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2023-11-07 16: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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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 KBS 사장 후보자가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박민 한국공영방송(KBS) 사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속보 경쟁보단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보도를 목표로 삼고 경영 효율성을 향상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후보자는 야당이 재산·병역 문제 등 공세를 펴는 데에 적극 해명하며 청문회 통과를 향한 의지를 보였다.
박민 KBS 사장 후보자는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인삿말에서 “사장 후보자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평하면서도 ”오늘의 KBS 위기가 방송 전문성이나 경영 역량의 부족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2008년부터 15년간 KBS는 KBS 출신들이 이끌어왔다”며 “언론계의 파괴적인 환경 변화가 진행되는 시기였지만 KBS 전임 사장들은 이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이 내는 수신료에 안주해서 능력과 성과를 무시하고 정실적 인사로 수십 년간 쌓은 KBS의 역량을 스스로 훼손했다”며 “최근에는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방송으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국민들은 KBS 내부 인사로는 KBS를 개혁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저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전략을 고민해 왔고 방송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신문의 미래 비전을 직접 기획하고 혁신 플레이를 만들어서 진행해왔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언론의 게이트키핑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KBS뉴스 제작 환경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청문회 질의 중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뉴스 공정성 회복 방안을 묻자 박 후보자는 “현재 KBS는 소위 편성지침이라는 것이 있는데 제작 가이드라인에 명시한 제작 책임자와 제작 실무자 간 균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 균형이 무너지면 마치 의대생에게 중요한 수술을 맡기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 자율성만 너무 앞세워서 '데스크'의 게이트키핑 기능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충분히 경험이 없는 젊은 기자들이 자기 소신이나 양심이라는 주장 하에 제작하고 보도하고 방송하면서 여러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 후보자가 문화일보 사회부장으로 재직할 때 문화일보에서 많은 오보들이 발생했다고 지적하면서 KBS에서 보도했다는 가짜뉴스와의 차이가 뭔지 묻자 박 후보자는 “(KBS) 사안 자체가 선거라든가 중요한 현안에 대한 것이다”며 “잘했다고 할 수 없지만 (문화일보 오보) 사안 자체가 작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KBS의 인사제도 등도 혁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영제 의원이 KBS의 방만경영의 원인을 질문하자 박 후보자는 “KBS는 입사를 하면 성과와 상관없이 국장까지 자동승진하게 돼 있다”며 “인사승진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해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현재 1억 이상의 연봉자가 전체 50%가 넘는다면서 “능력과 성과를 보이지 못한 사람은 자동 도태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는 민간 기업에서 하는 통상적 경영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또 KBS 내에서 발생하는 비정규직 상대 갑질 문제와 관련해서는 “방송 특성상 업종이나 업무 형태가 다양해서 고용형태나 임금이 다양했는데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하에서 충분한 일을 한 사람을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1991년 문화일보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장과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박 후보자는 2019년 제8대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으로 취임했고 2021년에는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2022년에는 제69대 관훈클럽 총무를 역임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 달 KBS 이사회를 통해 차기 사장 최종 후보자로 임명 제청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이사가 물러나고 경쟁 상대였던 최재훈 후보 역시 돌연 사퇴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이 때문에 박 후보자를 두고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이러한 시선에 단호히 선을 그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물으면서 지난해 대선 당시 자문을 요구하거나 참여해달라는 요구를 받지 못했느냐고 묻자 박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은 없고 캠프 참여에도 직접 요구를 받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또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KBS 경험 없는 외부인이 여당 낙하산으로 왔다’고 의문을 제기하는데 할 말이 없느냐고 해명 기회를 주자 박 후보자는 “낙하산이라는 표현은 관련 없는 사람이 임명권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임명되는 것”이라며 “나는 관련 분야에서 30년을 일한 사람이고 KBS 공모 절차를 거쳐 청문회까지 왔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자신에게 제기된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자문활동과 관련된 청탁금지법 위반 및 이해충돌 논란을 두고도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며 일축했다.
▲ 박민 KBS 사장 후보자가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자문 시작 한 달 뒤에서야 휴직 처리를 했다며 이해충돌 및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자 박 후보자는 “문화일보는 무급휴직 신청하면 자동적으로 연가를 소진하고 무급휴직하게 돼있다”며 “휴가기간은 무급휴직과 같은 기간으로 취급하고 심지어 저희 회사는 ‘재직 중에도 겸직이 허용’돼 있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휴직을 했다고 해서 위법 소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자 박 후보자는 “사외이사는 자문과 비슷한데 저희 회사 사외이사들은 지금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자문내역을 제출해달라는 이 의원의 요청에 대해 자신은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에 자료제출을 요청했지만 한 사안이 허용되게 되면 다른 사안들도 공개해야 해 회사측에서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박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총 수익합계가 지출합계보다 훨씬 더 높다며 신용카드지출 내역과 임대차계약서 등 자료를 요구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4억4천만 원의 초과소득 부분을 지적했다.
박 후보자는 신용카드 내역서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대응했다. 다만 정기적금 자료는 바로 드리겠다면서 기본적으로 2억에 가까운 돈을 생활비로 썼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특별수입은 문화일보에서 받은 특별 보상금(약 3천만 원)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자신의 수입에 대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수준은 없다”며 “자녀로 현재 고3과 대학원생도 있는데 어머님과 아버님 문제까지 겹쳐 작년 한 해 동안 자금수요가 급증했다”고 해명하면서 억울함을 나타냈다. 그는 야당 의원을 향해 “수익이 적지만 돈을 써야하는 상황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자가 병역을 기피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허숙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건강하던 상태에서 부동시로 4급을 판정받고 법을 악용해 훈련소에서 2번 귀가조치를 의도적으로 당해 면제를 얻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 의원은 부동시 판정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부동시 판정 사례를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자신의 시력은 원래 4급 판정을 받았고 귀가조치는 사설 병원에서 받은 것이 아닌 군병원에서 받은 것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또 대학원 재학 당시 학업으로 시력이 악화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허 의원의 의도를 지적하며 ‘병역 기피’와 ‘병역 면제’는 구분돼야 한다며 박 후보자를 감쌌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