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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 불신의 시대, "해결책은 OSC·모듈러건축" 입 모은 건설업계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3-09-06 18: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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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 불신의 시대, "해결책은 OSC·모듈러건축" 입 모은 건설업계
▲ 이준성 OSC 연구단 단장 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가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비전포럼 창립 20주년 세미나 ‘OSC(탈현장화)&모듈러’ 기술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모듈러건축은 건설산업 불신의 시대를 해결하기 위해 가야할 유일한 미래라고 생각한다.”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비전포럼 창립 20주년 세미나 ‘OSC&모듈러’ 기술발표회장은 회의실 입구까지 사람들이 가득 찼다. 마련한 자리가 부족해 회장 뒤편에 임시 의자를 들였는데도 곳곳에서 선 채로 발표를 듣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듈러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공법에 관한 건설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기술발표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발주처,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등 설계사, GS건설 자회사 자이가이스트 등 시공사, 유창이앤씨, 삼표피앤씨 등 제작사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밖에도 OSC(탈현장화) 바탕의 공동주택 실증사업을 이끌고 있는 OSC 연구단과 엠쓰리시스템즈 등 건설플랫폼 기업도 발표자로 나섰다.

업계는 모듈러건축을 포함한 OSC 방식의 도입이 건설산업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방안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건설업계 고질병인 안전사고와 품질관리 문제, 인력부족, 공사지연, 비용증가 등 난제는 기존의 현장 중심의 건축방식을 답습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자료에 따르면 건설산업은 2018년~2022년 청년층 진입이 약 4%로 산업계에서 가장 낮다. 제조업과는 3배 차이가 난다. 또 임시 일용 근로자 비율은 약 37%로 가장 높은 산업이다. 

공장생산 등 제조업화를 통한 인력부족 문제 해결, 균일한 품질관리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이준성 OSC 연구단 단장 겸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발표회 프리젠테이션 시작에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를 다룬 ‘벽지 뜯어지듯 무너져 내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띄웠다.

이 교수는 “해마다 OSC 관련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가 바뀐다”며 “건설현장의 모습이 30년 전과 큰 차이가 없고 후진적 사고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91년 당시 건설교통부의 건설산업 현황분석 보고서를 보면 현재와 90% 이상이 똑같다. 노동인력이 부족하다, 품질관리가 안 된다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당시에는 국내 노동인력이 부족하다는 뜻이었는데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조차 부족한 상황으로 문제가 더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산업의 총체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OSC 방식의 도입 등 혁신적 변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됐다고 봤다.

OSC 연구단은 2020년 4월 발족해 연구비 149억8200만 원을 들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각각 한 동씩 OSC 방식을 토대로 한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의 12층 높이 실증주택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를 현장에서 조립하고 있는 단계로 7~8층을 올리고 있다.

연구단은 이번 실증사업을 토대로 내외장재, 설비시스템 모듈화를 구현해 20~30층 높이 공동주택 단지 실증사업을 후속과제로 진행한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한국 모듈러 등 OSC 건축시장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용인영덕 공공주택(13층), 광양생활관(12층)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바로 옆 일본에서는 50~60층 높이 초고층 모듈러,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 주택이 활발하게 건설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시장의 성장이 느리다고 볼 수 있다.

옥탑모듈러, 이동형학교, 모듈러오피스 등 다양한 모듈러상품개발에 나서고 있는 유창이앤씨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해외 모듈러시장 규모가 400조 원에 이르는 반면 한국 모듈러시장 규모는 1757억 원 수준이다.
 
건설산업 불신의 시대, "해결책은 OSC·모듈러건축" 입 모은 건설업계
▲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비전포럼 창립 20주년 세미나 ‘OSC(탈현장화)&모듈러’ 기술발표회장은 회의실 입구까지 사람들이 가득 찼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진섭 삼표피앤씨 기술영업담당 전무는 주택시장에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 등 OSC 방식을 적용하느냐 못 하느냐가 건설업계 미래가 달린 문제라고 보기도 했다.

일본은 캐피탈 게이트 플레이스 더 타워(53층), 카즈도키 뷰 타워(55층) 등 도심의 초고층 빌딩에도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이 전무에 따르면 일본 수도권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에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을 부분 도입하는 비중은 약 90% 이상이다. 연간 공동주택 2만~3만 호, 50~60개 동이 OSC 공법을 적용해 지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일본 전체 건설산업에서 공장제작 콘크리트 방식을 적용하는 비율은 14%에 이른다. 스웨덴 등 유럽국가에서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 도입 비율이 40%를 넘어서는 곳도 많다.

