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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화학업체가 새 선박 발주하는 이유, 기후변화로 라인강 다닐 새 배 필요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3-09-24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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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화학업체가 새 선박 발주하는 이유, 기후변화로 라인강 다닐 새 배 필요
▲ 라인강 유역의 독일 화학업체들이 앞다퉈 신형 선박 건조에 나서고 있다. 가뭄으로 라인강 수위가 낮아져 운송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2018년 독일 가뭄 당시 메마른 라인강. < PxHere >
[비즈니스포스트] 바스프(BASF), 코베스트로(Covestro) 등 독일의 대표적 화학기업들이 신형 선박 건조에 힘을 쏟고 있다.

최신 기술이 나왔기 때문이 아니다.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는 것도 아니다.

유럽의 주요 수상 운송(수운) 통로인 라인강이 매년 화물 운송에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메말라 기존 선박으로는 운항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24일 외신을 종합하면 독일의 대기업들은 라인강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물 운송 대안을 찾고 있다.

스위스 보덴 호수에서 시작해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네덜란드까지 흐르는 라인강은 독일과 네덜란드 사이에서만 연간 3억 톤이 넘는 화물이 오가는 주요 무역 통로다.

이런 라인강이 지난 5년 동안 늦여름 가뭄 시기만 되면 메말라 선박운항에 어려움이 반복되자 라인강 유역의 기업들은 아예 낮은 수위에서도 오갈 수 있는 신형 선박을 발주하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 화학 기업 바스프는 라인강의 변화에 대응하고자 올해 5월 신형 선박 ‘스톨트 루드비히스하펜’을 인도받았다.

스톨트 루드비히는 낮은 수심에도 운항이 가능하도록 배의 깊이를 줄인 대신 길이를 늘려 화물 적재 면적을 확보했다. 약 135미터 길이의 길쭉한 선체가 특징이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바스프는 향후 추가로 비슷한 선박을 더 건조할 계획을 세웠지만 선박 제조업체로부터 한 척에 1억 유로(약 1400억 원)가 넘는 비용이 들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폴리우레탄과 폴리카보네이트 등 제품을 생산하는 화학기업 코베스트로는 올해 3월 수운기업 HGK와 계약해 'MS커리지'와 'MS큐리오시티'라는 신형 선박 건조를 맡겼다.

HGK는 라인강에서 운항하는 화물선을 350척 넘게 보유한 수운 대기업으로 자체적으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커리지와 큐리오시티 두 척 모두 약 1400톤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규모로 코베스트로의 기존 선박과 비교해 운송 가능한 무게가 절반보다도 적지만 낮은 수심에도 문제없이 운용할 수 있다.

스테판 바우어 HGK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이러한 신형 선박들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며 “라인강에는 언제라도 극한 가뭄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HGK는 공식발표를 통해 자사는 현재 낮은 수심에 대응 가능한 화물선을 3척 보유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4척을 추가로 건조해 운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찍 선박 건조를 맡긴 바스프나 파트너사가 있는 코베스트로는 그래도 형편이 괜찮은 편이다.

가뭄으로 신형 선박 건조 의뢰가 몰리자 독일과 네덜란드의 선박 제조업체들은 추가 의뢰를 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선박 제조업체 ‘데 겔리엔 반 티엠’ 관계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우리는 내년 연말까지 발주가 가득찼다”며 “이미 코베스트로에 두 척의 신규 선박을 건조해줬다”고 말했다.

독일연방수로공학연구소(BAW) 집계에 따르면 라인강으로 오가는 화물선은 하루 8900척이 넘는다. 이들을 모두 낮은 수심에도 운용 가능한 신규 선박으로 대체하려면 약 900억 유로(약 128조 원)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크리스토프 헨젤만 독일연방수로공학연구 국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예외라고 받아들이는 상황이 가까운 미래에는 일상이 될 수 있다”며 “지금 겪고 있는 문제는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독일 기업들의 신규 선박 발주행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라인강의 수운 외에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라인강 수운에 의존하고 있는 독일 서부는 철도망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 경기 침체로 트럭 운전사 숫자가 줄어 도로화물 운송 등 다른 수단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
 
독일 화학업체가 새 선박 발주하는 이유, 기후변화로 라인강 다닐 새 배 필요
▲ 라인강을 항해하고 있는 '스톨트 루드비히스하펜' <바스프(BASF) 유튜브 갈무리>
독일연방수로해운국(WSV) 관측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라인강 중류 일대 카우브(Kaub) 마을에서는 강 수위가 1.2미터 아래로 떨어졌다.

독일의 주요 도시 쾰른을 통과하는 강 수위 역시 같은 기간 1.7미터 아래로 떨어졌다.

통상적으로 라인강에서 운항하는 대형 화물선이 안전규정상 수심 1.9미터를 요구받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운에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라인강 수위가 이렇게 낮아진 것은 올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독일연방수로해운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라인강 수위는 최근 5년 라인강 수위와 비교해 비교적 높은 축에 든다.

독일이 최악의 가뭄을 겪었던 2018년 카우브 마을 인근 라인강 수심은 고작 58센티미터에 불과했다. 당시 독일에선 "라인강을 걸어서 건널 수도 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유행하기도 했다.

가뭄으로 인한 수운 마비는 100일가량 지속됐고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독일 서부는 약 50억 유로(약 7조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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