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07-24 11: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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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을 계기로 당정이 교권 관련 제도 개편을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에서 여야가 모두 교권 보호 관련 법안을 내놓고도 심의가 순조롭지 않았으나 이번 사건이 기폭제가 돼 당정이 입법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 윤석열 대통령이 7월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권 강화를 위한 교육부 고시를 마련하고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을 당 및 지자체와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은 7월18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윤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우리 정부에서 교권 강화를 위해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한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이 최근 마무리된 만큼, 일선 현장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인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라”며 “당, 지자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당정은 26일 ‘교권 침해 대책’ 당정협의회를 열고 교권 보호 대책을 논의한다. 윤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만큼 구체적 제도 개편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호 부총리는 서울 여의도 교사노동조합연맹 본부에서 열린 교사노조와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돼 교권은 급격하게 추락했다”며 “교권 침해와 관련한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나치게 학생 중심으로 기울어진 환경을 균형 있게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 부총리는 21일 서울 서초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열린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선 국회 차원의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 지원도 약속했다.
교원지위법은 교원의 예우와 처우를 개선하고 신분보장을 강화함으로써 교원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교육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이 부총리가 교권 추락 원인으로 지목한 학생인권조례는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추진한 정책으로 2010년 처음 도입됐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교육감 시절 만들었으며 현재는 서울, 인천, 전북, 충남 등 7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여권은 학생인권조례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 부총리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학생 훈육 과정과 관련한 부모들의 항의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문제 학생을 처벌하기 꺼려하는 현장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학생의 인권만 강조하다 도리어 교육현장에서 수많은 교사들의 인권을 사지로 내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또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동학대 면책 조항 도입 △학생 생활기록부에 교권 침해 내용 기록 △학부모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민원 제기에 법적 책임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 인권 조례로 교사가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일이 많다”며 “교권 보호를 위해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민주당은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썼다.
학생인권이 교권침해의 주요 원인이라는 여론은 늘어나는 추세다. 국무총리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이 올해 1월 발표한 ‘2022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이유를 ‘학생인권의 지나친 강조’라고 답한 응답자는 42.8%로 2021년 36.2%에서 6.6%포인트 올랐다.
반면 야권은 교권 추락을 학생인권조례 때문만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학생 인권과 교권은 상충하는 것도 아니고 양자택일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제도 개선은 선생님과 학생 모두 존엄과 인권을 보장받는 방향으로 만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단회에서 “일각에서는 모든 교권 침해 어려움의 원인이 학생 인권 조례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단순 접근하는 것은 좀 어렵다고 본다”며 “보수 교육감 지역에서의 교권침해 사례를 어떻게 설명할지 등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야당 역시 교권 침해를 막을 법안의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어 관련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여겨진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5월12일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7월20일 법령과 학칙에 따른 교원의 학생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해뒀다.
반면 여당과 야당이 같은 교권 보호 관련 법안이라도 세부 사항을 두고 대립해 온 부분이 있어 향후 입법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태규 의원은 지난해 8월 학생이 저지른 교육활동 침해행위와 조치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작성하고 교육지원청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강득구 의원도 2021년 7월 발의한 개정안에 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았다. 침해 학생에게 학교 봉사와 출석정지 같은 우선 선도 조치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시책 수립과 교원의 교육활동 관련 분쟁 조정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는 기관으로 학교와 시도교육청에 설치된다.
이 의원과 강 의원의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23일부터 11월29일까지 세 차례 논의됐으나 ‘교권 침해 학생 조치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작성해야 한다’는 조항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생활기록부에 '교권을 침해했던 놈이야'라고 남기는 건 낙인 효과가 있다”며 “이미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을 명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는데 생활기록부에까지 기재하는 건 명백한 이중 처벌”이라며 반대 의견을 보였다.
반면 이태규 의원은 “무조건 다 기록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도저히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들이 있을 건데 그 행위는 아이들이라도 저는 용서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