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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마약사범에도 줄어든 예산, 해외 인프라 따라가기 역부족 목소리

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 2023-11-0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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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마약사범에도 줄어든 예산, 해외 인프라 따라가기 역부족 목소리
▲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씨가 28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논현경찰서에 있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마약 사범의 숫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마약 중독 치료 체계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프라가 열악한 데다 이를 뒷받침할 예산과 정책도 부실해 제도 정비 등 대대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마약치료 예산은 4억1600만 원이 반영됐다. 보건복지부가 5월 기재부에 요청한 예산은 28억600만 원이었으나 85%가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경찰에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1만3천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3년 5천 명대에 머물렀던 연간 마약사범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19년부터 매년 1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이 10월 국회예산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9천 명을 치료하는데 연평균 317억5천만 원이 든다. 내년 예산에 반영된 4억1600만 원은 소요 비용과 비교해 1% 남짓에 그치는 셈이다.

마약류 중독 환자 한 명의 1개월 치료비는 500만 원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현장에서 마약치료를 하는 병원들이 제대로 정산을 받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현 제도 내에서는 정부가 마약중독치료비를 치료기관에 직접 지급하지 않고 지자체를 통해 지급하고 있다. 지자체별로도 배정된 예산이 정해져 있어 예산을 초과한 치료비를 청구할 경우 병원들이 치료비를 받지 못한다.

한정애 의원실이 9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마약중독 치료비 예산은 1억 원으로 책정됐지만 병원이 청구한 치료비는 1억6215만 원으로 예산을 뛰어넘었다.

국내에서 마약치료를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인천 참사랑병원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받아야할 미수금은 2020년 8585만 원까지 쌓였고 지난해 말에도 6223만 원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환자 대부분이 정신질환자이기 때문에 한 명을 치료하기 위해 일반 환자들보다 노동 강도가 훨씬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 더해 병원이 마약환자를 치료할수록 적자가 발생하고 있어 마약환자를 더 이상 받지 않는 병원이 늘고 있다.

정작 마약중독자가 치료를 희망해도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서울 시내에 ‘한 곳’도 남게된 까닭이다. 현재로선 수도권 마약중독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지방으로 가야하는 처지다.

윤영희 서울시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시립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돼 병상을 갖춘 서울시립은평병원은 올해 마약 치료 입원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또 한 해 50~100건가량 마약 입원 치료를 진행하던 강남을지병원도 2021년 이후 마약 관련 입원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6월을 기준으로 전국 마약 치료 지정병원 24곳 가운데 16곳은 마약 중독 환자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 중독 치료 실적이 있는 8곳의 병원 중에서 인천 참사랑병원과 경남 국립부곡병원 두 곳에 전체 환자의 93%가 집중된 상황이다.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가수 남태현씨 역시 인천 참사랑병원에서 약물중독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남씨는 지난해 8월경 필로폰 투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10월19일 첫번째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남씨는 국정감사에서 약물중독을 혼자 해결하려고 했지만 좌절했다고 밝혔다. 이 때 인터넷을 통해 ‘다르크’라는 사설 재활센터를 알게 된 후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입소해 있다고 말했다.

남씨는 재활센터의 대다수는 사설센터이고 사비로 운영되고 있어 재활센터에 대한 국가적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하는 중독재활센터는 서울과 부산 2곳 뿐이었다가 충청권에 최근 하나 생겨 총 3곳이 운영 중에 있다.
 
늘어나는 마약사범에도 줄어든 예산, 해외 인프라 따라가기 역부족 목소리
▲ 아이돌 그룹 '위너' 출신 남태현 씨가 10월1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미애 의원이 10월 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정부는 내년에 중독재활센터를 전국 14곳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재활프로그램 예산은 센터당 4700만 원에 그쳤다.

마약 중독은 질병으로 여겨지고 조기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부족한 예산으로 인한 인프라 및 현실적 한계로 인해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이는 곧 법원이 좀처럼 마약중독 치료 처분을 내리지 않는 것과도 연결된다.

2016년 개정된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원은 집행유예를 내린 마약사범에게 마약중독치료를 받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2016년부터 2022년 4월까지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마약사범 9892명 중 치료감호법에 의한 치료명령 처분을 받은 마약사범은 156명으로 전체 인원의 1.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서는 법원의 주도로 마약중독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에서는 1989년 플로리다주에서 처음 도입된 미국의 약물법원(Drug court)이 활성화돼있다. 

약물치료법원은 판사의 주도하에 약물중독자의 치료에 중심을 두는 재판을 진행하는 특수 형태의 법원으로 판사, 검사, 변호사, 치료전문가, 사회복지전문가 등이 협력해 마약중독자 치료와 관리·감독을 한다.

미국 내에서도 치료보다 범죄에 처벌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없지는 않으나 현재 미국에서만 4천 개 이상 운영되고 있고 호주, 캐나다, 브라질, 뉴질랜드 등 많은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은 마약법원을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법원이 마약중독자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정기적 마약검사 및 치료를 감독하면서 관리한다. 당사자가 동의거부하거나 준수사항 어기면 징역형을 받는다. 

미국 등이 사법체계를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 처분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마약 치료 및 재활을 받을 수 있는 시설(substance abuse treatment facilities)이 2020년 기준 1만6066개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인프라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약치료 병원 24곳, 재활센터 3곳 그나마도 운영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행정 관할의 문제도 마약 치료와 관리가 원활히 이뤄지는데 걸림돌이다.

현재 마약류를 관리하는 기관은 외교부, 식약처, 교육부, 법무부, 경찰청, 보건복지부 등 다방면에 걸쳐있지만 범정부 차원의 통합기구가 없어 효율적 운용이 쉽지 않다. 국무총리 산하에 마약류대책협의회가 있지만 부처 간 조정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국회도 마약치료 및 관리체계 강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2일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건의 마약치료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표적으로 9월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33년 전 규정에 머물러 있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지정기준을 현실에 맞춰 개정하고 지정 후 정부와 지자체의 체계적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의원은 추가 법안 발의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 의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 통화에서 “현행 제도는 마약 치료와 재활센터 간에 연계가 돼있지 않아 유기적인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다”며 “이달 중순 내에 마약 치료와 재활을 연계해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을 낼 예정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의원은 “마약 치료 예산이 충분치 않은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며 “마약 치료뿐만 아니라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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