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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인텔 공장 '물 부족 리스크', 기후변화로 반도체산업 수자원 문제 커져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3-08-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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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인텔 공장 '물 부족 리스크', 기후변화로 반도체산업 수자원 문제 커져
▲ TSMC와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미국과 독일 공장 부지가 가뭄이 심각한 지역들이라 물이 부족해 반도체 생산까지 영향받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지어지고 있는 대만 TSMC 4나노 파운드리의 모습.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TSMC와 인텔이 미국과 유럽에 신설하는 반도체 생산공장이 물이 부족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공장이 건설되는 지역은 기후변화로 심각한 가뭄을 겪어 물이 부족한 반면에 반도체 제조 공정에는 물이 대량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물 부족 문제로 반도체 생산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수자원 부족 리스크를 확실히 대비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남긴다. 

20일 포린폴리시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 업계 전반에 물 부족 리스크를 우려하는 견해가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폴리시의 4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설되는 TSMC의 반도체공장에서 물 부족 문제로 반도체 생산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인근에 400억 달러(약 53조6614억 원)를 투자해서 4나노(㎚, 1나노는 10억 분의 1미터)와 3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설비를 짓고 있다. 각각 2025년과 2026년에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포린폴리시는 “TSMC의 애리조나주 공장은 물 부족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애리조나주에선 가뭄이 길어지면서 주택건설 작업에 물 공급이 제한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건설업체들은 지역 농부들에게 물 사용권을 사들이고 있다. 

이러한 지역 상황을 전하면서 포린폴리시는 TSMC 또한 물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이 우려가 현실화되면 공장이 완공되고 난 다음에도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물이 부족해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포린폴리시의 보도가 나온지 10여일 뒤 애리조나주의 상공회의소 회장 다니엘 세이든은 반박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15일 포린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애리조나주는 수자원이 부족하지 않다”며 “애리조나주 수자원부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애리조나주는 1957년보다 인구가 6배나 늘었지만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당시보다 수자원 사용량은 오히려 줄었다”고 주장했다. 

수자원이 부족해서 TSMC의 반도체 생산 일정이 늦춰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TSMC의 애리조나 공장에 물 부족 문제가 벌어질지 아닐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이유는 이 지역에서 발생한 극단적 가뭄에 있다. 

미국 인터넷 언론사인 액시오스의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콜로라도강 유역에는 23년째 가뭄이 이어져 강과 인근 저수지의 수위가 3분의 1로 줄었다. 

콜로라도강은 애리조나주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등에 수자원을 공급하는 미국 남서부지역 핵심 수원지다. 

액시오스는 “기후변화로 대규모 가뭄이 콜로라도강 유역에 수십 년 째 이어지고 있다”며 “1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라고 평가했다. 

가뭄이 극심한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서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주 정부 관계자가 반박 의견을 낸 것이다.
 
TSMC 인텔 공장 '물 부족 리스크', 기후변화로 반도체산업 수자원 문제 커져
▲ 반도체 생산공정에는 초순수로 불리는 수자원이 대량으로 쓰인다. 반도체 기업들은 초순수를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물 부족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시에 위치한 인텔의 오코티요 캠퍼스 내 설치된 물 재사용 처리시설의 2023년 6월 모습. <인텔>
반도체 생산설비가 신설되면서 물 부족 문제가 대두 지역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인텔이 최근 투자를 확정한 독일에서도 물 부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스위스 언론 왓슨의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인텔이 330억 달러(약 44조2809억 원)를 투자해 증설하는 독일 반도체공장은 수 년 동안 가뭄이 이어진 작센안할트주에 위치한다. 

왓슨은 “인텔과 같은 반도체 제조업체가 수 년 동안 가뭄을 겪고 있는 지역에 들어서면서 해당 지역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수자원 상황이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도체 제조 산업은 식각(에칭)과 연마공정 전후로 웨이퍼에 묻은 불순물을 세정하면서 대량의 물(초순수)을 소비하는 대표적인 수자원 집약적 산업이다. 

전자전문매체 와이어드는 7월19일자 보도에서 미국 조지타운대 안보·신기술센터(CSET)의 보고서를 인용해 “반도체 생산공장 한 곳에서 하루에 쓰이는 물의 양은 대략 500만 갤런(약 1892만7000리터)”이라고 보도했다. 소규모 도시 한 곳에서 1년 동안 소비하는 물의 양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반도체 생산기업들은 상하수도 시설에 투자하고 반도체 세척 용수를 재사용하는 등 물을 절약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또한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를 자국 내에 유치하기 위해 기업에 공격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가뭄과 같은 극단적 기후변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빈번해지면서 반도체 생산기업이 직면하는 수자원 리스크는 나날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대만에서 수자원 공급 부족 문제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를 동시에 겪고 있는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를 포함해서 독일 드레스덴시, 일본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신설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려다가 애리조나에서도 수자원 부족 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로서는 생산설비의 해외 부지를 선정하는 작업부터 공장을 운영하는 과정까지 모두 '워터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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