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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자본주의]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확대, 국회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김태한 thkim@kosif.ofg 2023-11-24 08: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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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자본주의]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확대, 국회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10월20일 국민연금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2023년 5월 기준 국민연금의 가입자 수는 2225만 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인구가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국민연금제도 도입 초기 가입요건에 맞지 않아 가입하지 않은 노령인구를 고려한다면 향후 인구대비 국민연금 가입율은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 연금에 가입되어 있지 않는 대다수 국민이 국민연금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그야말로 전 국민의 돈인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모든 돈(국민연금 기금)이 연금가입자로부터 받은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2023년 8월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규모는 997조 원이다. 국민연금은 도입 이래 가입자로부터 777조 원의 연금 보험료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 315조 원을 연금 수급자에게 지급했고 약 11조 원 가량은 운영비 등으로 지출했다고 한다.

기금의 현재 규모와 수입 및 지출의 수치가 맞지 않는데 그 차액인 546조원은 기금 운용 즉 투자를 해서 벌었다고 한다. 

돈을 가만히 두면 그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10년 전 만 원의 가치와 지금 만 원의 가치는 같지 않다. 과거와 달리 만 원으로는 점심 한 끼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오늘날의 물가다.

국민연금은 과거에 가입자로부터 받은 돈을 미래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더군다나 가입자가 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주도록 설계되어 있다. 단순히 물가 인상률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구매력을 기준으로 더 많은 돈을 돌려준다. 

연기금의 책임투자는 가입자의 돈을 지키기 위한 방안 

미래에 더 많은 돈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지급액보다 수입이 많아야 함은 당연하다. 국민연금의 수입원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가입자로부터 받는 연금보험료 수입이고 다른 하나는 기금의 운용을 통해 얻은 투자수익이다.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여 가입자 수를 늘리는 것이 연금고갈을 막는 근본적 대책이지만, 연금기금의 투자수익을 높이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다.

노르웨이의 GPIF, 미국의 CalPERS, 네덜란드의 ABP 등 전세계 주요 연기금은 기금의 투자수익율 제고를 위해 투자대상자산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반영한 책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투자란 지금보다 미래가치가 높은 기업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그리고 기업의 미래 가치는 사회의 변화와 함께 한다. 사회의 변화를 먼저 읽고 사회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경영전략을 준비하는 기업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한다. 

산업화 이후 세계경제는 지속성장해 왔다. 그리고 경제가 성장하면 시민의식과 삶의 질에 대한 요구수준도 함께 올라가게 마련이다. 물론 개별 국가차원에서는 전쟁, 정치세력의 변화, 자연재해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일시적인 시민의식의 후퇴를 경험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 그리고 세계적 관점에서 보면 시민의식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연기금과 같이 단기 투자성과가 아니라 장기성과가 중요한 투자자라면 투자대상기업이 환경, 노동, 인권 등과 관련한 높아진 시민의 요구 수준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지를 살펴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환경이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입자의 그리고 국민의 돈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반드시 사업에도 성공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ESG 경영을 못하는 기업은 언젠가는 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폐수를 무단 방류하고, 아동노동을 시키는 기업이 오늘날 살아남지 못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국민연금의 책임투자와 ESG워싱 논란

이제 우리 국민연금도 표면적으로는 장기투자자라면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ESG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7월, 적극적 주주활동을 위한 수탁자책임원칙, 즉 스튜어드십코드을 도입했고 2019년 1월 ESG에 기반한 투자를 위한 책임투자원칙도 도입했다. 

2021년 5월에는 석탄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그리고 책임투자 규모도 빠르게 늘어 2022년 말 기준 책임투자 총규모는 384조 원이 되었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300%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모든 것이 잘 되고 있을까? 지난 국정감사 기간 중,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이 발표한 책임투자 규모가 ‘ESG워싱’에 해당할 정도로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주장했고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도 이를 수긍했다. 

국민연금은 여러 위탁유형 가운데 ‘책임투자형’으로 위탁한 자산만을 ‘위탁운용 책임투자’로 분류하던 기존의 방식을 자체적으로 변경하여, 모든 위탁운용자산을 책임투자로 분류하여 공시했다. 그 결과 지난해 7.7조원에 불과하던 ‘위탁운용 책임투자’ 규모가 284.4조원으로 불어나게 되었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여부 및 세부지침 보유 여부, 책임투자 정책 및 지침 보유여부 등을 평가해 가산점을 부여한 운용사의 자산은 책임투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연금의 논리대로라면 위탁운용사의 국민연금 위탁자산만이 아니라 각종 공모펀드 등 그들의 모든 운용자산이 책임투자 자산이라는 터무니없는 비약이 가능해진다”는 한정애 의원의 말이 더 타당해 보인다. 

국민연금은 왜 이렇게 무리해서 책임투자규모를 부풀렸을까? 외형상의 규모가 늘어난다고 해서 책임투자 도입의 원래 취지, 즉 장기이고 안정적인 투자 수익률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2022년까지 전체 자산대비 책임투자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기존 계획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까? 

국회의 존재이유

모든 조직에는 내부 논리가 존재한다. 통상 기업은 영속한다고 가정하지만 본인이 한 직장에서 평생 일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직의 장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합리한 결정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도 조직의 이해와 개인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조직 또한 마찬가지다. 국가나 국민의 이해와 조직에 속한 구성원의 이해가 항상 같을 수는 없다. 책임투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가입자 전체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인센티브 지급구조가 단기성과에 맞춰 있다면 제대로 된 책임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주주의는 의심을 바탕으로 성립된 제도다. 감시와 견제는 민주주의를 굴러가게 하는 동력이다. 금융은 어렵다. 전문가의 영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렵다고 상대를 믿는 것은 착한 것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여러 부조리가 나타나는 이유는 의도된 범죄도 없지 않지만 조직의 생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인 경우도 많다. 국민이 국회에 막강한 권력을 위임한 이유는 국민을 대신하여 공적 조직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국민전체의 이익이 아닌 조직의 이익 또는 조직 구성원의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라는 것이다. 

흔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22대 국회에서는 겉모습에 속지 않고 작지만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의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회의원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수석연구원
 
김태한 수석연구원은 2011년부터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재직 중이다. 국민연금법, 자본시장법, 전기사업법 등 기업과 금융기관의 ESG 및 기후변화 대응 정착을 위한 정책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정보공개 플랫폼인 CDP와 RE100, SBTi, PCAF 등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한국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100대 기업 ESG 담당자가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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