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현대글로비스 IR 실적발표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들어 글로벌 물류 산업이 위축되는 데다 환율 등 대외변수의 영향을 받아 실적이 후퇴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연결기준으로 올해 1~9월 누적 매출 19조1657억 원, 영업이익 1조2034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5%, 영업이익은 11% 줄었다.
특히 3분기(6~9월)에는 영업이익 3842억 원을 거둬 전년 동기보다 19.6% 뒷걸음쳤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글로벌 물류산업 시황, 환율 등 외생 변수의 불확실성이 확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업체 물동량 증가와 우호적 해상운임, 환율에 힘입어 역대 최고치인 영업이익 1조7985억 원을 거둔 바 있다.
이규복 대표는 해상 운임이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하락 중인 상황에서 올해 1월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를 맡아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타격을 오롯이 받아야 했다.
이 대표는 전날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 실적은 금리와 글로벌 경기, 완성차 시장 전망, 글로벌 물류 시황, 환율 등 변동성의 영향을 받아 전년 동기 대비 다소 부진했다"며 "매출과 수익성 개선에 대한 지속적 노력을 통해 4분기부턴 가시적 개선 추세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현대글로비스가 수익성을 회복 하는 데는 완성차 해상운송 운임의 인상 여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의 이익추정치 상향의 핵심은 완성차해상운송 부문 운임 인상에 있다"고 바라봤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도 "PCTC(자동차운반선) 장기 계약 건에 대한 고객사를 향한 비용전가 협상이 가장 큰 이슈"라고 짚었다.
이에 이 대표는 연내 현대글로비스 실적을 반등시키기 위한 운임 협상 대응에 경영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생산량 확대로 물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가용 선복이 부족해 수입항 체선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난달 기준 6500CEU(차량1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 단위)급 자동차운반선의 1년 용선료는 1일당 11만 달러로 지난해 1분기 4만6167달러보다 2.4배 가까이 올랐다.
글로벌 PCTC 선사들은 사선(보유 선박) 비중이 더 높은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3분기 기준 사선 32대, 용선(빌린 선박) 46대로 용선이 더 많아 원가 측면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이에 현대글로비스는 고객사와 협상을 통해 비용인상분을 운임에 반영하면서 추가 선복에 고수익 화물을 투입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해상운임은 최소 2~3년 장기계약을 맺는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기아와 계약 만료 시점인 2024년 말에 앞서 내년 초 비용증가분을 운임에 반영하는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외공장발 물량은 이달 1일부터 소급해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현대글로비스 PCTC(자동차 운반선). <현대글로비스>
이 대표는 중장기 선대 운영을 안정화하고 안정적 수익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선박 확보를 위한 투자도 단행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2조4922억원을 투자해 LNG(액화천연가스) 2중연료 추진엔진 자동차선 12척을 도입(용선)하기로 했다. 2026년 들여올 해당 선박은 소형차 기준 1만800대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급으로 현대글로비스가 운영하는 선박 가운데 첫 1만 대 선적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올해 말부터 이미 확보한 선박 16척도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용선한다. 이를 합치면 새로 들어오는 선박은 모두 28척으로 기존 선박 규모인 6500CEU로 따지면 40척이 늘어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를 통해 현대차·기아의 수출 물량 증가에 대응하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해외 완성차업체 물량을 지속 확대해 안정적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이 대표는 운임 협상을 통해 얻는 수익을 바탕으로 현재 추진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신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물류자동화 소프트웨어업체 인수를 추진하는 등 스마트물류, 폐배터리 운송 및 재처리 등 분야에서 적극적 투자를 단행하며 신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대표는 4월 콘퍼런스콜에서 "기존의 운송사업은 물론 사용 후 배터리 리사이클링, 스마트물류 솔루션, 모빌리티 플랫폼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