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일까.
정부가 노조 동의없이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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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
고용노동부는 17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가이드북’을 발표했다. 가이드북은 연공급을 완화하고 성과급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바람직한 임금체계 개편 방향으로 제시했다.
가이드북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내용은 노조 동의와 관련된 내용이다.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음에도 근로자나 노조가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경우 법률과 판례에 따른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노조 동의없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민간기업 가운데 성과연봉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금융권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연합회는 7월21일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성과연봉제 도입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같은 직급에서 연봉 차등폭을 최대 40%까지 적용하고 전체 연봉에서 성과급 비중을 관리자급 30% 이상, 책임자급 20% 수준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1일부터 임직원 보수의 일정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실적압박과 고용불안을 불러온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또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간 협상으로 정해야 하는 것이며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고 본다. 이에 따라 위법적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령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금융권 노사는 7월26일 열린 제7차 금융노사 산별교섭에서 양쪽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돌아섰다. 금융노조는 9월23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저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서 이번 가이드북을 근거로 금융권이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해도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통과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회사쪽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법정공방이 길게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노조는 이번에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가이드북이 불법적인 취업규칙 변경을 유도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금융노조는 17일 성명을 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은 무조건 과반수 노조 또는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에 대한 것으로 일반화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고용노동부가 노동자를 위해 일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고 사용자에게 불법·탈법적인 임금체계 강제 변경을 장려하고 있다”며 “이기권 장관이 사퇴하고 가이드북은 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