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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사꾼은 굶어 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 R&D예산 대폭 삭감 안 돼

지남섭 justnowsb@gmail.com 2023-09-0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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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지난 8월23일 ‘2024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한다”고 밝혔다. 예산안을 보면 부자들의 허리띠는 풀어주는(2028년까지 89조 감세효과: 나라정책연구소) 대신 꽉 죄인 곳은 미래의 먹거리 연구, 즉 주요 R&D 예산이다.

8월29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새해 예산안을 의결했다. 올해 예산보다 규모를 2.8% 늘렸으며 23조 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했다.
 
[기고] 농사꾼은 굶어 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 R&D예산 대폭 삭감 안 돼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감스러운 점은 R&D 분야 예산이 특히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R&D 예산을 25조9천억 원으로 줄여 올해보다 5조2천억, 16% 이상 대폭 삭감했다. 기초연구와 정부출연연구원 예산이다.
 
이는 지난 6월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데에서 예상된 바였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카이스트 등 전국 4대 과학기술원과 포항공대, 서울대 등 이공계 학생과 7개 대학 학생회의 공동성명을 통해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기술패권 경쟁의 시기에 전 세계가 R&D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전쟁을 치르는 듯한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R&D 예산 삭감을 보면서 지지 세력을 흔드는 예산을 손댈 수 없으니 찍소리 못하는 곳을 희생양 삼았다는 의심이 드는 건 왜일까.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 때문에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발생한다.”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가 1972년 학회에서 발표하면서 유명해진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초기의 미세한 차이가 크게 증폭되어 엉뚱한 결과를 만든다”는 카오스(chaos)적 인과관계를 설명한다.

세상에는 이렇듯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힘든 원인과 결과에 대한 관계성과 연관성이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코스모스(Cosmos)적 인과관계의 모델이 개발되고 있으며, 더불어 컴퓨팅기술 발전은 모델의 정확성과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R&D 예산과 경제성장의 인과관계에 대한 논문도 이러한 진전에 힘입어 진화 중이다.

최근 최현이와 조근태의 논문 <연구개발투자와 경제성장의 상호관계 실증분석>은 1976년부터 2020년 동안의 시계열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공동 연구개발투자, 기업 연구개발투자, 대학 연구개발투자 간에는 장기적으로 인관관계가 존재하는, 장기균형관계가 있다는 분석 결과를 도출하였다.

특히 공공 연구개발투자가 경제성장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개발투자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투자를 상호 촉진하고, 기업의 연구개발투자가 공공 연구개발투자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공공 연구개발투자가 향후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개발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현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과학적 증거이다.
 
[기고] 농사꾼은 굶어 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 R&D예산 대폭 삭감 안 돼
▲ 지남섭 미래와선택 성북인포럼 대표.

옛말에 `농사꾼은 굶어 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고 했다. 아무리 어렵고 굶주려도 종자만큼은 지켜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뿌리만 살아 있어도 꽃은 피듯이, 진정 미래세대들을 위한다면 미래 경제성장의 뿌리만큼은 건들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부모세대는 헐벗고 굶주려도 자식들을 학교에 보냈다. 비록 당신들은 현재 삶이 지옥이라도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셨다. 심지어 대한민국의 경제는 굶주림과는 거리가 멀다.

R&D 예산 삭감은 현재 진행중인 연구 차질 및 기초과학 부실화 등을 넘어 앞서 말한 나비효과처럼 엉뚱한 결과로 증폭될 수도 있다.

석·박사들의 계약직 채용, 비정규직 연구자 참여 차질 등 예비 및 현직 연구원들의 이탈로 이공계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 이·공계 분야를 기피하는 심리적 거부감의 확산은 향후 국가 경쟁력을 허무는 토네이도로 돌변할 수 있다.

현 정부에 부탁한다. 진정한 보수라면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서 최소한 R&D 예산 삭감 정책을 걷어들이길 바란다. 증액이 부담스럽다면 적어도 유지하기를 당부한다.

진보를 표방하는 야당은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 예산안 심의에서 종자를 베고 죽을 심정으로 미래에 대한 투자, R&D 예산 삭감만큼은 막아주기를 기대한다. 그것 또한 수권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이대론 안된다. 지남섭 미래와선택 성북인포럼 대표 겸 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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