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3-10-19 13: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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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사진)가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진입한 지 1년여 만에 '티몬-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11번가' 등 4개 회사의 연합군을 꾸릴 태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의 행보가 거침없다.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에 이어 11번가 인수까지 눈앞에 뒀다. 불과 한국 시장에 발을 들인지 1년여만의 성과다.
이 기세대로라면 이커머스업계 3위로 평가됐던 신세계그룹이 3조5천억 원가량을 투자해 만든 ‘SSG닷컴-G마켓’ 연합군을 제치는 것도 시간문제다.
19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기반 이커머스 기업인 큐텐이 11번가 인수의 9부 능선을 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큐텐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은 최근 5천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큐텐에 지원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큐텐은 이 돈을 11번가 인수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이 큐텐에 투자한 자금을 서둘러 회수하기 위한 차원에서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모펀드들의 의지가 높은 편이라 올해 안에 큐텐의 11번가 인수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큐텐의 11번가 인수가 사실상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 투자금융업계의 시각이다.
큐텐은 7월부터 11번가 인수를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인수 가격을 둘러싼 시각 차이를 좁히지 못해 9월 초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큐텐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들이 매물로서의 11번가 가치를 높게 평가한 덕분에 물밑 협상을 계속 해왔고 결국 인수를 눈앞에 뒀다.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하게 되면 이커머스 업계에 지각변동은 불가피해진다.
큐텐은 지난해 9월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인터파크커머스(올해 3월), 위메프(4월) 등을 빠르게 인수했다. 이들을 합한 시장 점유율은 약 7~9%대인데 여기에 11번가의 점유율 약 7%를 합하면 영향력이 단숨에 10% 중반대까지 확장된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과 G마켓의 합산 점유율이 약 10% 초반대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큐텐이 국내 3위의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게 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이 24.5%로 1위, 2위는 23.3%인 네이버다.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보이는 행보를 놓고 ‘속전속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구 대표가 지난해 9월 티몬을 인수하는 회사의 주체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큐텐의 국내 시장 진입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큐텐이라는 회사가 생소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국내에서 설 자리가 사라진 이커머스 플랫폼만으로는 큐텐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까지 연달아 인수하면서 이런 의심은 빠르게 걷히기 시작했다.
구 대표는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물류 역량을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의 노하우와 결합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과거 이들의 잃어버린 영향력을 서서히 되찾는데 성과를 내고 있다.
성과는 이미 수치로 증명됐다.
▲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올해 안에 11번가 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티몬이 3월 말에 내놓은 통합 풀필먼트 서비스 T프라임은 론칭 이후 4달 동안 거래액 18.4배 성장, 구매 고객 8배 성장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T프라임과 비슷한 위메프의 W프라임 서비스 역시 론칭 이후 3개월 동안 주문 건수와 거래액이 각각 30배, 19배 성장했다.
구 대표가 이 상황에서 11번가까지 인수한다면 불과 1년 만에 ‘티몬-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11번가’ 등 4개 회사의 연합군 형성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3개 회사만으로도 이커머스 시장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 각각의 플랫폼보다 덩치가 훨씬 큰 11번가까지 흡수한다면 구 대표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무엇인가를 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매시장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와이즈앱 등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으로 11번가를 방문한 소비자 트래픽은 티몬과 위메프를 합한 것보다도 큰 수준이다.
11번가가 협력하고 있는 글로벌 유통공룡 아마존도 큐텐이 구성하는 4자 연합에게 우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 대표의 행보를 놓고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업계 3위 자리를 확고하게 다진 뒤 쿠팡, 네이버를 추격하는데 고삐를 죌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쿠팡과 네이버가 이커머시 시장에서 양강구도를 굳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구 대표의 공격적 사업 확대 기조와 큐텐의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선두 주자들도 상황을 안심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