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2023-10-19 16: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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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한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기관을 대표해서 선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동철 한국전력공사(한전) 사장이 취임 후 첫 국정감사에 출석해 뼈를 깎는 경영혁신으로 글로벌 종합 에너지기업을 일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한전 창립 후 첫 전업 정치인 출신 사장을 상대로 한 국감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 한전을 잘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 의원들의 우려를 정면으로 받아내야 했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한전 등에 대한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김동철 사장은 “글로벌 전력산업은 에너지 수급 불안과 실물경기 침체 장기화로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며 “전 임직원이 제2의 창사라는 각오로 고강도 재무개선과 강력한 내부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어 “한전의 기본 책무인 안정적 전력공급과 미래 전력망의 적기 건설에 집중하는 한편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품질 확보와 고객서비스 개선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제2 원전 수출 및 친환경 에너지의 질서 있는 보급에도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김 사장은 9월20일 한전 사장으로 취임했다. 한전 62년 역사에서 전업 정치인 출신 첫 사장이다.
김 사장은 1991년 민주당으로 정계에 입문해 광주 광산(갑)에서 4번의 국회의원 임기를 거쳤다. 김 사장은 국회의원 시절 5번의 탈당과 7번의 합당 경험이 있다.
김 사장은 2021년 10월2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함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이날 국정감사 질의에 앞서 의사진행발언 시간부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사장을 향해 “전문가도 아니고 에너지 정책에 종사해 본 적 없는 첫 번째 전업 정치인 출신 한전 사장”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로 준 보훈표 낙하산 인사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김 사장의 탈‧복당 이력을 두고 “정치적 선택은 자유롭지만 탈당을 밥 먹듯이 했다”며 김 사장의 이력을 깎아내렸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선 ‘의사진행발언 시간에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에 임명된 비전문가 출신들이 뒤에 많이 앉아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김 사장은 산자위원장 출신”이라며 ‘이런 분을 전문성 없다고 하면 여기 위원 모두가 전문성 없는 무지한 사람들이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반대로 당을 옮긴 김부겸, 조정식 의원의 사례를 언급하며 김 사장의 탈‧복당 사례를 두둔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 사장의 출신을 두고 정권 방탄용 인사를 윤석열 정부에서 심은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사장에 대한) 임명을 놓고 논란이 있는데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길 바란다”고 운을 떼며 “전문성에 논란이 있는 사람이 왔다는 데 국민이 주목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김동철 사장이 정치인 출신 한전사장으로서 용산 거수기, 산업부에 휘둘리는 한전 사장이 안 됐으면 좋겠다”며 어떻게 직을 수행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김 사장은 “주어진 법과 원칙에 따라 수행할 것이고 어떠한 경우에도 자리에 연연하는 방식으로 직무수행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방문규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한전 부채 해결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 의견을 묻자 방 장관이 ‘선 구조조정, 후 요금조정’을 이야기한 점을 언급하며 김 사장의 생각을 물었다.
김 사장은 “한전 재무위기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국제유가 급등, 환율상승, 제때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을 것도 있다”고 하자 김 의원은 말을 끊고 “선 요금정상화, 후 구조조정 병행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전을 살리러 온 게 아니라 총선을 살리려 정치적 방탄 사장 데려온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 사장이 국회의원 재직 당시 풍력산업 회사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례를 들며 김 사장의 이해충돌 여지를 문제삼기도 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사장에게 김강학 명운산업개발 대표를 아냐고 묻자 김 사장은 “15년 정도 알고 지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김 대표가 김동철 사장이 국회의원 재직 당시 500만 원씩 총 여섯 차례 후원금을 보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2018년 12월 명운산업개발 등이 맡은 양양풍력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가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 있다는 이유로 환경부로부터 반려됐지만 당시 환경노동위원회에 있었던 김 사장이 국감 때 해당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사장은 ”의원님은 국회의원 후원 제도가 정말 나쁜 것처럼 말씀하신다”며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돕기 위해 후원 제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후원 처리를 하지 않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는 것이 나쁜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해당 의혹이 억울하다는 듯 “저는 한 번도 후원금을 상대에게 요청한 적 없고 후원 이후 후원자가 누군지 확인했을 뿐이다”며 “이것은 정치 끝날 때까지 제가 지킨 소신”이라고도 설명했다.
이어 “환경보전론자와 중도적인 사람 간에 소신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이 문제를 두고 자신을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김 사장은 태양광 사업에서 비일비재한 비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약속하기도 했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112건의 태양광 관련 비리가 적발됐지만 겸직비리가 88건, 78%이고 해임 처분을 내린 적도 없는 솜방망이 처벌에 더 이상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사장은 “태양광 비리 근절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처벌이 느슨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며 “태양광 비리에 대해 최고수위 처벌을 하고 재적발시에는 즉시 해임하는 등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대답했다.
국감에서 한전 부채와 전기요금 인상 문제와 관련해서 여야 간 시각 차이도 드러났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사장에게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1kWh(키로와트시) 당 25.9원 정도 올려야 된다고 얘기했는데 방문규 장관은 '급격한 요금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며 “산업부가 반대하면 (요금인상을) 포기할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의 부담이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국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전 스스로 일정 정도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한전의 재무위기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정부나 한전 간에 견해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국내외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한전의 상황을 정부가 다 받아주기엔 어려운 상황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이 판매한 전력량을 보면 2022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4.7%가 증가했다는데도 지난해 적자가 났다”며 “석탄과 LNG 등 연료 가격이 상승으로 SMP(전력도매가격)가 오르자 전력구입비가 늘어나 결국 매출액이 증가해도 손실이 발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기요금의 총괄원가 산정 기준을 개선하지 않으면 직원들의 구조조정, 자산매각만으로는 한전의 적자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바라봤다.
▲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역시 “전기요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재인 정권 5년 동안에 전기요금을 단 한 번도 안 올리다가 대선에서 지고 난 다음에 딱 한 번 올리는 등 전력정책을 엉터리로 끌어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전의 자구책 이행이 미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한전은 출자 지분 해외 사업 부동산을 매각해 1조5447억 원을 마련하겠다고 기획재정부에 자구책을 제출했다”며 “그런데 부동산 몇 개를 제외하고는 매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사장은 “올해 9월까지 목표 대비 88% 수준인 2조8천억 원의 (자산매각)실적을 달성하고 있고 2022~2023년 2년 동안 누계는 6조6천억 원으로 이행률은 양호하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한전이 설립한 한전에너지공과대학 문제도 거론됐다.
이용빈 의원은 “한국에너지공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에너지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며 “전쟁 통에도 학교는 운영했고 에너지공대 출연금 확보에 대한 이 사장의 생각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김 사장은 “아시다시피 한전이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고 임직원들의 임금 인상분까지 반납하고 있기 때문에 당초 협약했던대로 다 할 수는 없다"며 "한국에너지공대의 학사 운영, 연구 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대학 측과 긴밀히 협의해서 출연금 규모를 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