혐의 고발을 요청할 때까지 한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공정위가 고발에 소극적으로 나서며 시장경제를 어지럽히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고 2012년 대선 때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여야 후보 모두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2013년 국회에서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가 일어났다. 그 결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유지하되 감사원, 조달청, 중소기업청에 고발요청권을 주는 방향으로 법률이 바뀌었다.
하지만 고발요청권 도입 효과는 크지 않았다. 2014년과 2015년 공정위 이외의 기관에서 고발을 요청한 건수는 12건에 그쳤다. 중소기업청이 9건, 조달청이 3건을 고발 요청했고 감사원은 한번도 고발 요청을 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