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를 둘러싼 불만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여름철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한발 물러섰지만 땜질식 처방에 불과해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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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오른쪽)가 8월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12일 야당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일시 완화에 대해 일제히 성토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만큼 정당한 전기료를 내는 것이지 20%씩 일방적으로 깎아달라는 것이 아니다"며 당정의 누진제 완화 결정을 비판했다.
국민의당도 논평에서 “누진제 부과체계 자체를 뜯어고치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외면하고 한시적인 미봉책만 제시했다”며 “정부가 누진제를 완화할 의지가 있는지, 혹여 여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척 우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SNS에 "가정용 전기요금 인하 생색냈지만 '찔끔', '애들 껌값 인하'라면 이건 완전 '쇼'"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11일 긴급 당정협의를 열고 7~9월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확정해 내놨다. 이번 여름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기료 폭탄’ 우려가 높아지자 가정용 누진제 개편 요구가 빗발쳤다.
정부가 들끓는 여론에 대책을 내놓긴 했으나 야당은 물론 SNS와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이번 기회에 가정용 누진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폭주하고 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7~9월 전기요금은 평균 19.4% 내려간다. 현행 6단계 누진제 체계에서 구간의 상한을 50㎾h씩 높인 것이다. 월 500㎾h 넘게 전기를 쓰면 6단계(709.5원)에 들어가 1단계(60.7원)보다 11.7배가 뛴 전기 요금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7~9월에는 전기를 550㎾h 사용해도 한 단계 낮은 5단계(417.7원) 요금을 적용받게 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2200만 가구가 모두 4200억 원의 전기요금을 할인받는 효과를 볼 것으로 추산한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6단계 누진구간은 그대로 유지한 가운데 일부 구간 완화만 했기 때문에 누진 폭탄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인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도 "일시적으로 시혜를 베푸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은 왜 국민이 징벌적 누진제에 대해서 분노하는지 근본 원인을 전혀 생각해 보지 않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논란이 되고 있는 누진제를 포함해 전력요금 체계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할 방침을 세웠다. 김용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불합리한 게 있다면 당정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개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태스크포스에 국회 기획재정위, 산업통상자원위, 정부, 한국전력,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한다는 것 정도 외에 구체적인 사항은 전혀 정해진 게 없다.
현행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는 1974년 도입됐는데 산업용과 가정용을 차별해 요금을 부과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우는 아이 젖 주듯’ 땜질식 방안이 아닌 현실에 맞는 근본적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