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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문화프리즘] 갈수록 높아지는 중국 담장, 애플 테슬라 같은 '상인 감각' 발휘할 때

이욱연 gomexico@sogang.ac.kr 2023-09-05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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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문화프리즘] 갈수록 높아지는 중국 담장, 애플 테슬라 같은 '상인 감각' 발휘할 때
▲ 중국 상하이에 있는 임시정부 청사. 요즘은 찾는 한국인이 없어서 거의 폐관 수준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4년 만에 상하이에 다녀왔다.

수교한 이듬해인 1993년 봄에 처음 상하이에 간 뒤 이렇게 오랜만에 간 건 처음이다. 낯설었다. 비자 받는 절차도 전보다 복잡해졌다. 가는 비행기에는 한국인이 거의 없다. 미국에서 경유하는 환승 중국 승객이 대부분이다. 

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화물 벨트에서 짐에 나오길 기다리는 한국인은 채 열 명도 되지 않았다.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는 찾는 한국인이 없어서 거의 폐관 수준으로 썰렁했다. 

낯선 모습은 상하이에서도 이어졌다. 원래 여름 상하이 호텔은 세계에서도 비싸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주로 외국인이 이용하는 일류 호텔이 성수기인데도 할인을 한다. 

그만큼 상하이를 찾는 외국인이 적다는 거다. 와이탄이나 신톈디 같은 상하이 유명 관광지에도 외국인 찾기가 쉽지 않다. 유럽이나 동남아 유명 여행지가 오버 투어를 우려할 정도로 관광객이 몰리는 것과 대조가 된다. 

상하이를 찾는 외국인이 왜 이렇게 적은가? 

코로나가 있었고 시진핑 3기 체제가 출범했다. 미중 대립은 심해졌다. 한국인 가운데 70~80%는 중국에 부정적이고 서구 주요 국가에서도 비슷하다. 우리나라 사람들 마음도 그렇고 서구인들 마음도 중국에서 멀어졌다. 상하이를 찾는 외국인이 적을 수밖에 없다.

중국도 달라졌다. 간첩 관련 법률인 방첩법을 개정하였다. 중국 국익을 해치는 간첩행위를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규정하였다. 외국인이 자칫하면 간첩 혐의로 곤욕을 치르는 게 아닌지 우려할 만하다. 중국 담장이 과거보다 높아지고 더 폐쇄적으로 되었다.

상하이에서 보듯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수도 줄었지만 방문한다고 해도 이전보다 더 불편해지기도 했다. 

중국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디지털 사회로 전환에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식당에서 메뉴판 보기도, 주문도, 계산도 모두 위챗 큐알 코드로 한다. 현금은 물론이고 카드를 내밀어도 싫어한다. 핸드폰으로 손안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 

이런 디지털 사회는 중국 핸드폰이 있거나 위챗을 잘 쓰는 사람, 이 시스템이 익숙한 사람에게는 썩 편하다. 하지만 중국 핸드폰을 쓸 수도 없고 대부분 중국어로 서비스하는 위챗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은 무척 불편하다. 

상하이에 같이 간, 영어와 미국 시스템에 익숙한 아들이 불평을 쏟아낸다. “이건 뭐 외국인은 오지 말라는 거네.” 이런 불만이 충분히 나올 만하다.

중국이 대국이어서 개방적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중국은 원래부터 담장이 높은 나라다.  
 
[한중 문화프리즘] 갈수록 높아지는 중국 담장, 애플 테슬라 같은 '상인 감각' 발휘할 때
▲ 중국은 원래부터 담장이 높은 나라다. 중국 전통 주택 구조가 그 상징이다. 중국 전통 주택은 무척 폐쇄적이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전통 주택인 사합원 <위키미디어커먼즈>
중국 전통 주택 구조가 그 상징이다. 중국 전통 주택은 무척 폐쇄적이다. 베이징 전통 주택인 사합원도 그렇고, 강남의 전통 주택도 그렇다. 밖에서는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통 주택은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담장 너머로 집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담장이 너무 높지도 않고 너무 낮지도 않다. 훌쩍 넘어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밖에서 들어가려면 황비홍이나 엽문 같은 무술인이 아니고서는 어림도 없다. 

중국 전통 주택은 담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건물 외벽이 곧 담장이다. 밖에서 오는 위협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다. 외부에 철저하게 방어적이다. 물론 안에서도 밖을 내다보기가 쉽지 않다. 규모가 큰 주택 안에 들어가면 동서남북이 잘 분간되지 않을 정도다. 

