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코로나19 당시만 해도 모두가 가상현실 시대의 개막을 예견했으나 일상이 회복되자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가상현실을 찾지 않게 됐다.
2022년 기술시장 분석업체 카날리스는 메타버스에 기반해 추진되던 비즈니스들이 2025년쯤에는 모두 종료될 것이라며 메타버스에 시한부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기존 가상현실 관련 업체들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었는데 애플이 돌연 출사표를 냈다. 애플은 2023년 6월 WWDC에서 가상현실기기 ‘비전프로’를 내놨다.
기술만큼이나 생태계를 만들어내는데 강점이 있는 애플이다 보니 벌써부터 ‘애플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성공한다면 어떤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지도 관심사다.
지금까지 나온 비전프로 정보와 사용 후기 등을 종합해보자면 비전프로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혁신을 이뤄냈다. 특히 그동안 VR기기의 치명적 단점으로 꼽혔던 멀미와 발열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비전프로는 12개의 카메라와 4개의 깊이센서, 1개의 라이다가 이용자의 손과 눈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또 이들이 처리하는 정보만 처리하는 전용프로세서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눈과 손의 움직임이 실제 화면에 적용되기까지의 미세한 지연현상을 최소화해 멀미문제를 해결했다.
다소 거추장스럽더라도 외부 배터리를 채택해 기기에서 발생하는 발열 문제도 줄였다. 구조개선을 통해 얼굴로 전해지는 열 또한 줄어들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가상세계를 어떻게 콘텐츠로 가득 채울 것이냐다.
비전프로 정식출시까지 얼마나 많은 가상현실 콘텐츠가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새 시대가 열릴지 아니면 또 다시 다음 10년을 기다려야 할지가 갈릴 수 있다.
가장 탁월한 디바이스와 협업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사의 기술력도 이에 버금가야 한다.
고해상도 3D 콘텐츠를 만드는 일감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으며 2020년 코로나19 시기에 주목을 받았던 VFX(시각 특수효과) 관련 기업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원래 영화와 게임에서 시각특수효과를 만들거나 기존 영상을 더 실감나고 정교하게 다듬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국내 시장만 보면 덱스터와 위지윅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덱스터는 VFX 본부를 필두로 콘텐츠 색보정과 기술지원, 버추얼프로덕션, 실감콘텐츠 사업 등을 펴고 있다.
버추얼프로덕션 부문이 3D영상을 촬영하면 실감콘텐츠 부문이 이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하우스 체제를 갖춰뒀다. 그 협력사로는 글로벌 OTT기업 넷플릭스를 비롯해 게임엔진 언리얼로 유명한 에픽게임즈 등이 있다.
또 다른 VFX기업 위지윅스튜디오는 메타버스에서 국내 대표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3차원으로 얼굴을 생성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게임기업 컴투스가 메타버스 구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기도 하다.
위지윅스튜디오 역시 넷플릭스와 협업하기도 했고 국내 최초로 디즈니와 협업하기도 했다. 애플의 메타버스 파트너인 유니티와도 협업을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향후 애플은 비전프로 출시까지 남은 1년 동안 가상세계를 채울 자체 콘텐츠 확보를 위해 많은 협력사들과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힘입어 국내 대표 VFX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 초 출시와 동시에 글로벌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업체의 시장 성장도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만들어갈 새로운 생태계에서 누가 기회를 얻게 될지 지켜봐야겠다. 조충희 기자