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임금피크제에 가로막혀 노사협상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올해 반드시 임금피크제 확대를 관철하려 하지만 노조의 반발에 발목이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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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 |
현대차 노사는 11일 오전 10시부터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사 교섭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17차 임금협상을 진행했다.
노조는 다음주 열리는 교섭에서 노조 요구안에 대한 회사의 제시안을 모두 내라고 촉구했다.
올해 임금협상의 최대 쟁점은 임금피크제다. 이 때문에 올해 임금협상은 시작 때부터 난항이 예고됐다.
현대차는 올해 반드시 임금피크제 확대를 관철하려고 한다.
현대차는 2011년부터 만 59세가 되면 임금을 동결하고 60세에 임금을 10% 삭감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에 58세 임금 동결, 59세와 60세에 각각 임금 10%를 삭감하는 내용으로 임금피크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의 발표 뒤 윤갑한 사장은 임금과 단체협상 본교섭에서 노조에게 임금피크제 확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노조 입장에서 당초 노사협상에 오르지 않은 현안이 튀어나온 셈이다. 노조는 현대차가 노조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대외에 임금피크제 확대를 발표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현대차는 우선 간부급 직원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임금피크제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나머지 직원들에 대해 올해 임금협상에서 협상하기로 했지만 노조는 임금피크제 확대가 사실상 임금삭감인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로서는 이미 한차례 확대 시행이 미뤄진 만큼 양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더욱 큰 문제는 노조가 현대차의 상황을 알고 있어 임금협상을 노조에게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노사관계에 서툰 현대차의 모습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이미 협상카드를 다 내보인 상황에서 협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현대차가 임금피크제를 확대하려면 노조가 원하는 점을 상당부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임금피크제 확대를 미리 발표하는 바람에 노사협상에서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노조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지금의 모습은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이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노조는 11일 본교섭을 진행하는 동시에 이틀째 부분파업도 이어갔다. 올해 들어 7번째 파업이다.
1조 근무자 1만5천여 명이 오전 11시30분부터 4시간 파업했고 2조 근무자 1만3천여 명도 오후 8시20분부터 4시간 파업을 벌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