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신세계건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이 자본잠식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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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영업손실 202억원, 당기순손실 131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매출은 4410억원을 기록하며 2009년 이후 4년만에 성장세가 꺾였다.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1000억원 이상의 자본을 까먹고, 골프장 건설에 따른 차입금이 대폭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이 1870%로 폭증해 자본잠식 위기에 놓였다.
신세계건설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주요인은 개발사업 부실로 돌아온 거대한 손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길음동 개발사업이다. 신세계건설은 서울 길음동 주상복합 개발사업을 따냈으나 지지부진한 사업으로 인해 시행사인 디엔지파트너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만기가 도래한 6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를 떠안았다. 신세계건설은 이 사업과 관련해 총 1350억 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제공했으며 그 대가로 올해 873억원을 손실로 반영했다.
인천 청라국제업무타운 사업 역시 큰 손실을 남겼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착공이 장기간 지연되자 외국인 출자자들이 주식재매입옵션(풋옵션)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주식손실(145억원), 옵션손실(95억원) 등 총 240억원의 비용을 처리했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다 쓴 것도 신세계건설의 재무안전성을 흔들었다. 신세계건설은 경기도 여주에 있는 골프장인 트리니티 CC 사업을 진행하면서 차입금을 늘였다. 트리니티 CC 관련 자금 투입으로 신세계건설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10월말 기준 2509억원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개발사업 부실과 골프장 건설의 여파로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1027억원 규모의 대손상각 적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자본총계는 2012년 1601억원에서 지난해 280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부채총계는 1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1년 새 부채비율은 262.9%에서 1869.6%로 6배 이상 폭등했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사들은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일제히 내렸다. 그룹 차원의 유상증자 지원이나 골프장 분양에 따른 현금 유입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신세계건설 측은 트리니티 CC 분양 성과 등을 근거로 자본잠식의 가능성이 적다며 그룹 차원의 유상증자 실시에 대해 아직까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재무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길음동 개발사업 PF 채무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골프장 건설 사업의 성과 역시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신세계건설의 사실상 최대주주인 이 회장이 신세계건설의 상황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신세계건설은 최대주주인 이마트(32.4%)를 비롯해 이명희 회장(9.5%), 정용진 부회장(0.8%) 등 특수관계인이 42.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명희 회장은 이마트 주식의 17.3% 보유한 최대주주다.
앞서 지난해 10월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의 장충동 사옥을 228억원에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