밖을 차단하면서 안에서 자족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택이 설계되어 있다. 큰 저택은 안에 채소를 심는 밭도 있고 정원도 있다. 우물도 안에 있다. 주택 안이 온전한 하나의 세계다. 

그 모든 것을 집안 안에 둔 채로, 밖으로 담을 향해 담을 높게 친다. 이렇게 높은 담장으로 둘러친 주택은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안전하고 편하다. 하지만 외부인이 그렇게 높은 담장을 넘어 내부 세계로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높은 담장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사람에게 안으로 들어가는 걸 허락하는가? 

무엇보다 위협적이지 않고 담장 안 세계의 논리와 시스템을 존중하며 그것에 동화되어야 한다. 그런 사람에게는 높은 담장을 개방하고 내부 세계 진입을 허락한다.

중국에 일단 동화되면 중국은 그의 출신이나 국적, 혈통을 따지지 않는다. 오랑캐 청나라가 한족 문화를 수용하고 한족 문화에 동화되자 한족들이 청나라를 더는 오랑캐 취급하지 않고 한족처럼 여겼듯이 국적도 혈통도 묻지 않고 자기 사람으로 대한다. 중국이 전통적으로 외부인과 외부세계를 대하는 방법이다.

이런 중국 시스템 때문에 많은 외국 기업이 중국 진출에 좌절한다. 세계 보편적인 시스템이나 룰이 아니라 중국식의 시스템과 룰을 익히고 따라야 해서다.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표준화보다 현지화가 중요한 이유다. 

물론 그렇게 중국식에 맞추어 현지화에 성공할 경우 혜택이 크다. 큰 중국 시장에서 성공이 따른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소비재 상품 기업의 희비도 높은 중국의 높은 담장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 여기서 갈렸다. 오리온이나 농심, 풀무원 같은 한국 식품 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한 비결이다.

중국이 담장을 낮추고 보편적인 룰의 세계로 나오면 우리가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게 한결 쉬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무척 낮다. 중국은 여전히 중국식의 자기 기준을 고집할 것이다. 적어도 시진핑 집권 시기에는 담장이 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물론 늘 이렇게 중국의 담장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역사를 보면 중국은 주기적으로 개방하고 푸는 방(放)과 폐쇄하고 거두는 수(收)를 반복하였다. 

방의 시대에는 담장이 낮다. 개혁개방을 시작하고 1990년대까지 중국이 그랬다. 하지만 지금 시진핑 시대는 폐쇄하고 거두는 수의 시대로 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담장이 높아지고 중국식을 고집하는 중국은 가치의 보편성이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세계를 이끄는 국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시장 차원에서는 다르다. 지금 중국은 가치를 생산하는 국가가 아니라 거대 시장을 지닌 국가다.  당연히 세계 공장으로서 중국의 시간은 끝났다. 하지만 세계 시장으로서 중국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상하이 여행에서 놀란 것은 상하이에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너무도 많다는 거였다. 돌아와서 뉴스를 검색해 봤더니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올해 3천 개 매장을 더 열 계획을 세웠다.

맥도날드도 공격적인 중국 투자 계획을 세웠다. 미중 대립 속에서도 중국의 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애플은 여전히 중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스타벅스와 테슬라와 같은 미국 기업들, 벤츠, 로레알 같은 유럽 기업은 중국 시장으로 달려간다. 

남들이 가지 않을 때, 담이 높다고 포기할 때, 그들은 중국 시장으로 한걸음 먼저 달려가고 있다. 시장 진출을 차지하려는 비즈니스의 눈으로 중국을 보는 일과 정치와 이념의 눈으로 중국을 보는 일이 같이 갈 필요는 없다. 

더구나 우리는 통상국가다. 비즈니스 감각, 상인 감각이 중요한 나라다. 중국의 담을 어떻게 넘어 중국 시장을 차지할지 비즈니스 감각, 상인 감각을 발휘할 때다. 이욱연 서강대 교수
 
현재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이징사범대학교 대학원 고급 진수과정을 수료했고 하버드대학교 페어뱅크 중국연구소 방문교수를 지냈다. 중국 문학과 문화를 연구하며 여러 권의 책을 냈고 jtbc '차이나는 클래스', EBS '내일을 여는 인문학'에 출연하는 등 대중과 소통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욱연의 중국 수업',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 '이만큼 가까운 중국', '포스트 사회주의 시대의 중국 지성'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 '들풀', '광인일기',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아큐정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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