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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는 GS 곁가지를 쳐낼 수 있나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7-23 22: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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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수는 GS 곁가지를 쳐낼 수 있나  
▲ 허창수 GS그룹 회장

GS그룹이 흔들린다. 그룹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GS칼텍스의 수익이 신통치 않다. 게다가 GS건설 등 주력 계열사들의 경영상태도 좋지 않다.

이 때문에 허창수 회장의 고민이 깊다. 허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3분기 GS그룹 임원모임에서 ‘포기’라는 말을 꺼냈다.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못지않게 어떤 것을 포기하는가를 결정하는 것도 전략적 의사결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장기적 사업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집중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 회장의 이런 발언은 지난 4월 에너지와 건설, 유통을 중심으로 GS그룹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허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더욱 강조한 것이다. 선택은 포기를 전제로 한다.

허 회장이 포기를 꺼낸 데에 GS그룹의 수많은 계열사에 대한 고민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은 국내 79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SK그룹에 이어 계열사 수로 2위다. GS그룹은 LG그룹에서 분리돼 탄생한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렇게 계열사가 많아진 이유는 허 회장의 선대 형제들이 설립한 방계기업들이 GS그룹에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GS그룹이 잘 나가는 동안 GS그룹의 우산 아래에서 방계기업들은 평화롭게 공존했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다르다.

GS칼텍스 등 그룹의 주력기업들이 부진에 빠지면서 수많은 방계기업들은 GS그룹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GS그룹의 선택과 집중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일부 방계기업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상황이다. 이런 부실을 모두 떠안다가 GS그룹 전체가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허 회장이 “지금 상황은 GS그룹의 기초체력을 다지고 사업전략을 다시 살필 좋은 기회”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GS그룹의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은 일부 사업체를 합병하는 등 부실계열사에 대한 정리를 시작했다. 그러나 GS그룹 전체에 형제들의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허 회장이 선택하고 포기하는 일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 GS그룹이 부실계열사 많은 이유

GS그룹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2% 감소한 445억 원을 기록했다.

그룹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GS칼텍스는 지난해 4분기에 1천억 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 800억 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 무려 79% 감소한 금액이다.

  허창수는 GS 곁가지를 쳐낼 수 있나  
▲ 허진수 GS칼텍스 대표이사 부회장
GS칼텍스의 시장점유율도 점점 내려가고 있다. 2010년 29.1%에서 2014년 1분기 기준으로 23.7%로 떨어졌다. 점유율이 5.4%포인트 떨어지는 동안 3위 현대오일뱅크와 격차는 10.6%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좁아졌다.

GS건설은 지난해 1조 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GS에너지는 지난해 16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2년 영업이익 2800억 원에 비하면 무려 43%나 감소했다.

GS그룹의 주력계열사들이 흔들리며 그룹 경영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계기업들의 부실은 큰 짐이 되고 있다.

GS그룹의 78개 계열사 중 19곳이 유동성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부실위험 계열사가 24개인 동부그룹에 이어 GS그룹이 2번째로 부실위험 계열사를 많이 안고 있다. 동부그룹은 이미 자구안을 내놓고 현금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GS그룹의 부실계열사를 살펴보면 GS건설의 부채비율이 263%로 높은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방계기업들이다.

GS그룹의 허씨 집안은 LG그룹의 구씨 집안과 60년 인연을 정리하고 2005년 독립했다. 허씨 집안은 당시 GS칼텍스(정유사), GS리테일(유통), GS홈쇼핑 등 16개 계열사를 떼어내 분리했다.

이때 GS그룹에 친척들이 가세했다. LG그룹과 별도로 운영돼 잘 알려지지 않았던 허씨 집안의 회사들이 GS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허창수 회장의 삼촌 허완구 회장의 ‘승산’계열, 사촌형 허남각 회장의 ‘삼양통상’계열, 사촌동생 허경수 사장의 ‘코스모그룹’이 GS그룹 계열사로 들어왔다.

16개 계열사로 독립했던 GS그룹은 단숨에 50개 계열사로 불어났다.

◆ GS그룹으로 모여 무엇을 얻었나

방계기업 ‘승산’은 레저와 운송사업 등을 운영한다. 승산은 지난해 10월 STS로지스틱스와 승산레저를 흡수합병했다. 승산은 당시 “사업역량을 집중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합병이유는 따로 있었다. 합병 덕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하는 일감몰아주기 대상 GS그룹 계열사가 13개에서 10개로 3개 줄어들었다.

