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3-09-05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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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회장이 니켈 제련소 건설 투자로 2차전지 소재사업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에 나선다.
고려아연은 올해 핵심 미래사업인 2차전지 소재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최 회장은 니켈사업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맺은 제휴를 바탕으로 독자경영의 기반을 단단히 하고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 고려아연이 핵심 미래사업인 2차전지 소재사업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회장은 니켈사업에서 현대차그룹과 맺은 제휴를 바탕으로 독자경영의 기반을 단단히 하고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5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부터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2차전지 소재사업 성과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의 100% 동박 생산·판매 자회사 케이젬은 지난해 말 연산 1만3천 톤 규모의 전해동박 공장을 완공했는데 연내 상업 생산과 납품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현재 동박 공장의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3만 톤으로 늘리는 증설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2027년엔 6만 톤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침을 정했다.
동박은 2차전지의 음극집전체로 활용되는데 핵심 생산 공정인 전해공정은 아연제련 과정에서 아연 용액을 전기분해한 뒤 알루미늄 음극판에 아연 이온을 전착시키는 방식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고려아연과 LG화학의 합작법인인 한국전구체도 올 연말 연산 2만 톤 규모 전구체 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내년 시운전에 들어간다. 전구체는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화합물질로 양극재 재료비의 70%를 차지한다.
합작법인은 고려아연의 황산니켈 생산 자회사 켐코로부터 황산니켈을 공급받아 2차전지 양극재의 전구체 및 부가제품을 생산 판매하게 된다. 2025년 합작법인의 예상 매출은 약 4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은 최근 자회사 켐코를 통해 모든 품위의 원료와 폐배터리로부터 모든 종류의 니켈 제품 생산이 가능한 '올인원 니켈 제련소' 건설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고려아연은 새로 짓는 니켈 제련소의 고순도 니켈-켐코의 황산니켈-LG화학과의 합작법인 한국전구체의 2차전지 전구체로 이어지는 2차전지용 니켈 가치사슬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최 회장은 5월 2023 아시안리더십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해 "니켈은 에너지 전환기 배터리 핵심 소재로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이와 관련한 국제 기준과 규제가 정립되지 않아 큰 혼돈을 겪고 있다"며 "(고려아연의) 온산 제련소는 다양한 공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폐기물을 최소화함으로써 수익성과 환경영향 측면에서 앞서 있는데 이런 차별화된 기술은 국내 설립을 구상중인 커스텀(맞춤형) 니켈 제련소에도 적용돼 글로벌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이런 최 회장의 구상에 발맞춰 지난달 30일 현대차그룹과 2차 전지 밸류체인을 포괄하는 사업제휴 맺고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설립한 해외 계열사 HMG글로벌로부터 5272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한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투자금 가운데 5063억 원을 니켈 제련소 건설에 투입한다. 신설 니켈 제련소의 생산 능력은 연간 니켈 금속량 기준 4만2600톤 규모로 자회사 켐코의 연간 생산능력(2만2300톤)을 합치면 약 6만5천 톤에 이른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고려아연은 세계 2위 수준의 황산니켈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니켈 제련소는 2026년초 양산을 목표로 하며 기대 매출액은 1조3600억 원, 기대 영업이익은 1358억 원 수준으로 관측된다.
고려아연은 기존 보유하고 있는 제련기술을 새로 지어질 니켈 제련소에 적용해 건식과 습식 융합 공정을 통해 니켈 매트, 산화광의 MHP 등 모든 니켈 함유 원료를 처리하고 가공할 계획을 세웠다.
고려아연은 니켈 제련사업 주체인 켐코에 유상증자 등의 방법으로 15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하고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하는 방침도 정했다. 기존 35% 지분율을 60% 이상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려아연이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최 회장은 신사업 확대를 위한 독자적 경영 행보를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을것으로 예상된다.
유상증자를 위한 신주 발행으로 지분이 희석되면서 최 회장측 지분율은 기존 28.55%에서 27.12%로, 영풍그룹 대주주 장형진 고문 일가의 지분율은 32.66%에서 31.02%로 줄어든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확보하는 지분 5%를 우호지분으로 보면 유상증자 완료 뒤 최 회장측 지분율은 32.12%로 장 고문측 지분율을 미세하게 앞지르게 된다.
▲ 고려아연 니켈 가치사슬. <고려아연>
영풍그룹은 창업주인 고 장병희 명예회장과 고 최기호 명예회장이 1949년 함께 창업한 영풍기업사를 모태로 한다. 최기호 명예회장은 최 회장의 할아버지다.
1974년 첫 번째 계열사인 고려아연을 세웠는데 이 과정에서 창업주들의 차남인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과 장남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2대 경영을 이끌게 됐다. 장형진 고문은 영풍그룹 회장에서 2015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고문을 맡고 있다.
3세 경영에 들어서 고려아연은 최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최대 주주는 여전히 장 고문이 총수로 있는 영풍이다. 영풍은 6월30일 기준 고려아연의 지분 26.11%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최 회장측 지분율은 장 고문측 지분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해 한화그룹과 LG화학 등 우군을 꾸준히 늘리면서 지분율 격차를 3%포인트까지 줄였다.
최 회장은 2019년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는데 2018년과 비교해 최 회장 취임 3년차인 2021년 고려아연의 매출은 45%, 영업이익은 43% 증가했다.
지난해 최 회장은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며 고려아연 창사 이래 최대 실적 달성을 이끌었다.
최 회장은 이런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영풍그룹 오너 3세 가운데 처음으로 회장직에 취임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트로이카 드라이브' 경영을 선언하고 고려아연의 제련 사업과 접목할 수 있는 2차전지 소재사업과 신재생 에너지 및 그린수소사업, 자원순환 사업 등 3개 분야를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 고려아연의 2차전지 소재사업이 본격화하는 만큼 최 회장은 우호지분을 쌓으며 다진 독자경영 기반을 바탕으로 증설투자 등 2차전지사업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장씨와 최씨 두 집안 사이 고려아연의 지분 확보를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장 고문과 장 고문의 개인회사 에이치씨와 장 고문 자녀의 개인회사 씨케이가 올해 5~8월 수십 차례에 걸쳐 합산 고려아연주식 15만4280주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두 회사가 사들인 주식의 지분율은 0.75% 수준에 그쳤다.
다만 장 고문 측이나 최 회장 일가 모두 일방적으로 고려아연 경영권을 좌우할 정도로 지분을 크게 늘릴 자금력은 확보하지 못한 만큼 당분간 두 집안 사이에 계열분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 회장은 니켈 제련소 투자 계획을 놓고 "이번 투자 결정은 에너지 전환기 핵심 소재인 니켈 수요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통해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와 IRA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니켈을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동박 사업을 포함한 2차 전지 소재 사업의 매출 성과를 빠르게 가시화하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