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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펀드 디폴트 파장 어디까지 번지나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7-28 17: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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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펀드 디폴트 파장 어디까지 번지나  
▲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

국내 최초 사모펀드인 보고펀드가 LG실트론 인수금융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보고펀드의 앞날이 주목된다. 사모펀드 업계에서 보고펀드뿐 아니라 사모펀드시장 전체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사상 초유의 사모펀드 디폴트 사태와 관련해 최장수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엘리트 금융관료 출신인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 보고펀드의 디폴트 파장은

LG실트론 인수금융 채권단은 28일 보고펀드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29.4%를 처리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10개 금융사가 참여했다. 이들은 보고펀드가 2007년 KTB사모투자와 함께 LG실트론 채권 49%를 인수했던 당시 2250억 원을 대출해 줬다.

채권단은 담보로 잡은 LG실트론 지분을 매각해 보고펀드가 갚지 못한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 회의에서 담보로 잡았던 LG실트론 지분 매각방안을 논의하겠다”며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한 매각하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G실트론이 올해 2분기 영업손실 122억 원을 내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아 지분매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실트론의 순자산가치는 0에 가깝다”며 “자금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펀드의 디폴트 선언으로 국내 사모펀드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이번에 보고펀드에게 닥친 디폴트는 LG실트론 인수 특수목적회사에 국한된 것이라 전체 펀드손실로 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펀드의 자산규모는 약 2조 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내 1호 사모펀드’가 최초로 디폴트에 빠졌다는 사실 그 자체가 충격적이라 보고펀드가 앞으로 투자에 나서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사모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37개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펀드설정 5년 후에도 회수하지 못한 자금이 총 6조1160억 원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실패와 인수금융 디폴트는 사상초유의 사태”라며 “이 때문에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사모펀드 출자를 보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고펀드 디폴트 파장 어디까지 번지나  
▲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가 현대차 뇌물수수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후인 2009년 1월15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변양호가 만들어온 사모펀드의 길


변양호 대표는 ‘변양호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변양호 신드롬은 변 대표가 관료 시절인 2003년 외환은행 론스타 매각을 결정했다가 배임혐의로 고발당한 것을 본 공무원들이 사후책임을 질까봐 정책결정을 피한 것을 가리킨다.

변 대표는 제19회 행정고시에서 수석으로 합격해 1977년 공직에 입문했다. 그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부에서 구조조정과 은행매각 등을 담당했다. 2001년부터 4년간 ‘관료의 꽃’으로 불리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최장수 역임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001년 선정한 ‘세계경제를 이끌 15인’에 포함되는 등 명성을 쌓았다.

변 대표는 재경부를 그만두고 보고펀드를 차리고 1년 후인 2006년 6월 출근길에 대검찰청 중수부에 긴급체포됐다.

금융정책국장 시절인 2001년 현대자동차에게 수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2003년 미국계 투자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입하도록 편의를 봐줬다는 배임혐의도 받았다.

변 대표는 4년4개월간 두 번 구속돼 292일간 구치소에서 지내며 142번의 재판을 치렀다. 그는 결국 현대차 뇌물수수 재판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재판에서 각각 2009년과 2010년 무죄선고를 받았다.

그는 당시 경험을 다룬 저서 '변양호 신드롬'에서 “(검찰은) 여러 번 소환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며 “원하는 진술이 나오지 않으면 약점을 캐고 구속기소를 통해 반 년 동안 계속 가둬 둔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변 대표가 세운 국내 최초 사모투자 전문회사 보고펀드도 굴곡을 겪었다.

그는 2005년 보고펀드를 만들면서 “해상왕 장보고에게서 펀드 이름을 땄다”며 “외국자본에 대항하는 토종펀드가 목표”라고 밝혔다. 이후 보고펀드는 주로 기업 경영권을 넘겨받아 실적을 개선한 뒤 재매각해 이익을 내는 방식을 채택했다.

변 대표는 보고펀드를 통해 2006년 동양생명보험과 노비타 지분을 인수했다. 연이어 아이리버와 비씨카드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사시켜 주목을 받았다.

2011년 두산그룹 자회사 SRS코리아에게서 버거킹 한국사업부를 1100억 원에 인수했다. 올해 4월에도 온라인 모바일 쇼핑 가격비교서비스기업 ‘에누리닷컴’ 경영권을 580억 원에 넘겨받는 등 활발한 인수합병 작업을 펼쳤다.

변 대표는 노비타 비데사업부와 비씨카드 지분을 재매각해 투자대비 두 배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는 ‘대박’을 내기도 했다.

보고펀드는 2006년부터 노비타에 약 500억 원을 투자했다. 이후 2011년 12월 노비타 지분 100%를 미국 욕실주방용품 제조기업 콜러아시아퍼시픽에 900억 원을 받고 넘겼다. 2009년 사들인 비씨카드 지분 30.68%도 3년 후 KT캐피탈에 넘기면서 약 2천억 원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 대표는 아이리버와 동양생명이라는 대형매물 투자에서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보고펀드는 2007년 아이리버 지분 39.57%를 600억 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경영실적이 악화하면서 올해 SK텔레콤에 295억 원을 받고 지분 전체를 넘겼다.

동양생명도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변 대표는 지난 3월21일 펀드투자자총회에 직접 나서 “투자손실을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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