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허창수 GS건설 회장이 대내외적 활동을 줄이고 있어 경영승계 시기도 맞물리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19일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로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퇴진하고 허윤홍 미래혁신대표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임 부회장은 앞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과정에서 임 부회장에게 “얼마 뒤면 대표이사를 그만 둘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말하자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임 부회장이 물러나면 GS건설은 허윤홍 사장을 내세운 오너4세 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허윤홍 사장은 허창수 회장의 아들로 2005년 GS건설에 입사해 20여 년 가까이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왔다.
허 사장은 2018년부터는 GS건설의 신사업 육성을 맡아 본격적으로 승계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고 최근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경영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이에 세대교체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GS건설 신사업부문은 2019년에는 매출 규모가 2936억 원 수준이었지만 2020년 6111억 원, 2021년 7780억 원, 2022년 1조250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3분기까지 신사업부문 누적매출이 이미 1조 원을 넘어서며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GS건설 신사업부문 매출이 1조3660억 원, 2024년에는 1조6천억 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GS건설이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로 장기간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사업부문을 키운 성과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증권사들은 GS건설 신사업부문이 영업정지에 따른 주택사업 신규수주 공백 등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고 훼손된 기업가치 방어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허 사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기존 신사업부문 대표에서 회사의 혁신기술 연구부문까지 총괄하는 미래전략대표로 이름을 바꿔달면서 경영보폭을 더 넓혔다. GS건설은 또 조직개편을 통해 허 사장이 이끄는 신사업부문과 연구개발조직을 합쳐 미래전략부문으로 확대하면서 힘을 더욱 실어줬다.
GS건설은 올해 10월에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R&D센터를 열고 허 사장이 총괄하는 회사의 전문연구조직 라이프텍 소속 임직원 270여 명과 GS엘리베이터, GPC 등 기술형 신사업부문 자회사 임직원까지 모았다. 허 사장이 힘을 주는 미래기술 역량이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재 전문경영인 임병용 부회장과 함께 GS건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허창수 회장은 최근 대내외적 활동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허 회장은 허준구 전 LG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2005년부터 GS건설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이사회 불참률이 높아지는 등 경영활동에서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허 회장은 2019년 GS그룹 회장에서도 물러났고 올해 2월에는 12년 동안 맡아 온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직도 내려놨다.
허 회장이 1948년생으로 나이도 70대 중반에 접어든 만큼 아들인 허윤홍 사장으로 승계 시기도 무르익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과 이한준 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일반증인으로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 방송 유튜브 갈무리>
무엇보다 이번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로 회사 경영상 큰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오너경영체제로 전환 가능성에 더 힘이 실린다. GS건설은 현재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로 1666세대 전면 재시공과 입주예정자 보상문제부터 최장 10개월 영업정지 처분 대비 등 어려운 문제들을 안고 있다.
GS건설은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회사 경영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전문경영인체제를 벗어나 오너경영을 가동한 경험이 있다.
GS건설은 2008년 12월 인사를 통해 오너일가인 허명수 당시 사업총괄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했다. 2002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전문경영인 김갑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해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도록 하면서 오너경영체제로 전환했다.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은 허창수 회장의 셋째 동생으로 대표이사 취임 당시 GS건설 지분 3.62%를 보유한 실질적 오너였다. GS건설은 허명수 대표 체제로 전환할 당시 미분양 물량이 7천 세대로 건설사 가운데 최대 수준을 보였고 자금난과 주가하락 등 위기상황을 겪고 있었다.
GS건설은 오너경영체제에서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비롯한 각종 주택사업 관련 조직을 축소하고 발전, 환경, 플랜트사업본부 통합, 토목사업 강화 등 회사 조직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또 한편으로 글로벌 사업지원실, 인재개발실 등을 통해 사업경쟁력 확보를 준비했다.
오너경영인이 전면에 나서 조직에 칼을 대고 체제전환을 추진한 것이다.
허명수 전 부회장은 2009년부터 2013년 6월 부진한 실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때까지 GS건설 혁신을 진두지휘하면서 해외사업과 국내사업 재도약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GS건설은 허명수 전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임병용 부회장의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돼 왔는데 이번에 허윤홍 사장이 대표에 오르면 10년 만에 오너경영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GS건설은 올해 예년보다 한 달 정도 빠른 10월 중순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GS건설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2022년의 3배 규모 신임 상무를 선임하고 20여 명의 기존 본부장급 조직장을 교체하면서 대대적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허윤홍 사장은 1979년 1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한영외국어고등학교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교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에 사원으로 입사한 뒤 2005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2018년 GS건설 신사업부문추진실장 겸 신사업담당 전무를 맡았고 2019년 12월 GS건설 신사업부문 대표 사장으로 승진했다.
2023년 미래혁신대표 직책을 맡아 신사업부문과 별도로 운영하던 연구개발조직까지 총괄하고 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