승산, STS로지스틱스, 승산레저 등 3곳은 모두 2012년까지 공정위의 감시목록에 오른 기업들이다. 특히 STS로지스틱스는 허완구 회장 일가 지분이 100%고 매출의 100%를 GS칼텍스의 일감으로 채우는 회사다. GS그룹은 일감몰아주기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 계열사 간 흡수합병으로 규제대상을 줄이고자 했다.

하지만 GS그룹은 여전히 일감몰아주기 규제 계열사 수가 가장 많다. 2013년 연말 기준 GS그룹은 규제대상기업은 10개로 태광그룹, 대성그룹과 공동 1위를 차지했다.

GS그룹에서 일감을 몰아주는 대표적 기업은 GS네오텍이다. GS네오텍은 정보통신 전기공사 전문회사로 허창수 회장의 동생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지분 100%을 소유한 곳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6613억 원 중 45%인 3024억 원을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창출했다. 그나마 2012년 내부거래 비중 65%에 비해 많이 줄어든 수치다.

GS네오텍이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은 지분 100%를 보유한 허정수 회장 몫으로 돌아갔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총 400억 원의 배당을 받아갔다. 이를 두고 ‘허창수 회장이 동생에게 일감을 몰아줘 생긴 수익’이라는 비난도 일었다.

허정수 회장은 지난해 6월 최대주주로 있는 GS네오텍 등기임원에서 갑자기 물러났다. 업계는 그의 사임 배경을 놓고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GS네오텍 자체가 GS그룹이 일감을 몰아주는 기업으로 유명한데 당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부각되자 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결국 허정수 회장이 경영에서 발을 뺀 것”이라고 말했다.

  허창수는 GS 곁가지를 쳐낼 수 있나  
▲ 허창수 회장이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형 기업가 정신 구현을 위한 경제계 동반성장 실천계획 발표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허창수식 선택과 집중의 한계

GS그룹 계열사 가운데 부실위험에 처한 계열사가 대부분 방계기업인 탓에 그룹 안팎에서 GS그룹의 계열분리를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허 회장은 방계기업을 분리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신 인수합병 등의 방법으로 계열사들을 떠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GS그룹이 지난 4월 코스모신소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를 한 데에서도 이런 관측을 낳게 한다.

GS그룹은 당시 “아직 구체적 인수계획이나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지만 자회사 GS에너지가 코스모신소재 인수를 검토해 온 것은 사실”이라며 "GS에너지가 생산하는 대형전지용 양극재와 코스모신소재의 소형전지용 양극재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GS에너지는 사업 시너지 차원에서 코스모신소재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코스모신소재는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부채비율도 175%에 이른다. 자칫 GS에너지가 부실자산에 대한 부담을 지게 될 위험도 있다.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은 허창수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의 2대주주다. 허경수 회장의 입장에서 GS에너지가 코스모신소재를 인수하더라도 GS를 통해 언제든지 코스모신소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손해 볼 일은 없다.

허창수 회장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며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주회사 GS의 지분구조로 볼 때 과감한 도려내기보다 결국 떠안는 식의 정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허씨 일가 49명이 GS의 지분 47.45%를 보유하고 있다. 1대주주 허창수 회장이 4.75%, 2대주주 3.2%, 3대 주주 2.6% 등으로 한 사람에게 쏠리지 않고 골고루 나눠 소유하고 있다. 이런 지배구조 때문에 허창수 회장은 방계기업을 계속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허 회장이 부실 계열사 합병을 통해 그룹을 개편하고 있는 것이 이런 한계를 보여준다.

GS그린텍은 지난 1일 GS엠비즈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GS그린텍과 GS엠비즈는 모두 GS칼텍스의 100% 자회사다. GS그린텍은 GS칼텍스의 윤활유 아스팔트 유통사업을 운영하고 GS엠비즈는 폭스바겐 공식딜러로 외제차 판매사업을 하고 있다. GS엠비즈는 손실이 누적돼 최근 부채비율이 235%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27일 GS이엠이 삼일폴리머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GS이엠과 삼일폴리머 역시 GS에너지의 100% 자회사다. 삼일폴리머는 합성수지회사로 연 1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었으나 GS이엠은 실적이 좋지 않아 자본잠식 상태였다.

GS그룹이 합병을 통해 부실계열사를 정리하는 와중에도 또 다른 인수합병에 나서는 것도 앞으로 형제들의 경영권 분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GS홈쇼핑은 최근 KT렌탈 인수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에너지는 지난 3일 인천도시가스가 보유하고 있던 청라에너지 지분 30%를 350억 원에 인수했다. GS그룹 차원에서 올해 2월 LG상사와 공동으로 STX에너지를 인수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GS그룹이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이유는 표면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이라고 하지만 속내는 형제들에게 앞으로 챙겨줄 몫을 마련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없애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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