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장이 주력인 방산뿐 아니라 미래사업인 우주 분야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주사업은 당장에 사업화 여력은 크지 않지만 오너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각별히 공을 들이는 신사업 분야다. 손 사장은 정부의 우주사업 민간 이전 흐름과 위성통신시대 가시화로 우주사업의 사업적 잠재력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해 우주사업을 궤도에 올리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주력인 방산뿐 아니라 미래사업인 우주 분야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1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안팎에 따르면 ‘S급’인재를 비롯한 전문 인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을 포함해 우주사업 역량을 다방면으로 강화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원장 영입도 우주사업 역량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조 전 원장은 항우연 창립멤버로 10대(2014~2017년) 원장을 역임했다. 약 30년 동안 우주 분야 연구원으로 일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우주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조 전 원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우주사업의 기초 연구를 담당하는 ‘미래우주기초기술연구원(가칭)’ 최고기술책임자(CTO)·원장으로 임명돼 미래 우주기술 연구를 총괄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조 전 원장처럼 무게감 있는 S급 인재 외에도 우주 분야 경력직의 상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 우주사업 계열사들은 ‘우주인재 스페이스허브 크루’ 경력사원을 대규모로 모집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우주사업과 연계될 여지가 큰 해양위성통신서비스 부문에서도 다양한 직군의 경력직을 뽑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국적이나 출신과 상관없이 국내·외에서 우수한 우주인재를 과감히 확보해 정부와 함께 대한민국 우주경제를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인력 확보뿐 아니라 우주사업을 위한 시설과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라남도 순천에 2만3140m2(약 7000평) 규모의 우주발사체 단조립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단조립장을 완공해 누리호는 물론 향후 차세대 발사체 등 후속사업을 위한 독자적 민간 인프라를 확보한다는 취지다.
단조립장은 발사체의 각 단을 제작하고 기능을 점검하는 시설로 발사체 체계종합기업이 갖추어야 할 필수 시설로 꼽힌다.
5월에는 전남도·고흥군과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 구축 및 고흥 우주발사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3자 사이 상생협력 업무협약(MOU)을 맺고 민관협력체계를 한층 단단히 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장은 업무협약식을 통해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우주발사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에 전라남도 및 고흥군과 포괄적으로 협력해 국내 우주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남 순천에 건립할 계획을 세운 단조립장 내부 조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손 사장이 다각도로 우주사업의 토대를 마련하는 배경에는 우주 분야에서 경제성 있는 사업 기회를 포착하겠다는 경영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우주사업을 한화그룹의 새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정착시키려 애썼던 김동관 부회장의 의지를 잇는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주사업은 막대한 비용과 경제성 확보의 어려움으로 민간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잠재력을 엿보는 분야로 여겨져 왔다.
다만 근래에는 세계적으로 민간 주도로 우주사업을 추진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저궤도위성통신과 같이 경제성 확보가 가시화된 분야를 중심으로 민간 사업자들이 우주사업에 뛰어들 유인이 커진 데다 다양한 민간 영역의 역량을 모아 분업구조를 형성해 경제성을 높이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 역시 우주경제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 아래 정부가 주도했던 우주사업 역량을 민간에 이전하겠다는 기조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공 부문에서 축적된 우주 분야 역량을 흡수하며 우주사업을 본격화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기술을 이전받는 ‘체계종합기업’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된 뒤 항우연으로부터 한국형 발사체의 설계·제작·시험발사운영 등 모든 기술을 넘겨받고 있다.
우주사업은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며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분야이기도 하다. 김 부회장은 그룹 우주사업의 컨트롤타워 격인 스페이스허브 팀장을 직접 맡을 정도로 우주사업에 애정을 쏟아왔다.
다만 김 부회장이 그룹 경영의 총괄을 맡으며 에너지, 방산 등 주력 사업에서 살펴봐야 할 일들이 많은 만큼 우주사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김 부회장과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각자대표체제를 이루고 있는 손재일 사장이 우주사업에서 감당할 역할이 작지 않은 셈이다.
손 사장은 1990년 한국화약(현 한화)에 입사한 뒤 한화 화약부문 상무, 한화테크원 방산사업본부장 전무, 한화지상방산 대표이사, 한화디펜스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그룹 내 방산분야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0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에 선임된 뒤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각자대표체제를 이루며 한화그룹 방산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김 부회장이 그룹 차원의 경영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손 사장은 방산 분야에서 좀 더 세부적 사안을 면밀히 살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방산 분야에 포함된 우주사업에서도 손 사장의 손길이 많이 미칠 수밖에 없다.
손 사장은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를 맡으며 자회사인 쎄트렉아이 기타비상무이사로도 선임됐다. 애초 김 부회장이 쎄트렉아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다가 사임한 뒤 손 사장이 선임된 만큼 ‘바톤 터치’ 성격으로 볼 여지도 있다.
쎄트렉아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개발한 핵심 인력들이 1999년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투자를 받아 사업 확장에 힘쓰고 있다. 쎄트렉아이의 인공위성 기술력은 향후 한화그룹의 우주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 사장은 올해 초부터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을 맡으며 한화그룹뿐 아니라 국내 우주 관련 기업들을 대변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손 사장은 2월24일 열린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총회에서 신임 협회장으로 선출되며 “민관 협력 강화 및 정책 제안, 우주산업 생태계 구축과 활성화, 산학연 기술교류 확대, 인재 육성 등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