한국은 공식적 집계가 나와 있지 않지만 5% 안팎으로 추산된다.

건설업계는 세계적으로 디지털전환, 자동화 등 산업 혁신이 느린 분야지만 한국의 행보는 상대적으로 더 느린 셈이다.

이는 결국 한국 건설산업 관련 제도적 개선, 시공·설계 전반의 통합적 시스템구축과 기술개발 등 논의로 귀결된다.

이지은 한국토지주택공사 공공주택연구실 수석연구원은 ‘LH OSC 활성화전략’ 발표에서 “건설현장 생산시스템의 선진화는 다들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모듈러건축, 자동화 등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현행 제도와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모듈러건축물의 하자보수 범위와 기간 산정부분, 설계·감리업무에 관한 조정, 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봤다.

특히 짧은 공사기간을 요구하는 이재민 임시주택 등에는 모듈러공법을 도입하기 유리하지만 여전히 제도적 부분이 따라주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인허가 기간, 설계, 제출서류 간소화 등의 표준화, 공업화주택에 적용하는 특례 기준 명확화 등을 비롯해 모듈 운송을 위한 도로 폭 기준 조정 등 문제도 언급했다.

이 연구원은 “공장 제조방식으로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공장이 계속 돌아갈 수 있도록 수요가 많아져야 하는 문제도 있다”며 도심 내 소형주택, 임대형기숙사, 임시주거형 조립주택 등을 모듈러공법으로 발주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의 제조업화를 위해서는 기존 방식과 다른 생산성 향상, 수요확대, 품질인증, 하자보증, 사후관리(AS)방안 등 폭넓은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설창우 유창이앤씨 부사장은 “모듈 제작자 입장에서 한국 시장의 제도개선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 사무실, 숙소 등 모듈러건축 사업을 타진하고 있다”며 “특히 주택은 항시 주거하는 공간으로 하자 관련 문제 등도 있어 사업자 쪽에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인한 엠쓰리시스템즈 대표이사도 모듈러건축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 등 전반적 시스템 개선이 앞서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현재 건설업계의 소송, 불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OSC 방식 외에는 답이 없다. 방향은 맞는데 한국은 왜 늦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며 “현재 건설업계의 안전사고 등 많은 문제들은 기존 방식을 고집하는 데서 나오는 만큼 OSC 공법에 맞는 기술들을 개발하고 모듈을 운송하기 위해 도로 폭을 넓혀주거나 밤에는 지나갈 수 있게 해주는 등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도 20~30년 전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모듈러공법이 도입되기 시작했을 때 그대로 가야했는데 금방 포기하고 전통 방식으로 돌아간 게 문제”라며 “제조화 건축으로 주택을 지으면서 10년 더 늙었다가 아닌 10년 젊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건설산업 불신의 시대, "해결책은 OSC·모듈러건축" 입 모은 건설업계
▲ 이진섭 삼표피앤씨 전무가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비전포럼 창립 20주년 세미나 ‘OSC(탈현장화)&모듈러’ 기술발표회에서 ''초고층 PC 공동주택 건설을 위한 한국과 일본의 기술현황' 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는 설계적 관점에서 OSC 방식 적용에 애로사항이 많다는 점을 짚었다.

삼우건축사사무소도 미래 건설시장 준비를 위해 2022년 모듈러사업실을 신설해 모듈러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모듈러방식과 기존 건축방식은 설계부터 완전히 다른 사업환경이 필요하다 보니 설계, 제조, 시공 등 각 분야의 융복합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존 현장건설 방식은 공사를 진행하면서 상황에 맞춰 설계변경이 일어난다. 하지만 공장제작 방식은 생산 전에 모든 설계를 완료해야 한다. 

삼우건축사사무소에 따르면 모듈러 벽체 하나에 건축부재 259개, 부품 2만2390개가 들어갔다. 이와 더불어 모듈 운송방법, 뒤틀림 방지기법, 장비와 도구 등 부분도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결국 일반적 건축시공에서 공장생산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종합적 설계를 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봤다.

이날 기술발표회 진행을 맡은 유정호 광운대학교 교수는 “엔진 자동차의 경우 부품이 2만5천 개에서 3만 개가 필요하다”며 “건축도 벽체에 부품 2만3천여 개가 들어간다고 말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OSC 공법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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