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익환 LG전자 비즈니스솔루션 사업본부장 부사장(사진)이 글로벌 전기차 충전사업 확장에 신중을 더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가 추진 중인 북미 충전기 시장 진출에 변수가 생겼다. 북미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충전 표준경쟁 때문이다.
장익환 LG전자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전기차 충전표준 논란을 고려해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데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충전표준을 두고 테슬라가 북미에서 독자적 충전방식을 적극적으로 밀게 되면서 전기차 충전방식을 다변화해야할 필요성이 생겨서다.
6일 LG전자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장익환 본부장은 애초 올해 말로 예상됐던 북미 충전기 시장 진출을 내년으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 충전 표준경쟁과 관련해 준비할 시간이 좀더 필요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 본부장이 북미 시장 진출에 신중을 기하는 까닭은 북미시장의 전기차 충전시장에서 진행중인 표준경쟁 때문이다.
전기차 급속충전방식은 크게 ‘결합충전시스템(CCS) 방식’과 ‘북미충전표준(NACS)방식’으로 나뉜다. 특히 CCS는 현대차 기아뿐만 아니라 많은 완성차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전기차 급속충전 규격이다.
문제는 전기차 세계 1위 테슬라가 독자적으로 설계한 고속충전 인프라인 NACS를 북미지역에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약 1만8천여 개의 NACS 전용 고속충전소가 만들어져 고속 충전인프라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와 같은 테슬라의 공격적 충전소 확장에 주요 완성차 기업들과 함께 합작법인을 세워 대응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합작 법인에 투자하는 다른 기업은 GM과 BMW 및 혼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스텔란티스다. 2024년 여름에 우선 미국 도심과 주요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충전 설비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그야말로 충전표준을 향한 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전기차 충전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망고 지분 60%를 인수하면서 올해 안으로 북미 지역 충전인프라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애플망고는 CCS 기술에 적합한 충전기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장 본부장은 추가적 기술보완을 통해 북미지역에서 확고한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장 본부장은 최근 LG의 미래비전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최근 충전표준과 관련해 치열한 경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LG전자는 충전표준 경쟁 흐름에 발맞춰 2024년 상반기까지 준비를 마무리 해 미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없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 다양한 방식의 전기차 충전기 모습. < LG전자 > |
장 본부장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충전시장에 안정적으로 올라타기 위해서는 호환성 있는 충전표준을 갖춘 충전소 설치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칫 한쪽에 편중된 인프라만을 설치할 경우 투입된 비용을 나중에 거둬들이기 힘든 상황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본부장은 우선적으로 강한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북미 전기차 충전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넓혀가면서 내년 하반기 유럽과 아시아 지역 전기차 충전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시장이 2022년 465억 달러(약 62조 원) 규모에서 2030년 4173억 달러(558조 원가량)로 약 9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사업을 국내외로 확장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B2B(기업 사이 거래)사업을 맡고 있는 BS사업본부 아래 ‘EV충전사업담당’을 새로 만들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인력충원을 단행하면서 사업역량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장 본부장은 북미 시장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충전기 장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쇼핑몰과 호텔, 공공기관 등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분야로 충전사업 역량을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충전기의 상태와 충전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지원사업이 꼽힌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충전 사업은 올해 3분기부터 본격적 제품출시를 통해 국내 시장부터 공략을 시작할 것이다”며 “경쟁력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와 핵심기술 내재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2024년 북미 충전 시장 진입을 위해 미국 생산지 구축과 선행 영업활동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