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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택공사 야심작 ‘안단테’ 사라질 위기, 반복되는 공공주택 브랜드 잔혹사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3-11-22 1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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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분양 아파트 브랜드 ‘안단테’가 주택시장에 발을 붙이기도 전에 폐기상황에 놓였다.

안단테는 토지주택공사가 공공아파트 품질향상과 인식 개선을 위해 야심차게 론칭한 브랜드인데 ‘철근누락’ 아파트 사태로 안전품질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사장 수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시선이 나온다.
 
토지주택공사 야심작 ‘안단테’ 사라질 위기, 반복되는 공공주택 브랜드 잔혹사
▲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분양아파트 브랜드 '안단테'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안단테 광고 이미지. <유튜브 영상 갈무리>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공공아파트의 브랜드 사용 관련 지침을 변경하면서 기존 안단테 단지들이 너나없이 민간 건설사 혹은 자체 브랜드로 이름을 바꾸고 있다.

안단테 브랜드를 확대 적용하기로 계획했던 3기 신도시 공공아파트도 입주예정자들이 단지 이름을 선택할 수 있게 된 만큼 안단테 도입 단지가 드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많은 공공분양 아파트들이 민간 시공사 브랜드나 자체 단지명으로 ‘LH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 4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AA13블록은 보상안 협상 과정에서 입주예정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단지 이름을 기존 안단테에서 GS건설 ‘자이’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 단지는 애초 ‘자이안단테’ 등 시공사 브랜드 적용을 요구해왔는데 이번 협상으로 안단테 이름은 완전히 빠지게 됐다.

이밖에도 토지주택공사가 안단테 브랜드로 분양했던 2023년 입주단지 대부분이 단지명에서 안단테를 지우고 있다. 안단테 브랜드 단지로 가장 입주가 빨랐던 평택고덕 A54블록 공공아파트는 입주민 설문조사를 통해 단지 이름을 ‘고덕신도시 금호어울림’으로 바꿨다. 

올해 6월 입주한 위례신도시의 A3-3a블록도 안단테를 떼고 시공사 태왕건설 브랜드 아너스를 적용한 ‘위례 아너스포레’로 단지명을 변경했다. 이 단지는 토지주택공사가 앞서 2020년 하반기 안단테 브랜드를 론칭한 뒤 최초로 적용한 단지였다.

이밖에도 양주회천 A21블록, 세종6-3 M2블록, 파주운정3 A16블록, 인천영종 A-10블록 등이 시공 건설사 브랜드 등으로 이름 변경을 추진했다.

브랜드는 이미지와 신뢰도가 생명이다. 민간 아파트시장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고 경쟁력을 지니는 것도 품질에 관한 믿음을 담보하는 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토지주택공사가 애초 수억 원을 들여 안단테 브랜드를 개발한 것도 공공아파트는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전략이었다.

안단테는 안전, 안락하다는 뜻의 한자어 ‘안’과 단단하다의 ‘단’, 크다는 뜻의 ‘태’를 합친 합성어다. 또 음악용어인 안단테(Andante)가 천천히 걷는 빠르기로 라는 뜻을 지닌 것처럼 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서두르지 않고 여유있게 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토지주택공사는 2020년 9월 안단테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기존 공공아파트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급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토지주택공사는 안단테 브랜드 개발에만 5억 원가량을 투입했고 배우 조정석씨를 모델로 기용해 TV광고를 제작하는 등 홍보에도 힘을 쏟았다. 실제 안단테 브랜드 광고에는 토지주택공사 로고나 이름도 언급하지 않았다.

안단테 브랜드는 앞서 뜨란채와 휴먼시아, 천년나무 등 공공아파트 브랜드와 달리 공공임대가 아닌 공공분양 아파트에만 적용한다는 방침을 정해 차별화도 꾀했다. 안단테는 우수한 입지 등 조건에 부합하는 단지에 적용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세부 평가항목도 만들었다.

토지주택공사는 2022년 11월 안단테 입주예정자들로 구성된 전국안단테연합회가 자체적으로 단지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브랜드 적용을 거부하고 나섰을 때도 입주 시 공고문 내용대로 브랜드를 적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토지주택공사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안단테 브랜드 론칭 뒤 공공분양주택은 입주자모집공고문에 안단테 적용 여부를 고지해 분양 및 계약하고 있다”며 “민간 브랜드와 동등한 수준의 품질확보를 통해 안단테 브랜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국정감사에서 토지주택공사에 관한 부정적 평가 및 공공주택 품질개선에 관한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중장기적으로 안단테 브랜드 정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공주택 브랜드 정책을 보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안단테 브랜드는 적용 초기 단계에서부터 입주예정자들의 반발과 거부 상황에 부딪혔다.
 
토지주택공사 야심작 ‘안단테’ 사라질 위기, 반복되는 공공주택 브랜드 잔혹사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5월18일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한준 토지주택공사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열흘째에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토지주택공사 아파트가 품질이 좋고 유명했다면 안단테 브랜드를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주는 게 맞다”며 한 발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 올해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이어진 철근누락 단지 무더기 적발사태가 발생하면서 고급 공공아파트를 표방한 안단테 브랜드 전략은 의미가 퇴색하게 됐다.

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아파트의 저품질 낙인을 탈피하기는커녕 부실시공 이미지까지 더해지면서 부정적 인식이 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토지주택공사는 안단테 브랜드 출범 3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올해 4월 입주예정자들이 원하면 △안단테 브랜드 단독 표기 △안단테와 단지별 브랜드 혼용 △단지별 브랜드 단독 표기가 가능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토지주택공사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로 나눠져 있던 시절부터 여러 자체 주택브랜드 도입을 시도해왔다. 2000년 민간 주택시장에서 브랜드 아파트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주택공사도 1999년 6월 자체 브랜드 주공그린빌을 내놓았다.

2004년에는 뜨란채를 론칭했고 2006년에는 휴먼시아, 2014년에는 천년나무로 공공아파트 인식 개선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는 다들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짧게는 2년 정도 만에 사라졌다.

안단테 브랜드 역시 같은 전철을 밟는 분위기라 토지주택공사는 공공아파트 품질과 이미지 개선 과제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민간참여사업 단지들은 애초 건설사 브랜드 등을 적용할 수 있고 올해 브랜드 지침을 변경하면서 3기 신도시를 비롯해 공공분양 아파트들도 입주예정자와 시공사 등과 협의를 통해 안단테가 아닌 개별 브랜드 적용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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